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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죽음
현진건 : <할머니의 죽음>

출판사 : 범우사 / 출판일 : 2001년 11월 15일 / 페이지수 : 216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저녁,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오래 전에 산 현진건 단편집을 꺼내보게 되었다. 더위나 식힐까 하고 읽기 시작한 단편은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소설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있었던 일이었나? 하는 생각을 뒤로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예전에 읽어보았던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 <불>, 등의 소설처럼 이 작품 역시 현진건님의 소설답게 구수한 글 솜씨와 서민들의 애달픈 삶, 또 글의 결말부에 쓸쓸한 여운이 남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의 죽음은 나에게 있어서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죽음을 문턱에 놓고 계신 할머니는 가끔 정신을 놓치시는 일이 많지만 하루, 이틀...일주일... 자손들의 간호 속에 가쁜 숨을 연명하고 계신다. 생가에서 온 ˝조모 병환 위독˝이라는 전보를 받고 급히 할머니를 찾아간 ´나´는 항상 있었던 일처럼 이번에도 항상 아프시던 할머니가 또 위독해지셨구나 하며 혹시 이번엔 상을 치르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조급한 마음으로 생가로 간다. 이미 많은 자손들이 할머니의 죽음을 염려하며 생가에 모여들었지만...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자손들이 정말 할머니의 죽음을 걱정하여 모여들었는지 의문이 생겼다. 겉으로는 효도하는 것처럼 밤새 할머니를 간호하고 뒤를 가리지 못하는 할머니의 이불이며 옷가지를 빨아드린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명분만 내세운 체면치레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의 관을 미리 마련해 놓고, 가끔 정신을 놓쳐 이상한 말씀을 하실 때 그걸 큰 화재거리인양 크게 떠들고, 엉덩이에 욕창이 생길 정도로 누워 계시기만 고집하고, 비록 욕창이 생겼어도 한 번 일어나 앉고 싶으신 할머니를 꿋꿋이 말리며 누워 계시는 것이 아프지 않다고 말리는 사람들, 시간이 지나도 계속 병세가 오락가락하는 할머니를 보고 자신들의 개인적인 일도 많은데 할머니 곁에만 있으려니 답답한 맘에 언제 돌아가실 지 의사에게 물어보는 자손들...
겉으로는 지극 정성으로 병간호하는 것처럼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할머니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 좀 일으켜줘˝
´나´는 누워 계시는 할머니가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할머니를 일으켜 드리려 하지만 이것을 본 ´중모´는 할머니가 욕창 때문에 일어나시면 아파하시니 일으켜 드리지 말라고 하셨다. 난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할머니가 몹시 가엽게 생각됐다. 비록 상처로 인해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더 할머니가 원하는 것은 답답함을 달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할머니는 자손들의 간호 때문인지 어쩐지 죽음을 얼마 남기지 않았다는 의사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일어나 앉아 진지까지 드실 정도로 병이 회복되셨다. 그리곤 할머니의 병이 호전되셨다는 소리를 듣고 할머니를 찾아온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혼자 일어났지, 어떻게 일어나긴. 흉악한 놈들, 암만 일으켜 달라니 어데 일으켜 주어야지, 인제 나 혼자라도 일어난다˝ 하며 자랑스럽게 대답하셨다.
´나´는 할머니에게 의사들이 곧 할머니 병이 나을 거라는 말을 하고는 다시 생가를 떠나 살고있는 서울로 올라왔지만 어느 아름다운 봄날... 친구들과 놀러가려던 나는 전보한 장을 받게 된다.
˝오전 3시 조모주 별세.˝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아쉬운 여운이 남았다. 또 할머니의 애석한 죽음에 가슴이 아팠다. 꼭 한 번 일어나 앉고싶어하셨던 할머니... 그만큼 삶에 대한 애정도 컸을텐데...
할머니를 좀 더 세상에 남겨두지 못한 것은 자손들의 체면치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묻사람들에게 존경심을 느끼게 하는 효자이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할머니의 마음도 모르는 흉악한 놈들! 작가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정성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겉으로 정성을 다 하는 것처럼 보여져도 그 정성을 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겉으로 보여지기 위한 것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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