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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사의 서우여
이선미 : <아라사의 서우여>

출판사 : 영언문화사 / 출판일 : 2000/6/30 / 쪽수 : 384

<비장미 넘치는 사랑>
´비장미 넘치는 사랑´.
작가의 저자 후기에 쓴 글이다. 비장미가 감도는 사랑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아닌게 아니라 ´비장미 감도는 사랑´이 아니라 ´비장미가 넘치는 사랑´이 돼 버렸다.
전쟁의 치열함 속에서 피로에 지친 인간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가 하면, 소속된 종족과 신분의 차별 속에서 고민하는 연인을 볼 수 있다. 애끓는 사랑을 홀로 머금은 채 마침내 죽음으로서 번뇌를 마감하는 가련한 인생을 볼 수도 있으며, 위정자로서 일종의 열등감에 시달리는 어째보면 허약한 인간의 본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인간의 군상들이 실지(失地) 회복이란 명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일단 세워놓은 원대한 목표는 그것이 아무리 험하고 갈등에 시달린다 할지라도 이미 굴러버린 바퀴인 양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 만든 법도 그러하지 않을까? 인간의 편의를 위해, 때로 그 인간을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만든 조항이 도리어 나를 억누르고 사회를 고착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이 형이상학적 존재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때로는 나를 얽매는 명분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속에서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서우여의 존재는 나를 감동케 하였다. ˝여성이 꿈꾸는 모든 환타지를 3시간 분량 안에서 옹골지게 드러낸다˝라는 표현은 아마도 서우여를 두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사람을 살육하고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그리고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 생활 속에서 내면에 가둬놓았던 모든 정열을 아라사에게 퍼붓는 것만 같았다. 그로서 안식을 찾고자 했음일까? 사랑이란 오히려 들뜨고 고통스럽게 하기도 하는 감정 아닌가?
내가 여기에서 들여다보았던 것이 바로 ˝평화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저 한 사람의 지아비로서 그리고 아비로서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생활, 그는 그것을 꿈꾸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기에 그 열망은 안으로 더욱 침잠되었으리라.
그 때 아라사를 만난 것이다. 자신에 못지 않은 강함을 가진, 묵묵히 지향하는 바를 위해 목숨마저 바칠 수 있는 여성. 그는 그녀에게서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나도 평화롭게 살수 있겠구나. 저 여자를 통해서라면˝
일단 마음을 굳힌 후엔 아무 갈등 없이 그녀만을 사랑하는데 거칠 것이 없었다. 그까짓 나라쯤 무엇이랴! 명분을 달성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나도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지 않으냐 말이다! 하염없는 사랑을 받는 아라사의 모습에서 사뭇 질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 정도면 고급 환타지 격이다. 전혀 동떨어진 현실과 대비되는 비장한 사랑에 빠지는...
그녀는 굳고 한결같으며 정의롭다. 멋진 인물이다. 그러나 둘 간의 갈등도 알고 보면 사랑 외적인 것이지, 사랑의 본질에 있어선 한치의 착오도 없이 딱 들어맞는 짜맞춤처럼 틈새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독자에겐 밋밋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으리라. 작가는 전쟁과 실지 회복이란 명분을 도입해서 그 갈등을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사실 로맨스이기에 남녀간의 사랑은 필수적일 게다. 그러나 사랑만이 다일까? 인간은 그것말고도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어쩌면 이 책은 인간의 사랑만큼이나 중요한 대의명분과 마음의 평화라는 커다란 주제를 그리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비장미와 함께...
비장미가 넘치는 사랑이야기, 거기서 인간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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