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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存在)
나의 왼손 오른손이 팔에서 슬그머니 빠져 나오더니 무겁고 단단한 세상의 틈에서 서서이 용광로 쇳물처럼 녹는다 내가 원하는대로 구부러진다 잠깐 그대로 서서 가만히 보라 무겁고 단단한 것은 형체가 없다 흐르는 물 위에 나뭇잎처럼 떠서 가고 하늘 공중에도 구름처럼 떠서 간다 무겁고 단단한 것은 침투한다 인간의 머리에 동물의 혈관에 식물의 뿌리에

나의 왼쪽 눈 오른쪽 눈이 머리에서 쏜살같이 달려 나오더니 무겁고 단단한 세상의 사이에서 활활 불처럼 타오른다 네가 원하는대로 부서진다 잠깐 그대로 누워서 보라 무겁고 단단한 것은 색깔을 가지고 있다 낮에는 동굴의 암흑으로 밤에는 무지개 별빛으로 무겁고 단단한 것은 이름이 없다 무겁고 단단한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무겁지 않고 단단하지 않다

무겁고 단단한 것은 내속의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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