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둠의 입술
이석범 : <어둠의 입술>
출판사 : 청동거울 / 출판일 : 2001/5/4 / 쪽수 : 320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자신 이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서 성장해간다.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이 인생과 삶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갖게 되는 것도 이와 상관이 클 것이다.
´어둠의 입술´을 읽고 나서 내가 갖게 된 생각은 작가가 가진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아무나 가지고 있지 못한 놀라운 시각을 갖고 있는 작가의 글을 읽는 재미는 제법 쏠쏠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얘기들은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사랑 얘기나 단순히 감각을 중시해서 쓰는 요즘 소설과는 다른 깊이 있는 재미를 우리에게 준다. 도둑질을 하다가 산으로 도망간 도둑 일행들의 서글픈 자화상이나 700전화로 상대방과 통화하는 것이 유일하게 세상과 통하는 방법인 여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은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중단편이 섞여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작품을 넘나드는 것도 재미있었다. 작가가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들은 사실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맞물려 오늘날과는 다른 시대를 살아온 이 시대 중년들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전이라는 테두리에 갇혀서 소리 없이 망가져가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 작가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었다.
군사독재 시절에 영합하며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나 현재와는 상황이 다른 시대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도 솔직하며 충격적이기도 했다. 우리 스스로가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내면의 모습을 작가는 놓치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 있는 자기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요즘의 소설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한 번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