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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자
김경해 : <달의 여자>

출판사 : 연인 / 출판일 : 2000/12/25 / 쪽수 : 188

<실종, 북소리, 그리고 달의 여자>
소설의 처음은 블랙홀 같은 ´구멍´의 이미지로부터 시작된다.
여자는 길을 가다 아스팔트 위에 드러난 ´구멍´을 발견하게 되고, 그 속으로 빠져들면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다름 아닌 실종된 남편. 익숙한 독자라면 이제쯤에 이 소설이 어떻게 진행될지 단박에 눈치를 챘을 것이다.
맞벌이부부가 있다. 남편과 아내는 대학 선후배 사이로 늘 그렇듯이 연애의 한 과정 어느 시기에서 돌연 이별하게 되고, 아내는 남편의 고향인 ´정읍´으로 내려가 순결을 버림으로써 결국 결혼에 이른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평온한 삶을 살아간다. 백화점의 홍보일을 하는 여자가 친구처럼 지내는 ´남자´와 늦도록 가끔 데이트를 즐기는 일 외에는 그다지 부부에게 문제는 없어 보인다.
부부의 문제점으로 드러나는 한 사건, 그것은 사건이라기보다는 남편의 묘한 성격을 보여주는 계기로 이해될 뿐이다. 여자는 친구 같은 ´그 남자´와 시간을 즐기다 늦은 시각에 귀가한다. 남편은 여자에게 찬물로 샤워하기를 강요한다. 그리곤 서로 마주보며 무릎꿇고 앉아 ´죄´를 사하는 경건한 의식을 치른다. 단지 이것뿐이다.
남편의 실종은 훨씬 이후에 발생한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여자는 은근한 유혹의 말을 던져놓는데 그 날 이후로 남편은 돌연 사라진다. 남편의 실종은 의심할 바 없이 의도적이다. 그것을 확인해 주듯 남편은 퀵서비스를 통해 여자에게 쪽지를 전달한다. 기다리지 말라는 내용.
여자는 남편의 실종에 얽힌 의문을 풀어보고자 컴퓨터를 뒤적거린다. 한때 시인을 꿈꿨던 문학청년답게 컴퓨터 속에는 약간 치졸하다 싶은 시들이 적혀 있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거기에는 ´정읍사´도 있다. ´정읍사´에는 남편을 기다리던 여자가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남편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가 하는 점을 그리 중요하게 부각시키지 않는다. 혼자 남은 여자인 아내가 그 후 어떻게 변해가는가 하는 문제에 보다 작가의 시선이 밀접하게 다가가 있는 느낌이다. 그 증거로 남편의 실종 이후로 여자는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환청은 다름 아닌 북소리.
묘하게도 환청을 듣는 건 여자뿐만이 아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전사´(이 남자는 중국집 배달원이다)도 마찬가지. 한밤중에 느닷없이 여자의 집 문을 두드리며 전사는 ˝북소리 듣지 못했어요?˝라고 묻는다. 이때부터 여자와 전사는 동지적 관계(?)가 성립되는데, 전사에게도 여자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속사정이 있다. 전사와 동거하던 여자 역시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 그런 때문인지 여자는 전사에게 끌리게 된다.
전사와 만나는 횟수가 빈번해질수록 여자는 전사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구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것은 이루어진다. 전사와의 섹스 후 여자는 집을 옮긴다.
<달의 여자>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소설은 수많은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지자면 달과 여자는 동류(?)가 아니겠는가? 이런 식으로 이 소설을 이해하자면 소설 전체는 여성성과 남성성으로 이루어진 상징의 탑처럼 보인다. 구멍이나 북소리, 실종, 그리고 섹스에의 몰입.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결론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여자의 존재 확인!? 그런데 이 모든 것의 해결방법이 섹스라는 것은 조금 난해하다. 여자와 남편과의 불화는 충분하지 못하고, 여자와 전사의 섹스 또한 석연치 않은 이유를 갖고 있다. 덧붙이자면 전사와 섹스 후 여자는 집을 옮기는데 이는 전사와의 관계를 고려한 현실적인 도피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남편과의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연 의문이 생긴다. 여자가 길을 가다 발견한 구멍(물론 환상이지만, 이 구멍은 거울 같다. 그런데도 여자는 이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싶어한다. 마치 블랙홀인 것처럼)에서 여자는 자신이 아닌 하필이면 남편을 보았던 것일까? 이미 남편은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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