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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의 검은 고양이
아라이 만 : <에펠탑의 검은 고양이>

역자 : 김석희 / 출판사 : 한길사 / 출판일 : 2000/10/10 / 페이지수 : 546

<한 기인 예술가의 처절한 고독과 예술적 고뇌>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의 생애, 특히 그의 20대까지의 삶을 사실을 바탕으로 쓴 픽션이다.(사티의 젊은 날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는 게 없어 어느 정도의 사실 위에 대담한 상상을 덧붙여 픽션화한 것이라 한다.) 아라이 만(新井滿)의 작품이다.
아라이 만?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우선 이 작가에 대해 잠깐 소개 드린다. 내가 많이 알아서 소개를 드리는 게 아니고, 그저, 책 날개에 적혀 있는 것을 그대로 옮겨드릴 뿐이다.
1988년 <찾는 사람의 시간>으로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라는 점에 우선 눈길이 간다. 그런데 ´작사, 작곡가 겸 가수, 사진가, 비디오 프로듀서, DJ, 올림픽 이미지 감독´이라는 글자들은 또 무언가. 음악과 영상과 소설을 함께? 좀체로 보기 드문 특별한 인간인 듯하다.
[한길사] 홈페이지엔 또 이런 글이 올라와 있는데, 소설의 앞머리를 대강 읽어본 사람으로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그의 특이한 경력은 작품 속에서도 드러난다. 여느 작가와는 다른, 깔끔한 영상과 음향을 머금은 듯한 그 특유의 문체 속에서. 그의 작품의 특이성은 문체에 머물지 않는다. 이 소설은 통째로, 간명하며 신비롭고 때로는 익살스럽게 음을 다루어내는 사티의 음악적 이미지를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주목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소설은 ´음향소설´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달고 있다. 아라이 만은 사티의 음악과 삶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 작가인 것 같다. 사랑하는 작곡가의 생애를 소설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소설 문체를 작곡가의 음악 감각에 포개고 싶어했을 정도이니. 작가는 후기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사티의 음악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과연 작가가 되었을까.˝
˝작가로 데뷔했을 무렵부터 나는 ´언젠가는 사티라는 인물에 대해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럼 이 작품의 주인공 에릭 사티는 어떤 삶을 살다 간 사람인가. 아라이 만은 사티가 고집한 두 가지를 칭송한다. 하나는 가난에 대한 철저한 사랑. 또 하나는 독신과 고독에 대한 사랑이다. 사티의 일생에는 단 한번의 사랑, 27살에 동거했던 쉬잔 발라동 한 명이 있을 뿐, 사티는 쉬잔과 헤어진 후 평생 여자를 멀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라이 만은 사티의 고독은 쓸쓸한 고독이 아니라 활기에 찬 고독이었다고 덧붙인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에서 일어났던 ´예술의 폭발´에 숱한 시인, 화가, 작곡가들과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 장 곡토, 피카소, 마티스, 다리우스 미요, 브랑쿠시…이들 모두 사티의 인생 골목에 등장하는 조연배우들이다. 에릭 사티는 프랑스 음악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파리음악원 출신이지만 아카데미에 소속되지 않고 캬바레 음악가로서 일생을 마쳤다고 한다.
소설은 시골 출신의 한 캬바레 음악가가 어떻게 예술가 사티로 성장해갔는지 유년시절부터 <짐노페디> <그노시엔> <벡사시옹>을 작곡해냈던 20대까지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치밀한 상상으로 그려놓은 대로 인간 사티의 개인사의 구비구비를 따라가다 보면, 몽마르트 언덕의 보헤미안들(라투르, 루미양, 미겔 위트릴로, 쉬잔 발라동, 톨루즈 로트레크, 장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모리스 위트릴로 등)의 삶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것을 만나는 즐거움 또한 이 소설을 읽는 각별한 쾌락이 아닐까 싶다. <로마인 이야기>를 번역한 김석희 씨가 옮겼다. 펼치면 시선을 떼기 힘든 매우 위험한 책이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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