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 위반 시 조치를 적는 법
각서 마스터·8분·
각서에 적은 위약금 조항은 이름과 관계없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위약벌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감액을 피한다는 통념은 조문이 정한 방향과 반대이고, 명문으로 위약벌이라 적힌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되어 감액된 사례도 있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게 함 ·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위반 시 조치를 적는다는 것은 무엇을 적는 일인가
어겼을 때 얼마를 물어낼지를 미리 정해 두는 조항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것도 적지 않아도 법이 이미 정해 두고 있습니다. 어긴 쪽이 그로 인해 생긴 손해를 물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고, 다툼이 생기면 얼마의 손해가 났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문제는 그 따지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손해가 났다는 것과 그 손해가 얼마인지는 각각 증명해야 하는 사항이고, 증명하지 못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그래서 미리 금액을 정해 두는 방식이 쓰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얼마를 지급하기로 정해 놓으면 그 자리에서 손해액을 다시 증명할 필요가 줄어들고, 이것이 각서에 위약금 조항을 넣는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다만 이 조항은 이름이 여럿입니다. 위약금이라 적힌 것도 있고 위약벌이라 적힌 것도 있으며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 적힌 것도 있는데, 그 이름들이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가 이 편의 본론입니다.
이 자리에서 흔히 하는 선택
- 위반하면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고만 적는다
- 위약벌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니 감액되지 않는다고 본다
- 금액을 비운 채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고 적는다
- 각서 본문에 강제집행을 인낙한다는 문구를 넣어 둔다
- 회사가 받는 각서에 중도 퇴사 시 위약금을 적는다
문서에 남겨야 하는 선택
- 무엇을 어겼을 때를 말하는지 사건과 행위로 좁혀 적는다
- 이름이 아니라 그 조항이 하는 일을 기준으로 설계한다
- 지급하기로 한 금액을 숫자로 적어 크기를 확정한다
- 집행까지 염두에 둔다면 공정증서 쪽 절차를 따로 검토한다
- 근로 관계라면 그 조항이 금지되는 자리인지부터 확인한다
조문이 정해 둔 방향은 통념과 반대입니다
위약금이라고 적으면 위약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민법은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을 허용합니다. 정해 둘 수 있다는 것이 출발점이고, 각서에 금액을 적어 넣는 관행이 여기에 기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조문이 곧바로 조건을 붙입니다. 정해 둔 금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감액 권한은 당사자가 합의로 없앨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지막 항이 가장 자주 거꾸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약금이라는 이름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되어 있어서, 위약금이라 적으면 벌에 가까운 무엇이 된다는 통념과는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①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④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제1항 · 제2항 · 제4항
추정한다는 말은 반대되는 사정이 밝혀지면 뒤집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위약벌이라고 주장하려는 쪽이 그것을 따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하는 구조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액의 예정 쪽으로 놓입니다.
감액이 언제 가능한지도 조문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부당히 과다한 경우란 손해가 없다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자의 경제적 지위와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예정에 이르게 된 경위, 거래 관행 등을 고려해 그 금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해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았습니다.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취급이 다릅니다
감액할 수 있는가와 무효가 될 수 있는가에서 두 조항이 갈립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해가 났는지와 얼마인지를 증명하는 곤란을 미리 걷어 내려는 장치입니다. 금액을 정해 두었으니 그 금액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원칙이고, 과다하면 앞에서 본 조문에 따라 깎일 수 있습니다.
위약벌은 성격이 다릅니다. 손해를 메우려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게 만들려고 붙이는 제재이고, 그래서 손해배상과는 별개로 다루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그 대신 위약벌에는 감액이라는 장치가 없습니다. 대신 그 벌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다른 통로로 걸러지는데, 채권자가 의무를 강제해 얻는 이익에 비해 벌이 과도한 경우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한쪽은 깎이는 길이 열려 있고 다른 쪽은 통째로 또는 일부가 무너지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아래 표가 그 갈림을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 손해배상액의 예정 | 위약벌 | |
|---|---|---|
| 무엇을 위한 조항인가 | 손해액 증명의 곤란을 걷어 내는 것 | 약속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제재 |
| 기대는 조문 | 민법 제398조 | 제398조가 아니라 제103조의 문제로 다루어짐 |
| 법원이 깎을 수 있나 | 부당히 과다하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 감액이라는 장치가 없다 |
| 과도할 때 어떻게 되나 | 감액으로 조정된다 |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 |
| 실제 손해와의 관계 | 예정액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원칙 |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 |
표만 보면 받는 쪽에는 위약벌이 유리해 보입니다. 깎이지 않고 손해배상까지 따로 물을 수 있으니 그렇게 읽히는데, 실제로는 그 유리함이 그대로 손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는 다음 절에서 봅니다. 조항의 이름을 정하는 것과 조항의 성질이 정해지는 것이 같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위약벌이라고 적어도 그대로 되지 않습니다
성질을 정하는 것은 종이에 적힌 낱말이 아니라 그 조항이 실제로 하는 일입니다.
