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벙어리 편지 1 |  | |
| 나는 말을 할 줄 모르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나를 당신들은 벙어리라고 부르더군요.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저 역시 크게 하고 싶은 말은 없었던 때라 살아가는데 큰 불
편은 없었으니까. 다만 가끔씩 누군가 내 생각을 읽어주고 내 마음을 함께 느껴주었
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바람 따위는 조금 있었지요. 그렇지만 워낙에 힘
든 일이었고, 내게는 두 번 죽었다 깨어나도 일어나 줄 것 같지 않는 일이었기에 그
런 마음이 커질 때마다 괜찮아 괜찮아. 그 대신 나는 더 많은 생각으로 살 수 있잖
아. 위로하고, 말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행복하다며,
스스로 다독거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얘기를 함께 만들어준 그녀를 만났지요. 참 착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착한 맑은 마음을 가지며 살아올 수 있었는지.
처음에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고 내 몸짓이나 표정만으로도 내 마음을 읽어
주는 눈빛에 끌려 편하게 기대고 살았었는데 어느날 아침 눈을 떠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내 마음을 대충 읽어주고
다독거려 주는 정도가 아니라 지난 세월과
나를 스치며 지나쳤던 사람들이 남기고 간 상처를 감싸주고 있었습니다.
눈물 한 번 보인 적 없는데,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무슨 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었는지 애써 몸짓 보이지 않아도 그렇게 다 알고 따뜻하게 안아주던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아마도 행운의 여신이
다른 사람에게 쏘려던 행운의 화살을 내게 쏘았나 봅니다.
그리고 그 잘못 쏜 화살을 실수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던가 봅니다.
나는 그 화살을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하게 내 마음 깊숙히 꼭꼭 숨겨놓았습니다. 그러믄요. 너무너무 행복했죠.
매순간 그녀에게 감사했고, 이 감정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떻게 갚아주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감사함의 마음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손짓 발짓 없이도 내가 기분이 어떤지, 어디가 아픈지, 왜 짜증을 내는지
알아주던 사람. 아! 이 사람에게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나?
한참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몇 밤을 고민한 끝에 사랑해요 라는 말을
건네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처럼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할 테니
내가 힘겹더라도 노력해야지 다짐을 했습니다.
「아니예요, 틀렸어요.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건 그게 아니예요. 생각을 바꿔주세요.」
이상한 일이었지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얼굴까지 하얗게 질려가며 말리는
그녀가. 그러나 나는 당장 내 인생이 끝난다 해도 남기고 갈 말은, 사랑해요. 당신 뿐이라
내 마음을 설명하며 간절히 너무도 간절한 몸짓으로 부탁을 했습니다.
「아닌데요. 제발 그건 아닌데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영원히
잃게 될 건데요.」
그때 나는 그 소중한 것이 내 목숨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머지 삶. 그래 어차피 생명의 소중함을 그녀 때문에 알고 살게 되었으니
그녀를 위해 버릴 수 있다면 오히려
행복할 거란 확신을 가지고 말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가르치는 그녀 역시 힘에 벅찼는지 얼굴이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지요.
그때마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사랑을 말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얼굴이 다시 밝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노력에 노력을 다했습니다.
어느날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 마음 정도는 아름다운 말들로 표현할 수가
있게 됐지요.
사랑해요. 당신에게 감사해요.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내 말을 듣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며
그녀는 쓰러지고 있었습니다.
내 노력에 감동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녀의 얼굴색이
너무 하얘져 있었습니다.
「고마워서 그래요. 괜찮아요. 울지 마세요. 여기까지였나봐요.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이제 남들처럼 살아보세요. 미안해요……,
여기까지였나봐요.」
더욱 가슴이 내려앉았던 것은 그녀가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를 전혀 읽어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녀의 마음은 읽혀지지 않았지요.
그때부터 빌었습니다. 내가 숨을 조금 덜 쉬고 산다해도 괜찮으니 그녀를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게만 해준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그녀의 얼굴에는 점점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아! 행운의 신에게 빌어야 되겠구나. 내가 화살을 숨기고 돌려주지 않은
심술을 그녀에게 부리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빌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행운의 화살도 돌려주고 더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내 목숨이라 할지라도 웃으며 건네줄 수 있다고 무릎을 꿇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녀를 일어나게 해달라고 다시 예전처럼. 맑은 마음으로 착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나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런 나를 당신들은 벙어리라고 부르더군요.
내가 한때 말을 할 줄 알았다고 아무리 정교한 손짓 발짓으로 설명하고,
선한 마음의 어느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다고 설명해도 당신들은 믿어주지 않더군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살게 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며 살면 되니까.
예전과 틀려진 건 하나, 어느 얼굴이 몹시 보고 싶어진다는 것,
그럴 때면 아무것도 못하고 가슴만 친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그때 눈물이라도 나와주니 조금 덜 답답합니다.
어디에 누구와 있던지 두 번 다시 눈물 흘려지는 일 없이 살았으면
그것으로 행복해야지요.
다시는 말을 배우지 않겠지만 그래도 살다가 어쩔 수 없이 살았으면
배우게 된다면 그 이름 한 번 큰 소리로 불러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지금 이렇게 많이 울어두는 이유는 혹시나 그 이름이
불러질 날 올 때 눈물 없이 불러보고 싶어서입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