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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불 10 |  | |
| 최명희 : <혼불 10>
출판사 : 한길사 / 출판일 : 1996/12/5 / 쪽수 : 340
최명희의 글을 읽었다. ´혼불´. 그가 남긴 역작,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었다. 1권의 첫 페이지에서 시작해 마지막 권까지 숨소리를 죽이며 읽었다. 그리고 10권을 다 읽어갈 때쯤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아껴두고 읽을 것을, 너무 성급하게 여기까지 왔다.
소설 속의 강모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와 내게 주어진 버거운 일들로 힘들어하는 나, 강모가 갔던 봉천이 아니라 더 먼 곳으로 도망가고 싶어하는 나를 만났다.
그의 괴로움과 고민을 보며 난 그게 나라고 믿어 버렸다. 고민의 종류와 연유는 다를지라도 세상 누가 강모의 도피를 이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청암부인을 바라보며 문득 그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움을 느껴 보았다. 옹구네를 보며 세상에 이런 인간이 있을까, 한탄에 또 한탄. 내가 작가라면 그냥 요절을 내어 버릴 텐데.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네에게 묻어 있는 인간 본성을, 갈등을 읽었다. 소름 돋는 일이다. ´혼불´을 읽으며, 한 가정의 가정사에 머물 수도 있는 글을 읽으며, 삼국유사의 후백제 견훤의 이야기, 절간 입구에 있는 사천왕까지..... 긴 여행을 다녀온 듯 하다. 백과사전을 다 읽었을 때의 느낌이 이럴까.
아쉽고도 힘들다. 세밀하게 묘사된 인간군상 속에서 나를 만나는 여행을 했고 백과사전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된 상황과 묘사 속에서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다.
최명희는 등장 인물의 생년월일시를 통해 사주까지 치밀하게 뽑고 그 사주에 걸맞는 옷을 입히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 혼불을 불살라 쓴 그의 글은 남았건만, 그는 도대체 어느 세상에 다시 나서 또 다른 혼불을 사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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