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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역자 : 박경민 / 출판사 : 한겨레 / 출판일 : 1992/10/1 / 쪽수 : 410

<기쁨과 양심 죽이기>
˝앵무새 죽이기˝. 참으로 흥미로운 제목이다. 몇 년 전 베스트셀러작으로 시끄러웠던 때, 그 제목은 단순히 ´어린아이 장난´ 이란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은 속은 모르고 겉만을 바라보았을 때의 내 어리석음의 결과였다.
여기서의 ´앵무새´는 기쁨과 양심의 상징이라고 한다. 결국 이 제목은 ˝기쁨과 양심 죽이기˝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어두운 시각과 함께 그 반대편에 자리잡고 있는 밝은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하퍼 리는 이 책에서, 메이컴이라는 소도시에서 두 남매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아이가 겪는 사건들로 인해 그 사회가 처하고 있는 상황,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아이들의 정신적 성장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화자인 진 루이스 핀치(스카웃)는 오빠 젬과 변호사인 아버지, 그리고 그 외 다른 많은 사람들을 어린아이 특유의 솔직한 눈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들 일상의 평범함 속에는 여러 가지 의문을 일으키는 존재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관심을 이끄는 부래들리는, 항상 집안에만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에 대한 장난으로 끝없은 호기심을 방출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의 존재는 더더욱 두렵기만 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젬과 스카웃은 이름 모를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게 되는데 그것을 얻는 장소는 부래들리 집 나무이다. 얼마 후 그 나무옹이가 막힌 걸 보고 스카웃은 고개를 갸웃하지만 젬은 조용히 울음을 삼킨다. 그것은 그가 감수성이 강한 소년으로, 그 선물을 준 사람이 부래들리라는 것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아서)는 나중-톰 로빈슨 사건 이후-에 젬과 스카웃을 봅 이웰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는데, 이것으로 그가 진정한 친구이자 이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정신적 성장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은, 톰 로빈슨이었다. 뻔히 드러나보이는 진실에도 불구하고, 그가 유죄판결을 받는 데서 크나큰 충격을 받는다. 여태까지 몰랐던 인종 차별의 무자비함과 불평등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젬은 그런 부조리함을 타파하는 법률가가 될 것을 다짐하고, 스카웃은 그 상황 속의 혼란에 빠진다.
이렇게 부와 톰은 세상의 악으로부터 가리워지는 기쁨과 양심이었다. 남매는 정직하고 올바른 아버지, 칼퍼니아 아줌마, 머디 아줌마, 딜에게서 기쁨을 느끼는 동시에 가르침을 받는다. 또 고모, 두보스 할머니, 그 외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이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깨우침을 얻는다. 이 사람들이 보여지는 존재로서 남매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면, 톰과 부는 보여지지 않는 존재로서 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 영향은 잔잔히 흐르는 호수에 커다란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는 것과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한 구석에 얼어있던 무언가가 조용히 녹아드는 것과도 같았다.
하퍼 리는 영리하고 예민한 남매를 통해 그 당시 사회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겉만 보고 속을 보지 않는, 아니 속을 꿰뚫고 있다고 해도 겉으로 드러나는 강한 압력과 무언의 힘과 대항하기 싫어 외면해버리는 것. 이 소설이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인간의 심리와 사회의 앙금, 그리고 그 속에서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젬과 스카웃 같은 아이들을 통해 ˝앵무새는 죽이면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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