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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시아스 심 외 : <미(美)>(2001년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 제46회)

출판사 : 현대문학 / 출판일 : 2001/1/1 / 쪽수 : 268

제 46회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은 마르시아스 심의 ´미(美)´였다.
동해안 한 항구도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화자의 이야기였는데,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밑바닥 가정사의 우울한 현실이 그 내용이었다. 바다에 나가있는 나이 든 아버지, 동네사람들과 화냥질을 하는 어머니, 사고로 한쪽 눈이 애꾸가 된 채 사람대접 못 받고 사는 아우, 그리고 그 속에서 조숙한 우등생으로 묵묵히 현실을 견뎌내는 초등학생인 주인공의 이야기.
그런데 제목이 미(美)라니. 역설적인 것인가?
초등학생 시절의 기억을 이처럼 자세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나기도 하지만, 불행했던 과거 자신과 가족, 그리고 고향의 모습을 샅샅이 기억해내고 있는 현재 화자는 아이러니 하게도 오히려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흑백의 무채색으로 이루어졌던 공포스런 옛날 고향은 이제 몰라보게 변하여 겨울이 되어도 무채색의 공포로 변하지 않지만, 옛 추억 속의 고향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고 소설 마무리에 슬프고 허전한 마음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시아스 심의 글에서는 남자의 냄새가 확실히 난다. 이 책 속에 자선작으로 내놓은 ´묘사총´에서도 역시 직선적이며 거침없는 솔직한 표현들이 드러난다. 여러 분야의 소설에 관심과 자질을 보여준 그답게 그의 글에서는 자유분방함이 엿보인다. 일면 엽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상작품도 특이했지만, 수상소감도 독특했다.
또한 이 책에 수록된 우수 단편작품들 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작품이 여러 편 있었다. 특별히 한창훈의 ´먼 곳에서 온 사람´은 여성적 필체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서로 사랑하지만, 여자는 산사람, 남자는 바닷사람이라는 각자의 본질적인 성향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떠난 남자를 생각하며 여자는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런 생각을 해요. 흰색과 검정색을 섞으면 회색이 되잖아요? 저 유럽에서도 정열적이라고 소문이 난 나라에서는, 그들이 쓰는 말에서는, 슬픔의 색이 회색이래요. 이해해요. 파란색을 슬픔의 색으로 보는 나리도 있지만 내가 볼 때는 회색이 훨씬 슬픔의 중심을 엿볼 수 있는 색깔이에요. 닮은 곳이 전혀 없는 상반된 두 개가 뒤섞여 있다는 것이 바로 슬픔이거든요. 하지만 말이죠. 살면서 감내해야 할 것들 중의 첫째가 그것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박경철의 ´핸드폰 가족´, 서하진의 ´사심(私心)´도 재미있게 읽었고, 나머지 작품들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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