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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
강병석 : <궁예>

출판사 : 태동출판사 / 출판일 : 2000/4/15 / 쪽수 : 360

<호흡,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역사는, 아니 역사적 진실은 결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정도 근사치에는 접근할 수 있다고 하여도 실체는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저 너머에 존재한다는 것. 그렇다.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궁예라는 인물이 학교에 다닐 적에 국사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흉폭하고 잔인한 인물이기만 한 것인지 아니면 이 책에 쓰여진 대로 인자하고 백성만을 위했던 이상적인 군주상 바로 그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역사는 항상 승자의 입으로 구술되어지기에 항상 승자는 정의의 사도요 백성을 구한 영웅이고, 패자는 천하에 없는 불한당이지만, 그 승자를 대변하는 역사책인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도 젊어서의 궁예는 바로 백성의 영웅이었다고 말한다는 것. 이 책은 바로 그 영웅 궁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세 권짜리 장편소설책이다.
우선 이 책이 재미있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삼국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읽고 있는 내내 들었는데, 삼국지는 먼 남의 땅의 남의 민족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바로 우리 민족, 우리 조상의 이야기였기에 흥미로움이 더했다. 또한 작가가 천년도 더 된 역사적 사건을 현장에 직접 발로 뛰어다니고 손으로 기록하는 수고를 하여 역사적 사실에 근접하려고 노력한 끝에 내놓은 작품이라는 설명이 있어서 그런지 마치 내가 천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여 역사적 인물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이 책의 주인공 궁예는 자신의 궁극적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자신이 가장 신임하던 장군인 왕건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인물이다. 그러나 실은 그가 임금의 자리를 단지 왕건 한사람에게 물려준 것이 아니라 왕건을 위시한 귀족세력인 호족들에게 빼앗긴 것이라고 말해야 옳으리라.
궁예의 이상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국호를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로 정함으로써 외세의 세력을 등에 업은 허울뿐인 통일로 인해 읽어버린 우리민족의 광활한 영토를 다시 찾고야말겠다는 것, 둘째 그렇게 되찾은 우리영토에 하나의 나라로 하나의 깃발을 세워 모든 백성이 귀천이 없이 다 평등하게 살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가 바라던 ´사민평등´이라는 사상으로 인해 부하 장수들에게 버림받게 된다. 그들은 범인(凡人)으로서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궁예의 인간됨과 숭고한 이상은 인정했지만 실질적인 이득을, 현생에서의 부귀영화를 꿈꾸었던 그들에게 궁예의 생각은 단지 이상향, 즉 이 세상이 아닌 하늘나라에서나 이룰 수 있는 유토피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게 역사를 움직인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했고, 지금 내가 살고 이 시대의 역사는 먼 훗날 천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될까 궁금하게 여기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여타의 소설과는 다른 결말로써 끝을 맺는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나는 만약 궁예가 호족들을 달래가며 그의 사상을 조금 유연하게 펼쳤으면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역사를 가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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