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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 |
| 나쓰메 소세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역자 : 유유정 / 출판사 : 문학사상사 / 출판일 : 1997/9/13 / 쪽수 : 516
고양이 보기에 인간은 당연히 우습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에 대해, 어린 시절 강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4살경 병원에서 진료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맞은 편의 남자가 시디플레이어에서 시디를 꺼내 다른 시디로 갈아 끼우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그것이 고음질 음향 재생기라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알지만, 그 당시 그것들은 마치 외계의 물건처럼 신기하게만 느껴졌고, 때문에 그때의 인상이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이이기 때문에 받았던 인상이죠. 많은 것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의미를 아이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너무도 당연한 세상의 이모저모들, 아주 가끔 이런 것들을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낯설게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에게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쯔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화자를 ´고양이´로 설정함으로써 우리가 학습 받은 이 세상의 여러 가지 사회적 의미들에 대해 ´낯설게 볼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그 해학적 어조로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고양이는 살금살금 다니는 조그만 동물이라는 특권으로 여기 저기 도둑처럼 남의 집도 드나들 수 있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고양이는 말합니다. 인간들 마음대로 내 것, 네 것 나눠놓은 땅덩어리 위의 경계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태초에 인간은 땅을 공유하게 된 것이어서 발길이 닿으면 어디든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니 자신만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하여 남의 집에 버젓이 들어가노라고.
사실 이것 역시 누구나 생각해 보았음직합니다. 돈으로 인해 생겨나는 여러 가지 거래들이 고양이의 눈에는 모두 우스운 것입니다. 태초의 인간들은 생존만을 위해 활동을 했을 텐데 진화라고 할지, 발전이라고 할지 세월이 흐르면서 복잡해진 규약들이 이젠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져 인간사회의 법칙들을 다 이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나쯔메 소세키는 이런 세상의 모습을 희화화시키고 싶었기에 고양이의 입을 빌었던 듯 합니다.
이 화자가 우리도 비웃을 수 있는 고양이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해학적입니다. 우리의 모습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자기의 인생관까지도 결정하는 꾸샤미 선생의 모습이기도 하고, 실없는 말을 일삼으며 남을 바보로 만드는 것을 즐기는 메이데이의 모습이기도 하며 물질 만능 주의에 젖어있는 가네다 집안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식견이 굉장히 높다고 보고 어리석은 인간들이라 비웃으면서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고양이의 모습도 우리의 모습입니다.
작가 나쯔메 소세키는 이러한 여러 가지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들을 그려놓고 또한 서로의 모습을 비웃게 만드는 구도를 통해 인간 세계의 모순을 말합니다.
나쯔메 소세키는 우리에게 사회적 의미를 제거한 세상의 모습들을 보려고 노력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우스운 것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개미들이 떼지어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거나 애처롭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듯이 인간들 역시 조금만 낯설게 바라보면 떼지어 기어가는 개미들처럼 귀엽고 애처롭습니다. 개미들보다 훨씬 더합니다.
나쯔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 세상을 이렇게 낯설게 보는 화자를 통해 은근히 말합니다. 인간이란 이렇게 우스운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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