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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은 미친 짓이다 |  | |
| 이만교 :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0년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2000/5/20 / 쪽수 : 284
제목이 이렇게 도발적이지 않더라도, 나는 충분히 부정적인 결혼관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야 물론 부모님을 봐오면서 느낀 약간의 혐오증과 안타까움이 발단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을 선택한 사람까지 매도할 생각은 없다. 그 사람들은 내가 아니므로.
여러 가지 자잘한 일들은 놔두고서, 큰 맥락만 생각하자면 이렇다. 분명 둘이서 한 지붕아래 산다는 것은, 내가 미처 예상치 못한 나의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 더군다나 나는 여성이므로. 그리고 그렇게 막대한 책임을 질 자신이 없다는 것. 선택했다가 이게 아니다 싶을 때 돌이키기가 너무 힘겨울 것 같다는 것. 이렇게 쓰고 보니 아주 비겁해 보이기도 한다. 가지도 않은 길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가.
일견 저자도 이런 나의 의견과 유사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이것이 논픽션일지라도 저자가 기혼자라는 배경이라든지, 저자 후기에 나오는 자신의 말을 읽어보면 ´미친´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할 정도로 시니컬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이런 면도 있는데 이래도 할 테냐, 내지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지나친 환상을 버리라는 충고를 던지고 싶은 것 같다.
말미에 있는 저자 후기에서 보여주듯, 저자는 ´순수한 척 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족이라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모든 욕망의 근원지이자 집결지이며, 새로운 가족의 구성이란 첫출발부터가 성적욕망의 충족이지 않은가. 이것이 인간일진대 사람들은 이런 욕구를 ´순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나는 이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또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불편함이나 손해를 알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또 자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그 길을 간다. 나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의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 책임에 대한 자신감, 어려움을 대적할 용기를 가지게 된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누군가와 더불어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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