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유지 각서
각서 마스터·8분·
비밀유지 각서를 받아 두었다고 해서 그 정보가 곧바로 영업비밀이 되지는 않습니다. 법이 정한 세 요건 가운데 비밀로 관리했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뿐이고, 나머지 둘은 각서와 별개로 갖추어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가 정한 영업비밀의 요건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세 가지입니다.
- 비공지성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할 것
- 경제적 유용성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
- 비밀관리성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
서명을 받아 두는 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자리
각서를 받는 일은 보호의 시작이지 보호의 완성이 아닙니다.
비밀유지 각서는 여러 자리에서 오갑니다. 입사할 때 다른 서류와 함께 받기도 하고, 퇴직 절차에서 다시 받기도 하며, 외부 업체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주고받기도 합니다. 어느 자리든 목적은 같습니다. 여기서 알게 된 것을 밖으로 옮기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서명된 종이를 파일에 넣어 두면 그것으로 정보가 보호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생겨 무언가를 요구하려는 단계가 되면 그 종이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법이 보호하는 영업비밀에는 요건이 정해져 있고, 각서는 그 요건 가운데 하나를 뒷받침하는 사정입니다. 뒷받침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요건을 완성한다는 뜻이 아니라 판단 재료 하나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 문서를 다룰 때 필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각서가 채우는 자리와 채우지 못하는 자리를 아는 것, 그리고 채우는 자리라도 제대로 채우려면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아는 것입니다.
법이 말하는 영업비밀은 세 요건으로 이루어집니다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입니다.
영업비밀이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법에는 정의가 따로 있습니다. 아래 조문이 그것이며, 문장을 읽으면 요건이 셋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할 것입니다. 이미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방식이거나 공개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사내에서만 쓰던 것이라도 밖에서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라면 마찬가지입니다.
둘째는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입니다. 그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경쟁상 이점이 생기거나, 그것을 얻는 데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들었어야 합니다. 회사 안에서만 쓰던 자료라고 해서 전부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셋째가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입니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이 대부분 여기이고, 비밀유지 각서가 놓이는 자리도 정확히 이 세 번째입니다.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조문을 한 문장으로 읽으면 세 요건이 나란히 붙어 있다는 점이 잘 보입니다. 어느 하나만 갖추면 되는 구조가 아니라 셋이 함께 있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어떤 정보를 지키고 싶다면 먼저 그것이 실제로 이 셋을 채우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각서는 그다음 단계의 일입니다.
각서가 실제로 채우는 자리는 세 번째뿐입니다
비밀로 관리했다는 사정 하나를 만드는 것이 이 문서의 법적 실익입니다.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다는 것은 마음속의 의도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밖에서 볼 수 있는 사정들이 모여야 하고, 그 사정 가운데 하나가 그 정보를 다루는 사람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지우는 문서를 받아 둔 것입니다.
그러니 각서를 받는 일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닙니다. 나중에 이 정보를 비밀로 관리해 왔다고 말할 때 내놓을 수 있는 근거가 그 자리에서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아무 문서도 없이 그냥 알아서 지키겠거니 했다면 그 근거가 비어 있게 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틀립니다. 각서를 받았으니 이 정보는 영업비밀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앞의 두 요건은 각서와 무관하게 그 정보 자체의 성질에서 나오는 것이고, 서명을 몇 장 더 받는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래 표는 무엇이 각서로 채워지고 무엇이 채워지지 않는지를 갈라 둔 것입니다. 오른쪽 칸이 실제로 준비해야 하는 목록이기도 합니다.
| 요건 | 각서가 하는 일 | 각서 밖에서 필요한 것 |
|---|---|---|
| 비공지성 | 각서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 그 정보가 밖에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정 |
| 경제적 유용성 | 각서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 가치가 있거나 얻는 데 비용이 들었다는 사정 |
| 비밀관리성 | 관리했다는 사정 하나가 된다 | 접근 제한과 표시 등 실제 관리의 흔적 |
| 대상의 특정 | 무엇이 비밀인지 문서에 남는다 | 목록이나 분류 기준의 유지 |
| 의무의 존속 | 언제까지 지킬지가 정해진다 | 퇴직 등 관계 종료 시의 처리 절차 |
표의 위 두 줄이 이 글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자리입니다. 각서를 아무리 잘 써도 그 두 줄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아래 세 줄이 각서가 잘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잘하려면 그 안에 무엇이 적혀 있어야 하는지가 다음 절의 내용입니다.
무엇을 지킬 것인지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업무상 알게 된 일체라는 문장은 관리의 흔적을 남기지 못합니다.
비밀유지 각서에서 가장 흔한 문장이 업무상 알게 된 일체의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넓게 적어 두면 안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무엇을 비밀로 삼고 있었는지가 그 문서에서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리했다는 사정을 보이려는 목적에서 보면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범위가 회사 안의 모든 것이라면 그것은 특별히 무언가를 골라 관리했다는 표시가 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대상이 좁혀져 있으면 그 자체가 골라서 다루었다는 흔적이 됩니다.
받는 쪽 입장에서도 좁은 편이 낫습니다.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지킬 수 있고, 범위가 열려 있으면 퇴직 후에 어떤 일을 해도 걸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래 순서는 대상을 좁혀 적는 다섯 단계입니다. 기간에 관해서는 몇 년까지 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된 기준을 이 글에서 갖추지 못했으므로 숫자를 제시하지 않고, 정해 두어야 한다는 데까지만 적습니다.
- 지킬 정보를 업무 단위로 좁혀 적는다고객 명단, 단가표, 설계 자료처럼 종류를 들어 적습니다. 회사의 모든 정보라는 표현으로는 무엇을 골랐는지가 남지 않습니다.
