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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싯다르타 |  | |
| 헤르만헤세 : <싯다르타>(헤세전집 5)
역자 : 박병덕 /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97/8/5 / 쪽수 : 240
<깨달음은 가르쳐질 수 없다>
동양의 사상에 심취한 만년의 헤세가 발표한 소설이 바로 이 ´싯다르타´이다. 이 작품은 헤세가 도달한 절정의 경지를 유감 없이 보여준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마치 반짝이는 시냇물이 흘러가듯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모든 소설은 허구이기에 이 소설 역시 허구이며 따라서 ´붓다´의 일생을 헤세 자신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놓았다.
싯다르타가 출가하는 이유는 실제와 같다. 그는 자신의 친구 고오빈다와 함께 죽음도 함께 하겠다는 맹세를 하고 출가한다.
어느 날 고오빈다가 싯다르타를 찾아와 흥분하여 말했다.
˝저기 저 마을에 깨달음을 얻어 생사를 초월한 성자가 나타났다. 우리도 가서 그분의 가르침을 받자˝
그 길로 두 사람은 ´눈뜬 자´를 찾아가 얼마간 그 분의 가르침을 받는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헷세는 그 성자에게 가르침을 받는 싯다르타의 심경이나 입장 등을 전혀 묘사하거나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그 부분을 ´여백´으로 만들어 우리를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다음처럼 싯다르타가 단호한 어조로 고오빈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 때 우리는 크나큰 감동, 혹은 싯다르타의 울림에 전율하게 된다.
˝친구여 우리는 떠나올 때 생사를 함께하자고 맹세했었다. 그러나 나는 떠나겠다. 깨달음이란 가르쳐질 수 없다. 오직 체험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이 한 문장, 싯다르타의 이 단호하고 티끌만한 회의의 그림자도 드리워지지 않은 이 말 한 마디 때문에 이 작품에 매료되었는지도 모른다.
˝깨달음은 가르쳐질 수 없다.˝
이는 절대적 믿음을 통해 외부에 실존하는 ´천국´에 가겠다는 기독교와는 달리 오직 홀로 깨달음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불교의 기본적인 입장을 아주 멋있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싯다르타는 카르마라는 기생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아들도 낳게 된다. 사랑의 순간들이 새싹이 피어나고 낙엽이 지는 계절의 변화처럼 아름답게, 마치 반짝이며 흘러가는 도도한 강물처럼 흘러간다. 절실한 불교신자들이(만일 있다면) 이 부분에서 경멸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르마라는 여자와 함께 나눈 사랑의 세월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절묘하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며, 또한 싯다르타의 입장에서 고오빈다와 헤어진 후 어떤 질적인 비약을 이룩할 수 있게 하는 경험이 되어 준 것이다. 이는 ´깨달음은 가르쳐질 수 없다.´는 싯다르타의 말을 스스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싯다르타는 카르마와의 기나긴 사랑의 여정을 뒤로하고 홀로 깨달음의 길로 떠나간다. 이 전과는 분명히 다른 싯다르타로.....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석가모니가 흔히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신화적인 석가모니 보다 훨씬 좋다. 왜냐면 많은 시행착오와 결단을 통해 끊임없이 허물을 벗어나가는 그러한 순수한 인간의 냄새를 은은히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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