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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안도현 : <연어>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1996/3/1 / 쪽수 : 134

<´사랑´ 그 지순하고 고귀한 것에 대하여>
작가 안도현씨는 ´연어´의 서두에서,
˝그래도, 아직은, 사랑이, 낡은 외투처럼 너덜너덜해져서 이제는 갖다 버려야 할, 그러나, 버리지 못하고, 한번 더 가져보고 싶은, 희망이, 이 세상 곳곳에 있어, 그리하여, 그게 살아갈 이유라고 믿는 이에게 바친다.˝
라고 글을 시작하고 있다.
내가 안도현 씨를 처음 만난 건 그의 시 ´그대에게 가고 싶다´를 통해서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애닯은 그리움이 시어 곳곳에 진하게 배여 있는...
그런 안도현 씨가 어른을 위한 동화를 냈다. 그것이 바로 ´연어´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 그것도 시인으로 출발한 사람이 쓴 것이란다... 시인 김용택님의 말처럼 ´연어´를 읽고 있으면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나에겐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나 리처드 바커의 ´갈매기의 꿈´을 읽던 때의 감동의 밀려오기도 했다. 난 이 책을 4번 읽었다. 아니 읽었다기보다는 자연 그렇게 읽혔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책 속에 나열된 언어나 문장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이 책 속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 그리고 ´녹색강´ 그들 자신의 독백과 서로가 주고 받는 해맑은 대화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 마음이 얼마나 정화가 되어 갔는지 모른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특별하다.
모든 것에 존재의 의미가 있고, 모든 것에 사랑이 넘쳐흐른다. 물론 그 존재의 의미와 넘치는 사랑을 느끼고 영원히 간직하기까지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절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와 녹색강은 저마다의 색깔로 그 고난과 절망을 영원한 기쁨과 희망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마음의 눈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힘이 그들에겐 있었던 것이다.
별들이 저렇게 반짝이는 건 나에게 누군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뜻일거야. 마음의 눈으로 보면 온 세상이 아름답거든. 녹색강이 말하는 삶의 이유는,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야.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내가 지금 여기서 너를 감싸고 있는 것, 나는 여기 있음으로 해서 너의 배경이 되는 거야. 우리는 누구나 우리 아닌 것의 배경이 될 수 있어.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아. 아주 크기가 큰 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것은 금방 사라지지도 않지. 가슴이 아프다는 건... 뭔가 가슴에 자꾸 사무치는 거야. 그건 내가 너의 가슴 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 거야. 흔적....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아. 희망이란 것도 멀리 있지 않아.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연어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연어´라는 책 속에는 마치 시어와도 같이 맑고 청명하고 아름다운 글 귀절이 페이지마다마다에 씌여져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것은 마음에 있는 것이고, 그 마음이 전해지고 전해져 사랑 가득한 세상이 되는 것. ´연어´가 내게 준 메시지이다.
오늘도 조금은 고되었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무거운 어깨를 짊어지고 두 아이가 기다리는 아파트 집 엘리베이터 속에 들어선 나, 거기서 만난 우리의 꼬마 이웃에게, 내 손에 들리워진 따뜻한 붕어빵 하나를 쉽게 건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연어´ 때문이었다. 그 아이의 상냥한 인사와 미소에서 난 또 하나의 ´해맑은 연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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