- 어떤 형태로 다루어지는지 적는다문서인지 파일인지 구두로 전달된 것인지에 따라 관리 방식이 다릅니다. 형태가 적히면 관리의 실제 모습과 문서가 맞물립니다.
- 무엇이 제외되는지 밝힌다이미 알려져 있던 것이나 스스로 개발한 것처럼 제외 범위를 적어 두면 나중에 다투는 폭이 줄어듭니다.
- 의무가 언제까지인지 정한다관계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지, 언제까지인지를 정합니다. 정하지 않으면 그 부분이 먼저 다투어집니다.
- 관계가 끝날 때의 처리를 적는다가지고 있던 자료를 반환할지 폐기할지, 언제까지 할지를 적습니다. 이 절차가 있으면 관리의 흔적이 한 번 더 남습니다.
다섯 단계를 마치면 이 각서는 무엇을 지키기로 한 문서인지가 스스로 드러납니다. 나중에 관리해 왔다고 말할 때 내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드러남입니다.
특히 셋째 단계는 서명하는 쪽을 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제외 범위가 없으면 원래 알고 있던 것까지 묶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경쟁사에 가지 말라는 약정과는 다른 문서입니다
정보를 옮기지 말라는 약속과 일하지 말라는 약속은 다루는 규칙이 다릅니다.
퇴직 절차에서 두 문서가 함께 나오는 일이 많아 하나로 묶어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성격이 다릅니다. 비밀유지는 특정한 정보를 옮기지 말라는 것이고, 경업금지는 일정 기간 같은 업종에서 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뒤쪽은 직업을 선택할 자유에 직접 걸리므로 검토의 무게가 다릅니다.
경업금지 쪽은 제한이 과도하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될 수 있고, 유효하다고 볼 사정은 회사 쪽이 주장하고 증명해야 하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판단 요소와 자세한 내용은 직장에서 각서를 요구받았을 때 편에 있습니다.
비밀유지 쪽은 그보다 받아들여지기 쉽지만 그렇다고 무제한은 아닙니다. 대상이 특정되지 않고 기간이 열려 있으면 사실상 일을 못 하게 만드는 결과가 되어 경업금지와 다를 바 없어집니다. 좁혀 적으라는 조언이 여기서도 같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이 글은 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한 영업비밀의 정의까지만 다룹니다. 침해가 있었을 때 어떤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어떤 제재가 따르는지는 다루지 않으므로 그 부분은 별도로 확인하십시오.
그렇지 않습니다. 비밀로 관리했다는 사정 하나가 될 뿐이고,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과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은 따로 갖추어야 합니다.
무엇을 지키기로 하는지 대상이 적혀 있는지부터 보십시오. 범위가 열려 있으면 이후에 어떤 일을 하든 걸리는 것처럼 작동할 수 있습니다.
몇 년까지 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된 기준을 이 글에서는 갖추지 못했습니다. 다만 정해 두지 않으면 그 부분이 먼저 다투어지므로 기간은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두 문서를 갈라 보는 이유는 하나를 받았다고 다른 하나까지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지키려는 것인지 이동을 막으려는 것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받는 쪽에서는 그 둘이 한 장에 섞여 있는 경우를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섞여 있으면 어느 조항이 어디까지 미치는지가 흐려집니다.
각서 한 장으로는 끝나지 않는 이유
문서와 실제 관리가 어긋나 있으면 문서 쪽이 먼저 무너집니다.
비밀유지 각서를 잘 만들어 두었는데도 정작 다투는 자리에서 힘을 못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개 문서에 적힌 것과 실제로 하고 있던 일이 어긋나 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대외비라고 적어 둔 자료가 누구나 열 수 있는 곳에 놓여 있었다거나, 퇴직자에게 반환을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 문서에 적힌 관리와 실제 관리 사이에 틈이 생깁니다. 그 틈은 상대가 먼저 지적합니다.
그래서 이 문서는 만들어 두고 잊는 종류가 아닙니다. 문서에 적힌 절차를 실제로 돌리는 일이 함께 가야 하고, 각서는 그 절차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아래 목록은 각서를 받은 뒤에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들입니다. 문서를 고치는 일보다 이쪽이 손이 더 갑니다.
각서를 받은 뒤에 함께 돌아가야 하는 것들
결국 이 각서의 값은 문장 자체보다 그것이 가리키는 실제 관리에 달려 있습니다. 문서는 그 관리를 밖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입니다.
반대로 지킬 것이 무엇인지 정하지 않은 채 서명만 모으면 남는 것은 종이뿐입니다. 대상을 정하는 일이 언제나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비밀유지 각서를 받으면 회사 정보가 보호되나요?
법이 정한 영업비밀의 요건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세 가지이고 각서가 뒷받침하는 것은 셋째입니다. 앞의 둘은 각서와 별개로 갖추어야 합니다.
업무상 알게 된 일체라고 적으면 안 되나요?
무엇을 골라 관리했는지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종류를 들어 좁혀 적는 편이 낫습니다.
퇴사한 뒤에도 의무가 이어지나요?
각서에 그렇게 정해 두었다면 이어집니다. 정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인지가 먼저 다투어지므로 기간을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비밀유지 각서와 경업금지 각서는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앞의 것은 정보를 옮기지 말라는 약속이고 뒤의 것은 일정 기간 같은 업종에서 일하지 말라는 약속입니다. 뒤의 것은 과도하면 무효가 될 수 있고 유효하다는 사정을 회사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각서를 안 받았으면 보호받지 못하나요?
각서가 없다고 곧바로 요건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밀로 관리해 왔다고 말할 때 내놓을 근거 하나가 비게 됩니다. 접근 제한이나 표시 같은 다른 사정이 그만큼 중요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