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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명을 찾아서(상)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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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 <비명을 찾아서>(상)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 1987/3/1 / 쪽수 : 528
이 소설은 대체역사소설(alternative history novel)이다. 이 소설이 대체역사소설의 형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사회의 여러 불합리와 모순이 담고있는 역사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의 근현대사가 암울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그러한 우리의 과거는 지금의 우울한 현실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 소설의 주된 창작의도는 대체역사소설의 형식을 빌어, 한국사회의 어두운 역사를 재조명 해보려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이 소설은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에 의해 죽지 않고 15년 이상을 더 살았을 경우, 1980년대 중반의 한반도의 역사와 사회가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를 작가의 상상력과 자료를 기초로 하여 쓰여진 것이다.
모든 역사적 맥락을 다룬 소설이 그렇듯이, <비명을 찾아서>도 역사 그 자체를 다룬다기 보다는 역사 속에 위치한 한 인간, 다시 말해 역사에 의해 그 성격이 전형화된 인간을 다룬다. 이 소설의 주인공 기노시타 히데요(木下英世)는 식민지적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기득권을 가진 회사의 중견간부로 그려진다. 그는 다른 많은 조선인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고, 자신을 ´일본인´으로 생각하며, 식민지 사회 내에서 출세를 바라고 있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는 또한 다른 모든 이들처럼 ´조선´이라는 나라가 존재했었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점에서 작가가 설정한 환경에 부합하는 매우 전형적인 인간이다.
그런데 기노시타 히데요는 다시 전형에서 벗어난다. 그것은 그가 시인이라는 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어를 모국어로 생각하고, 일본어로 일본에 대한 詩를 쓰던 그는, 모든 깨어있는 시인들이 그러하듯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는 이미 죽어있는 말로 나타나는, 사실 그에게는 배워봤자 아무런 실용적 가치가 없는 우리 글과 말을 새로 시작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비장한 감이 든다. 하지만 그가 조선어로 시를 쓴다면, 그것을 과연 누가 읽어줄 것인가? 그가 성공적으로 망명지에 도착한다고 해도, 상해 임시정부에 있는 몇몇의 사람들만이 그의 독자가 될 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의미는 책을 읽는 여러분 각자가 발견할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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