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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종 |  | |
| 개화의 물결이 온 나라에 굽이굽이 물결치던 때.
이매경, 신설헌, 강금운, 홍국란 등은 매경의 생일을 계기로 모여 앉아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우선 대한 제국의 사람으로서 시국을 개탄하고 여성도 나라의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판단, 여권 신장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을 한다. 대화는 점점 고무되어 대한 제국의 발전을 위한 방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꾼 꿈 이야기를 하며 대한 제국의 밝은 미래를 염원한다.
이 작품은 딱히 주인공이 없다. 굳이 주인공을 정해야 한다면 당시 이 글을 읽었던 여성들이랄까. 소설의 중요한 요소가 적당히 가려져서인지 스토리도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작품은 개화기 우리 나라의 현실을 리얼리즘에 입각하여 심도있게 표현하고 있다. 워낙에 계몽적인 내용인데다 사실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예술적인 면이나 작품성의 면에서는 상당히 뒤쳐진다. 형식이 간편하고 작자의 사상 전달이나 문제의 시비를 가리는 데 용이한 시사토론체를 사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와 같은 형식의 대표작으로는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이 있는데 안국선의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의 사실성이 훨씬 더 강하다.
이 작품은 소외받던 여성을 정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 하다. 최근 이문열씨가 <아가>를 출판한 후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스스로가 ˝나는 페미니즘을 모른다˝라고 했던 그가 <선택> 이후 여성을 중심에 둔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그리고 <선택>과는 상반되는 견해로 작품을 썼다는 데서 오는 충격이 당시 <자유종>이 발표되었을 때 사회 지도 계층이 받았을 충격과 비슷하지 않을까. 우선 페미니즘을 다룬 소설들이니까.
여권 신장의 측면에서 보면 틀림없는 페미니즘 소설이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이다. 그들이 다들 상당한 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 보인다는 것은 왠지 이 작품을 반쪽짜리 페미니즘으로 만든다. 배우지 못한 불특정 다수 대신 교육을 받은 특정 소수를 등장시킨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품의 구성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도입부와 결말부가 거의 보이지 않고 본론 부분으로만 다루어진 것을 보면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고 독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려 했다는 작가 이해조의 치밀성을 엿볼수 있다.
제목 <자유종>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심도있는 해석이 있었겠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종>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다. <자유>는 단어만 놓고 연상해도 자유의 여신상이 생각난다. 그래서 <자유종>이란 ˝여성이 국란에 보내는 일종의 희망적이고도 강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싶다. 너무 페미니스트적인 생각인가. 하지만 나 역시 이문열 씨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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