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에 쓰면 안 되는 표현
각서 마스터·9분·
문장이 셀수록 문서가 강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범위를 뭉갠 문장일수록 나중에 읽히지 않아 힘을 잃습니다. 모든 손해, 일체의 소송, 이의 없음처럼 대상을 비운 표현과 근로 관계의 위약금 조항, 각서 본문에 적어 둔 강제집행 인낙 문구가 대표적입니다.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며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 강제집행 인낙 문언은 공정증서에 적혀야 집행권원이 되고 사문서에 적어 두는 것으로는 효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
확인된 손해액 ○○○원을 ○년 ○월 ○일까지 지급한다
일체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 각서에 적은 ○○○ 건에 관하여 오늘까지 확인된 손해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위 내용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위 ○항의 금액과 기한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표현이 세다고 문서가 세지지 않습니다
각서를 망치는 문장은 대부분 강해 보이려다 만들어집니다.
각서를 쓰는 자리에서는 누구나 문장을 세게 만들고 싶어집니다. 받는 쪽은 확실하게 붙잡아 두고 싶고 쓰는 쪽은 진심을 보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모든이라는 낱말이 들어가고 일체라는 낱말이 들어가고 절대라는 낱말이 붙습니다.
그런데 문서가 실제로 쓰이는 자리에서는 반대로 작동합니다. 강한 낱말은 대상을 넓히는 낱말이고, 넓어진 대상은 특정되지 않은 대상과 같은 뜻이 됩니다. 나중에 그 문장을 읽는 사람은 무엇을 약속한 것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좋은 각서 문장의 기준은 세기가 아니라 읽힘입니다. 몇 달 뒤에 처음 보는 사람이 그 문장만 읽고 무엇을 언제까지 하기로 했는지 말할 수 있으면 충분하고,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단호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래는 실제로 자주 들어가는 문장을 성격별로 묶은 것입니다. 금액이 빈 것, 대상이 빈 것, 법이 아예 막아 둔 것, 자리를 잘못 찾은 것 순서입니다.
금액을 비운 문장
책임만 인정하고 크기를 남겨 두면 그 크기를 두고 처음부터 다투게 됩니다.
가장 흔한 문장이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겠다는 것입니다. 받는 쪽은 상한 없이 붙잡아 둔 기분이 들고 쓰는 쪽은 당장 숫자를 적지 않아도 되니 넘어가기 쉽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편해 보이는 문장인데 양쪽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받는 쪽부터 봅니다. 이 문장에는 금액이 없으므로 공정증서로 만들어 집행으로 가는 길이 애초에 열리지 않습니다. 결국 재판으로 가야 하고 그 자리에서는 실제로 얼마의 손해가 났는지를 다시 증명해야 합니다. 각서를 받아 둔 의미가 크게 줄어듭니다.
쓰는 쪽은 더 위험합니다. 금액이 없다는 것은 상한도 없다는 뜻이어서, 상대가 나중에 어떤 액수를 들고 나오더라도 그 문장 자체는 반박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무제한의 책임을 인정한 문장으로 읽힐 여지가 남습니다.
고치는 방향은 단순합니다. 지금 확인된 손해를 숫자로 적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정할지를 따로 적는 것입니다. 확정된 것과 확정되지 않은 것을 한 문장에 섞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상을 비운 문장
무엇에 대한 약속인지가 없으면 그 약속은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흐려집니다.
다음으로 흔한 것이 앞으로 일체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장입니다. 합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거의 관용구처럼 붙는데, 이 문장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문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약속 자체는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그런 약속이 살아남으려면 갖춰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리관계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합의 당시에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특정한 권리관계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사기나 강박 같은 하자가 없어야 합니다.
일체라는 낱말이 걸리는 곳이 세 번째입니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포괄적인 약속은 그 요건에서 멀어지고, 그만큼 힘이 약해집니다. 그러면서도 서명한 쪽에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인상을 남겨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만듭니다.
두 번째 요건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합니다. 합의할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손해가 나중에 드러난 경우에는 그 약속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 오늘까지 확인된 것으로 대상을 끊어 적는 편이 오히려 그 합의를 살립니다.