계약서에 명문으로 위약벌이라고 적어 두었는데도 대법원이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감액을 허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6년 7월 14일 선고된 2012다65973 판결이 그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약벌이라고 적어 두면 감액을 피할 수 있다는 안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렇게 적어 두고 안심한 쪽은, 정작 다툼이 생겼을 때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른 조항을 들고 서 있게 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갈리는지에 대해서는 이 지면에서 목록으로 정리하지 않겠습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된다는 것까지이고, 그 이상을 단정하면 읽는 분이 잘못된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실무의 결론은 조금 다른 쪽을 향합니다. 어느 이름을 붙일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무엇을 어겼을 때 얼마를 지급하기로 하는지를 좁혀 적는 시간이 문서를 더 튼튼하게 만듭니다.
이름으로 결과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어떤 위반에 대해 얼마를 지급하는지가 분명하면 이름은 위약금이든 배상액이든 큰 차이를 만들지 않습니다.
예정으로 다루어지면 부당히 과다한지가 따져져 깎일 수 있고, 벌로 다루어져도 과도하면 그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크게 적는 것으로 결과가 커지지는 않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다루어지면 정해 둔 금액으로 끝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제 손해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면 금액을 정하는 단계에서 그것까지 감안해 두어야 합니다.
적어도 소용이 없는 문구가 있습니다
강제집행을 인낙한다는 문언은 각서 본문에 적어 두는 것으로 힘을 갖지 않습니다.
위반 시 조치를 적으면서 그 아래 강제집행을 인낙한다는 문장을 덧붙인 각서를 자주 봅니다. 어기면 곧바로 재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넣는 것인데, 이 문장은 각서 안에 있는 한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재산을 처분하는 단계로 가려면 집행권원이 필요하고, 사문서가 거기에 닿는 통로는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입니다. 인낙 문언이 의미를 갖는 자리는 그 공정증서 안이지 당사자끼리 만든 종이 위가 아닙니다.
그러니 각서에 그 문장을 넣어 두는 것으로 절차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넣어 둔 쪽은 필요한 절차를 이미 마쳤다고 오해하기 쉬워서, 실제로 급해졌을 때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를 마주하게 됩니다.
집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문구를 늘리는 대신 공증 쪽 절차를 따로 알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공증을 다룬 편에서 정리했습니다.
근로 관계에서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민법은 위약금 약정을 허용하지만 근로기준법은 그것을 금지합니다.
지금까지 본 조문은 당사자가 위약금을 정해 둘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민사 일반에서는 그 전제가 유지되지만,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는 전제 자체가 뒤집힙니다.
근로계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는 계약은 근로기준법이 따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도에 그만두면 얼마를 물어내겠다는 각서는 민법의 감액 논리로 다툴 문제가 아니라 금지 조항에 걸리는 문제입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대응이 어긋납니다. 감액을 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조항이 살아 있다는 것을 전제하게 되는데, 금지되는 자리라면 애초에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직원에게서 받는 각서는 이 밖에도 무효가 되는 자리가 여럿입니다. 어느 조항이 어떤 이유로 걸리는지는 그 주제를 따로 다룬 편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면 각서에 위반 시 조치를 적을 때 실제로 해야 하는 일은 셋입니다. 무엇을 어겼을 때인지를 좁히고, 지급할 금액을 숫자로 적고, 그 조항이 금지되는 자리는 아닌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름을 무엇으로 붙일지는 그 셋을 마친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앞의 셋이 비어 있으면 어떤 이름을 붙여도 조항이 하는 일이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각서에 위약금을 적어도 되나요?
민법은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을 허용합니다. 다만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는 조건이 함께 붙어 있습니다.
위약벌이라고 적으면 감액을 피할 수 있나요?
피할 수 없습니다. 명문으로 위약벌이라 적힌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되어 감액된 사례가 있고, 성질은 붙인 이름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됩니다.
위약금이라고만 적으면 어떻게 다루어지나요?
민법 제398조 제4항이 위약금의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합니다. 위약벌이라고 주장하려는 쪽이 그 사정을 따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금액이 너무 크면 조항 전체가 무효가 되나요?
예정으로 다루어지면 무효가 아니라 감액의 문제입니다. 위약벌로 다루어지는 경우에는 과도할 때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각서에 강제집행을 인낙한다고 적으면 바로 집행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문언이 뜻을 갖는 자리는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 안이며, 당사자끼리 만든 각서에 적어 두는 것으로 집행 절차가 열리지는 않습니다.
회사에 써 준 각서에 적힌 위약금도 같은 기준인가요?
다릅니다.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은 근로기준법이 따로 금지하고 있어, 민사 일반의 감액 논리로 접근할 자리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