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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물고기 |  | |
| 함정임 : <당신의 물고기>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2000/5/15 / 쪽수 : 278
<일상 속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담담한 자세>
사흘 동안 함정임의 <당신의 물고기>를 읽었다.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은 한 편을 제외하고 모두 일상 속의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남편이나 오빠, 동생, 혹은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고 홀로 또는 남겨진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 주목할 것은 그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많이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어찌 보면 너무 무덤덤하다 싶을 정도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죽음을 기억하면서 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작가 자신이 남편과 오빠의 죽음의 충격을 이겨낸 방식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결국 남겨진 자의 삶 속에 떠나간 자의 자리는 곧 다른 어떤 것으로 채워지기 마련일 것이다. 소설 한편 한편에는 평범한 일상이 담겨 있지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남은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의 변화를 준다고 해도 결국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은 크게 변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죽음이라는 엄청난 일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일처럼 느껴진다.
골프클럽 파티, 검은 숲, 호수 저쪽은 혹 낯설게 느껴질 것 같은 유럽의 파리와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가봤던 곳들이라 그런지 왠지 친숙함도 느껴졌고, 소설 속에 나타난 주인공들의 대학시절도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어서 더욱 공감이 갔다. 내가 실제로 가본 적 있는 옛 카페들 이름도 있었고, 당신의 물고기에서는 주인공의 동생이 좋아했던 아바의 음악들을 들을 수 있어서 반갑고 좋았다. 이렇게 감정 이입이 잘 되기 때문에 내가 우리나라 소설을 즐겨 읽는 것 같다. 마치 어렵지 않게 소설 속 주인공이 되는 것 같은 느낌, 나쁘지 않다.
그런데, 우연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주 오랫만에 동생의 친구에게서 소식이 왔다. 뜻밖이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 처음이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그래도 친했던 친구는 동생을 아직까지 마음속에 좋은 모습으로 그리고 있었다니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사실 나와 우리 식구들은 갑자기 떠난 동생에 대해 지금까지 서로 조심스러워하며 얘기를 피해왔다. 과연 누구에 대한 배려였을까? 어쩌면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도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고 싶어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처음인가 싶게 동생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나니 이제 동생의 죽음으로부터 나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언젠가 또 닥칠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더 나아가 결국 내 죽음까지도 나는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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