앞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적어 두는 것도 사정이 같습니다. 무엇에 대한 이의를 말하는지가 없으면 포기한 범위가 정해지지 않고, 정해지지 않은 포기는 나중에 다시 다투어집니다. 조항별로 어디서 효력을 잃는지는 무효가 되는 각서 조항을 다룬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법이 아예 막아 둔 문장
이 자리는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넣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회사와 직원 사이의 각서에는 다른 계통의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중도에 그만두면 얼마를 지급한다거나 계약을 지키지 못하면 얼마를 배상한다는 식으로 금액을 미리 정해 두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와 무관하게 물어낼 금액을 미리 정해 두면 그만두는 것 자체에 값이 매겨지고, 그 값이 근로자를 붙잡아 두는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그 부분은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대응이 이름을 바꾸는 것입니다. 위약금 대신 위약벌이라고 적으면 감액되지 않는다거나 성격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실무에서 널리 돕니다. 이 대응은 두 층에서 모두 어긋납니다.
먼저 민사 일반에서 보아도 그렇습니다.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계약서에 명문으로 위약벌이라고 적혀 있었는데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감액을 허용한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이름이 아니라 실질로 갈린다는 뜻이고, 그 사건과 판단 기준은 위반 시 조치를 적는 법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근로 관계에서는 그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금지의 근거가 민사 일반의 위약금 법리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무엇으로 붙이든 그 구조가 위약을 예정한 것이면 걸립니다. 어디까지가 금지되는 구조인지는 직장에서 각서를 요구받은 상황을 다룬 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리를 잘못 찾은 문장
틀린 문장이 아니라 다른 문서에 적혀야 하는 문장입니다.
마지막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각서 본문에 강제집행을 인낙한다고 적어 두는 경우인데, 문장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적힌 자리가 잘못되었습니다.
강제집행에 필요한 것은 집행권원이고, 사문서가 집행권원이 되는 통로는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 하나뿐입니다. 인낙 문언은 그 공정증서 안에 적혀야 의미를 갖고, 당사자끼리 만든 종이에 같은 문장을 옮겨 적어도 그 종이가 공정증서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문장이 위험한 이유는 오해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받는 쪽은 집행할 수 있는 문서를 확보했다고 믿고 안심하고, 쓰는 쪽은 이제 재산이 언제든 묶일 수 있다고 믿고 위축됩니다. 양쪽 모두 사실과 다른 전제 위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공증으로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리고 공증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두 가지 제도가 어떻게 다른지는 그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기서는 그 문장을 각서 본문에 넣는 것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까지입니다.
약속의 의지를 보이는 문장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그 문장이 이행을 확인할 기준이 되지는 못하므로, 무엇을 하면 지킨 것인지는 따로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넣어도 됩니다. 다만 사과와 약속을 한 문장에 섞으면 무엇을 약속했는지가 흐려지므로 문단을 나누어 적는 편이 읽기에 좋습니다.
문장을 빼자고 하기보다 범위를 좁히자고 제안하는 편이 대화가 쉽습니다. 오늘까지 확인된 부분으로 대상을 끊자는 요청은 상대에게도 손해가 아닙니다.
그 문장이 있다고 해서 문서 전체가 없어지지도, 그대로 다 인정되지도 않습니다. 어느 갈래에 놓이는지부터 가른 다음 필요한 자료를 모으는 순서로 접근하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고 적으면 안 되나요?
그 문장 자체가 무효는 아니지만 실익이 적습니다. 금액이 없어 집행권원이 될 수 없고 다툼이 생기면 결국 실제 손해를 증명해야 하며, 쓰는 쪽에는 상한 없는 책임으로 읽힐 여지가 남습니다.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유효한가요?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약속 자체는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특정한 권리관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있어서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포괄적인 문구는 힘이 약합니다.
위약벌이라고 적으면 감액되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 명문으로 위약벌이라고 적혀 있었는데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감액을 허용한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이름이 아니라 실질로 갈립니다.
각서에 강제집행을 인낙한다고 적으면 바로 집행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그 문언은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에 적혀야 집행권원이 되고, 당사자끼리 만든 사문서에 같은 문장을 옮겨 적는 것으로는 효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퇴사하면 위약금을 내겠다는 조항은 어떻게 되나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어 그 부분이 무효가 됩니다. 이름을 무엇으로 붙이든 구조가 위약을 예정한 것이면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