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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지혜 |  | |
| 알렝 핑켈크로트 : <사랑의 지혜>
역자 : 권유현 / 출판사 : 동문선 / 출판일 : 1998/7/30 / 쪽수 : 206
<사랑 속에서 타자(他者)를 발견하기>
알렝 핑켈크로트의 <사랑의 지혜>는 사랑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보다 많이는 타자(他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타자란 쉽게 이야기하자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그 의미가 충분하지가 않다. 저자는 레비나스(E.Levinas)의 견해를 빌어 타자란 ˝내가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에 비하여 언제나 넘치거나 차이가˝(25면)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즉 타자란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이고, 내가 알 수도 없고, 규정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존재인 타자는 사랑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랑은 바로 타자와의 만남이다. 여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바라는 대로 해주었으면 하는 욕심 같은 것이 개입될 수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타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그를 나의 소유로 만드는 것이며, 그 사람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을 때 때로 우리는 좌절감이나 실망감에 휩싸이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호하게 이러한 좌절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곧 그 사람의 타자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타자를 대하는 참다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이 타자와의 만남이라면, 그래서 그 사람의 타자성을 고스란히 인정해주어야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러한 만남이란 전혀 모르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과 다를 것이 전혀 없지 않은가? 타자와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신비에 관한 설명과 함께 이런 의문은 한꺼번에 불식된다.
저자는 타자의 타자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한편으로 그러한 타자와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신비에 관해 이야기한다. 타자의 타자성에 대한 강조와 타자와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신비의 경험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늘 같이 간다. 타자를 알 수 없고, 규정할 수 없고,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존재로 규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타자와의 만남이 신비롭게 여겨질 리는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타자의 타자성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사랑에서 비롯되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신비는 타자의 타자성을 인정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 것은 아닐까? 신비라는 말을 쓰는 것과 더불어 사랑에 관한 저자의 성찰은 중단되고 만다. 그리고 철학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것은 불철저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더 이상의 성찰을 멈추고 사랑을 신비라고 인정하는 이것이야말로 사랑에 대한 참다운 통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약간의 지루함만을 극복한다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무척 많다. 그것은 비단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모든 관계들에 적용될 수 있는 그런 지혜들이다. 이 지혜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레비나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 나라에는 레비나스의 책이 <시간과 타자>(강영안 옮김, 문예출판사, 1996) 이외에 번역된 것이 없고 그에 관한 책도 소개된 것이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볼 때 이 책은 레비나스에 대한 입문서로도 더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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