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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 |  | |
| 유미리 : <남자>
출판사 : 문학사상사 / 출판일 : 2000/5/20 / 쪽수 : 246
<´몸´- 니게미즈에 대한 환상>
<가족 시네마>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순문학 작가인 유미리가 대담하게 성애를 다룬 소설을 썼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전통 사회에서는 성에 있어서 남자는 여자의 우위에 있었고, 여자에게는 성이 하나의 금기처럼 느껴지는 영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미리는 거침없이 이 영역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소설 <남자>를 집필함으로써 어떤 영역에도 도전하는 용기 있는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자서전적인 성격이 강한 <남자>에서는 작가의 경험과 소설적 요소가 엉키어 현실과 꿈의 뒤섞임 같은 묘한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지만 그 분위기마저 계산된 것 같다. 성과 육체에 대한 그녀의 자세는 마치 실험대 앞에 서있는 자연 과학도의 그것과 비슷하다. 성을 하나의 관찰 대상으로 치열하게 집중하는 태도는 진지함으로 다가와 성에 대한 막연한 금기 의식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준다. 성과 육체의 탐색 과정. 그것은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남자>에서 드러나는 성적 이미지는 추잡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지극히 메마르고 건조하게 느껴진다.
´남자만이 여자의 몸을 구하는 일방적인 에로스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몸을 구하지 않을 수 없는 에로스의 교환에 의한 연애, 사랑을 낳는 몸이 존재하는지 어떤지를 쓰고 싶은 것이다.´라고 그녀는 이 소설을 쓰게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실제의 그녀의 행동에서도 드러나고 있는데, 그녀는 공식적으로 유부남과의 관계를 떳떳하게 밝히고 그 남자의 아기를 낳아 기르고 있다. 그녀의 이런 자세는 여자가 더 이상 약자로서 차별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당당함으로 다가온다.
인간은 정신으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정신에 육체라는 옷이 입혀졌을 때 완전한 인간이 탄생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육체´라는 대상에 접근해 철저히 해부를 시도한다. 그녀는 신체의 각 부분을 눈에서 등에 이르기까지 18부분으로 나누어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육체에서 애정을 느끼고 그 육체가 있음으로써 사랑이 생긴다고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그녀가 그러한 신체 탐색에서 결국 얻은 것은 무엇일까. ´몸´에 대한 애정이었을까, 색즉시공 같은 허무감 같은 것이었을까.
그녀는 ´남자의 육체를 통해서 남자라는 존재를 탐구하려 시도했지만 모두 도중에 단념하고 만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작품이 처음에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육체´만으로는 남자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어서였는가. 우리 몸은 정신에 육체라는 옷이 입혀져야 완전해지듯이, 육체에도 역시 정신이 깃들 때에야 그 육체가 온전한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정신을 떠나 육체만의 탐구로 남자의 본질, 더 나아가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아닌지.
그녀에게 있어서 ´몸´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 그녀가 처음에 의도했던 것처럼 사랑을 낳는 몸을 발견했는지...소설 끝 부분의 남자와의 대화에서 그녀의 생각을 약간은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서 니게미즈(신기루의 일종)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그녀가 떠난, 혹은 그녀를 떠난 남자들의 육체는 마치 니게미즈와 같은 것으로 그녀에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신기루는 영원히 잡을 수 없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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