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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젊은 날
시바타쇼 : <그래도 우리 젊은 날>

역자 : 김성연 / 출판사 : 한마음사 / 출판일 : 1993/12/1 / 쪽수 : 192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내게도 꼭 그렇다. 만화영화, 만화책, 엑스재팬과 일본제 전자제품 등은 익숙하게 보고 자연스럽게 듣고 아무렇지 않게 써도 실상 일본의 문화나 역사나 사람들에 대해서 난 잘 모른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일본은 내가 써대는 그 상품들과는 별개로 배은망덕하고 후안무치한 못돼먹은 그야말로 상종하기도 싫은 종자들이 사는 나라라고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다 같은 번역 출판된 책인데도 유럽이나 미국 하물며 러시아 소설까지도 아무런 부담 없이 술술 잘도 읽고 널널한 마음으로 기꺼이 이해하고 감싸안음에 주저함이 없는데 유독 일본의 소설, 일본인의 글은 배배꼬인 마음에 쳇! 하는 심정으로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뭐 마려운 사람마냥 안절부절 하니 책을 읽고도 ˝순수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지 못한다.
만약 나와 같은 선입견을 가진 이가 또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청춘! 이 단어가 주는 떨림이란 언제 어디서 불려져도 가슴쓸며 뒤돌아보게 만드는 아스라한 기억 하나 쯤이지 싶다. <그래도, 우리 젊은날>은 그런 소설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빛바랜 청춘의 감정에 겨운 주절거림이 아니라 우리, 아름다웠지만 상처받은 젊음을 정면으로 관통했던 시대에 대한 생생하면서도 덤덤하고 애잔한 비극적이고 희망적인 기록물이다.
연애 소설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그래도 난 역시 사랑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매년 5월이면 TV에 소개되는 ´광주 이야기´처럼 이 책이 쓰여진 배경엔 우리가 건너온 80년대 피 터지는 학생 운동과 일맥 상통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격렬하고도 순수한 열정에 차있는 고뇌하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쓰여 있다.
나처럼 운동권에 몸담은 적도 없었고, 또 그런 행동을 의심 없이 실천하게끔 만드는 사상이나 이념에도 도통 관심이 없었던 이가 읽는다면 조금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하지만 청춘은 다 같은 청춘이지 않은가, 내가 시시한 연애소설 나부랭이나 읽다 내 청춘을 거덜냈던 이 책의 등장인물들처럼 조국과 당과 이념을 위해 청춘을 불살랐던 그래서 누군가는 공허함을 이기지 못해 재만 남은 젊음을 의미 없이 흩어버린다 해도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을 더 없이 사랑했고 인생을 지독히도 진지하게 살려고 했다는 점은 모두 같다.
그래서 다 아름답다. 청춘은 상처투성이로 아름답다. 가장 깊은 밤은 새벽으로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다. 그러니 절망은 희망에 도달하기 목전이다.
싸아한 초겨울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에 잠기고 싶을 때 어떤 이와도 입을 떼서 말하고 싶은 않을 때 읽는다면 베인 상처처럼 아릴 것이고, 그 깊이 만큼 상쾌한 책이 될 듯 한데 아껴두었다 혹은 기억해두었다 그때 한 번 꺼내서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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