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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집안에 있다 / 최인호

... 부처님은 집안에 있다 ...

당나라 때 양보(楊補)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찍부터 불법에 심취해 있었다. 때마침 무제보살(無際菩薩)이란 사람이 있어 불법에 능통하다고 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양보는 집을 떠나 먼길을 출발하였다.

가는 도중에 찻집에 들러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있는데 노인 한 사람이 양보에게 “어디로 가는가”하고 물었다. 양보는 “무제보살이라는 훌륭한 스님이 있어 사천으로 그분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노인은 다시 물었다. “그분을 만나서 무엇을 하려고.” 이에 양보가 “불법을 이루어 부처가 되고 싶어서 찾아갑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노인은 껄걸 웃으며 말했다. “부처가 되고 싶으면 부처를 만나서 그분을 스승으로 삼으면 되지 어째서 그 먼길의 사천까지 가서 보살을 만나려 하는가. 보살을 만나느니 부처를 만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 말을 들은 양보는 반색을 하며 “그러하면 노인께서는 부처가 있는 곳을 알고 계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알다마다”하고 대답하고는 “지금 곧바로 집으로 가면 신발도 거꾸로 신은 채 뛰어나와서 맞는 사람이 있을 걸세. 바로 그분이 부처님이시라네”라고 했다.

그 길로 양보는 생각을 바꿔 집으로 돌아갔다. 밤늦게 집에 도착한 양보는 문을 두드리는데 바로 그 순간 노인의 말처럼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달려나오는 부처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부처가 바로 어머니였던 것이다. 이에 크게 깨달은 양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부처님은 집안에 있다(佛在家中).’

지난 광복절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50년만에 어머니를, 아버지를, 아내를, 형과 동생을 만나서 눈물 바다를 이뤘다. 그러나 이 민족적인 비극의 현상을 보면서 우리가 진실로 깨달아야 할 진리는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통해 처절하게 느껴지는 가족의 소중함일 것이다.

21세기에 이르러 가장 무서운 현대의 비극은 가정이 해체되고 파괴되는 데 있다. 미국에서는 두 사람 중 한사람, 유럽에서는 세 사람 중 한사람, 한국에서는 일곱 사람 중 한사람이 평균 결혼생활 10년만에 이혼해 가정이 파괴된다고 통계는 말하고 있다. 그 뿐인가. 이미 우리나라 주부 2명 중 1명은 뱃속의 아이를 죽이는 인공중절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은 핵전쟁보다 더 무서운 살상력을 지니고, 우리 아이들의 영혼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어머니 스스로 뱃속의 아이를 죽이는 수술은 일종의 비속살인이다.

또 모든 가정에서 일어나는 무자비, 무관심,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폭력과 극단적 이기주의는 고문경관 이근안의 고문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 왜냐하면 부모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만 줄 뿐 절대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내 어머니가 바로 50년만에 만나서 통곡할 수 있는 그런 존재이며, 내 아내가 50년만에 만나서 그 손에 금가락지를 끼워줄 수 있는 그런 존재이며, 내 형제가 정말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하고 보고 또 보고 확인해 보는 바로 그런 존재로 모든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절대적 만남의 대상임을 깨닫는데 있을 것이다.

옛 삼한시대 우리나라에서는 소도(蘇塗)라는 이름의 신단(神壇)을 만들었다. 이것은 신성한 곳이기 때문에 누구도 범접치 못했다. 우리의 가정은 ‘소도’다. 이것은 신성한 곳이며, 하느님께 제사지내는 성역이며, 부처님이 살고 계신 정토(淨土)이다. 예수는 교회에만, 부처는 사찰에만 살고 있지 않다. 우리 가정에는 어린 예수가, 작은 부처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위로받을 수 있는 최고의 피난처이며, 귀신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 남편과 아내, 그리고 우리의 자식은 알 수 없는 저 신비한 곳에서 내려온 신성한 손님들인 것이다.

그렇다. 가정이야말로 가장 무시무시한 인생의 격전장이다. 치열한 사랑과 치열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오늘을 사는 우리 가족 모두는 십자군의 전사가 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최인호/소설가)

- 2000/9/4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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