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왜 이렇게 잘못했던 일들만 생각나는지 |  | |
| 무슨 대단한 일을 하면서 산다고 주말에
영화 한 편 함께 봐주기가 짜증이 났는지. 어차피 잘 거면 언젠가 말을 놓지 못했던
그때처럼 손 한 번 잡아주고 옆에서 잘 수도 있었는데,
그런 거 저런 거 이해 못할 애도 아니고, 자다 혹시 내가 이를 갈거나
잠꼬대를 해서
옆사람들이 눈치를 주면 죽어도 사과 안하는 나 대신 무슨 큰 죄나 지은 애처럼
자기가 사과하고 원래 이 사람 잠이 좀 부족한 사람이니까 이해를 해달라고.
내 신경 쓰느라고 무슨 영화를 봤는지 잘
떠올리지도 못하면서 오빠랑 영화 보면 괜히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한 번도 못 먹어 봤다는 소주를 장난 삼아 몇 잔 먹였을 때, 할 말은 많은데
취해서……미안해요. 내가……안되는 거 알지만요…….
오빠한테 힘이 좀 됐으면 하는데……
취해서 미안한데…….
그래요, 난 그게 취한 거보다 더 미안해요……,
아무 힘이 못된 다는 게. 이렇게 예쁜 마음 보여주는 애였는데,
이 병신이 기껏 한다는 소리가, 니가 무슨 건전지니, 힘을 주게. 집에나 가자.
무슨 대단한 사람을 사귀고 있다고 갑순이 장난감까지 챙기며 만나줬는지.
강아지는 성장기를 잘 보내야 한다고, 그래야 갑순이가 보고 배운다고,
갑순이가 아무나 보고 안기고 잘 안 짖는건 순해서 그래요.
착해서 남 먼저 생각할 줄 알고, 대충 손해 보고 살고 갑순이는 주인 잘 만났어요.
주인 닮아서 저렇게 순해요.
내가 침대에서 재운다니까 일어나 보면 서로 끌어 안고 자고 있었다고,
가끔 목욕도 시켜주고 털도 빚겨준다니까 그 쪼다가 그게 부러워서
세상에 강아지가 부러워서 그렇게 바보처럼 생긴, 사람 말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눈만 멍창히 뜨고 있는 갑순이에
게, 넌 어쩜 이렇게 예쁘게 생겼니. 오빠가 목욕시켜주니까 참 좋지.
얼마나 좋을까. 오빠 냄새도 맡고 잘 수도 있고, 갑순인 너무 좋겠다.
얼마나 대단한 사랑을 하고 헤어진다고, 어쩌면 그렇게 떠나가는 게
당연한 건데 피 죽도 못 먹고 사는 사람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타나서는,
다 아니깐요. 오빠가 무슨 맘으로 내게 이러는지 다 아니까 그 마음 고마워서
참고 살았는데……, 더 이상 오빠 힘들게 안할라구요.
나만 좋자고 나 하나 행복하지고……, 그 마음 고마우니까
내가 먼저…… 고마우니까.
그 쪼다가 뭘 안다고 내가 언제 한 번 자기를 챙겨줘봤다고 그러는지.
그 쪼다가 끝까지 고맙다고 할 때에는 왜 그렇게 한 대 때려주고 싶었었는지.
나는 정말 졸려서 안 만나는 거고, 정말 귀찮아서 피한 건데, 만나서 할 말이
없어서 담배만 피우다 들여보낸 것이고, 술기운에 단지 술기운에 그날 졸면서
본 영화의 슬픈 대사가 떠올라 눈물 한 번 보인건데 누가 자기를 위해서
그랬다고 착각하는지. 원래가 싸가지 없는 놈으로, 마음속에 담고 살아갈
가치조차 없는 놈으로네 기억 속에 남겨야 했는데…….
가끔 그 쪼다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지면,
별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한때 알고 지냈던 사람이니까,
단지 그 이유로 사는 모습 궁금해지면 왜 그렇게 잘못했었던 일들만
생각이 나는지. 워낙에 착한 마음을 가진 애니까 세월이 흐르다보면
이런저런 일 다 용서 받을 수 있어도 내가 지를 사랑했었다고 생각하게 하면
안되는 거였는데. 나보다 지를 더 사랑해서 그랬다는 걸 알게 한 거,
그 잘못은 다시 태어나 또 한 번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것 같아 속이 상하지. 자꾸 미안해지는 거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