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지도 각서
각서 마스터·8분·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는 곧바로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취소할 수 있는 상태로 남습니다. 취소가 있기 전까지는 그대로 유효하고, 취소가 이루어지면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봅니다.
민법 제5조 제1항은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이를 어긴 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 대상이 아닙니다.
동의가 없으면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
취소가 있기 전 효력은 그대로 남는다
취소가 있으면 처음부터 무효로 본다
금액이 붙으면 다툴 폭이 넓어진다
다짐을 받아 두려는 자리에서 종이가 오갑니다
미성년인 학생을 상대로 무언가를 약속받는 자리는 어른끼리 주고받는 자리와 출발점이 다릅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어겼거나 되풀이될 조짐이 보일 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적어 두는 일이 있습니다. 학습을 돌봐 주는 곳에서도, 동아리나 단체 활동에서도, 이웃 사이의 다툼이 아이를 통해 벌어졌을 때도 같은 종이가 만들어집니다. 붙는 이름은 다짐서일 때도 있고 지도 각서일 때도 있습니다.
이 자리가 다른 각서와 갈리는 지점은 서명하는 사람의 나이입니다. 어른끼리라면 서명한 사람이 곧 책임의 주체가 되지만, 미성년자가 서명한 문서에는 조문이 한 겹을 더 얹어 둡니다. 그 한 겹을 모르고 만들면 나중에 그 종이가 어느 쪽에도 쓰이지 않게 됩니다.
먼저 이 글이 다루지 않는 것을 밝혀 둡니다. 학교가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고 어떤 절차로 무엇을 결정하는지는 교육 영역의 규정이 따로 정하고 있고, 이 글은 그 절차를 다루지 않습니다. 여기서 살피는 것은 미성년자가 당사자가 된 문서 일반에 조문이 무엇을 정해 두었는가입니다.
그러니 아래 표는 어떤 자리에서 어떤 문장이 오가는지를 늘어놓은 것이고, 오른쪽 칸이 이 글에서 하나씩 짚어 갈 지점입니다.
| 종이가 만들어지는 자리 | 흔히 적히는 다짐 | 이 글에서 짚어 볼 지점 |
|---|---|---|
| 같은 일이 되풀이될 때 |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 | 누구의 서명이 있어야 하는가 |
| 물건이 상했을 때 | 생긴 손해를 물어내겠다 | 금액이 붙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
| 다른 아이와 얽혔을 때 | 다시는 다가가지 않겠다 | 확인할 수 있는 문장인가 |
| 규칙을 어겼을 때 | 정해진 것을 지키겠다 | 언제까지의 약속인가 |
| 보호자가 함께 온 자리 | 보호자도 함께 확인하겠다 | 동의가 어떻게 남는가 |
둘째 줄에만 경고 표시를 붙인 것은 금액이 들어가는 순간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짐을 적는 일과 돈을 물어내겠다고 적는 일은 같은 종이에 있어도 서로 다른 규칙을 따라갑니다.
나머지 줄은 문장을 어떻게 적느냐의 문제입니다. 다만 그 문장을 누가 서명하느냐가 앞서 정해져야 하므로, 다음 절에서 그것부터 봅니다.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는 동의가 붙습니다
조문은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은 나이에 따라 스스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폭을 다르게 두었습니다.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그 출발점이고, 아래 조문이 그 문언입니다.
조문에는 예외가 함께 붙어 있습니다.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동의가 없어도 됩니다. 받기만 하고 내주는 것이 없는 자리, 지고 있던 부담이 사라지기만 하는 자리가 그렇습니다. 반대로 무언가를 하겠다고 스스로 부담을 지는 내용이라면 그 예외에 들지 않습니다.
다짐을 적은 종이가 어느 쪽에 놓이는지는 적힌 내용에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묶는 내용이라면 부담이 늘어나는 쪽이고, 물어내겠다는 문장이 붙으면 더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이런 종이는 대체로 동의가 필요한 자리에 놓입니다.
그다음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앞 항을 어긴 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어겼으니 곧바로 없던 일이 된다는 구조가 아니라, 되돌릴 수 있는 상태로 남겨 둔다는 구조입니다.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5조 제1항 (미성년자의 능력)
조문에서 눈여겨볼 것은 단서의 좁음입니다. 받기만 하는 행위와 부담을 면하기만 하는 행위 둘뿐이고, 그 밖의 것은 원칙으로 돌아갑니다.
덧붙여 이 글은 법정대리인이 누구인지, 동의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관한 확인된 기준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 부분은 단정하지 않고 남겨 둡니다.
취소되기 전까지는 그 종이가 살아 있습니다
되돌릴 수 있다는 것과 저절로 없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동의 없이 쓴 종이는 무효라고 설명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조문의 구조는 그와 다릅니다.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은 되돌릴 권한이 생긴다는 뜻이고, 그 권한을 쓰지 않으면 문서는 그대로 효력을 유지합니다.
이 차이가 실제로 갈리는 자리는 아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를 때입니다. 저절로 없어지는 구조라면 가만히 있어도 되지만, 되돌리는 구조에서는 되돌리겠다는 표시가 있어야 비로소 결과가 바뀝니다. 종이를 받은 쪽이 그것을 근거로 무언가를 요구해 오는 시점까지 아무 표시가 없었다면 그 상태 그대로 다투게 됩니다.
취소가 이루어지면 그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봅니다. 다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행위능력이 제한된 사람은 그 행위로 받은 이익이 남아 있는 한도에서 돌려줄 책임을 진다고 조문이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되돌린다는 말이 곧 아무 정산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 하나 붙는 것이 시간입니다. 되돌릴 수 있는 권한에는 기간의 제한이 따라붙고, 그 제한이 지나면 되돌릴 길이 닫힙니다. 기간의 값과 계산 방법은 각서를 다투는 방법을 다룬 편에서 정리했으므로 여기서는 제한이 있다는 사실만 짚어 둡니다.
- 두 가지동의가 필요 없는 예외
- 취소할 수 있음동의 없이 한 행위
- 효력 유지취소가 있기 전
- 처음부터 무효취소가 있은 뒤
정리하면 이 종이의 상태는 셋 가운데 하나입니다. 동의가 있어 그대로 유효하거나, 동의가 없어 되돌릴 수 있는 상태이거나, 되돌려져서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되거나입니다.
받는 쪽에서 보면 두 번째 상태가 가장 불안정합니다. 만들어 두고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문서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허락받은 재산을 쓰는 일과 새로 부담을 지는 일은 다릅니다
조문이 미성년자에게 열어 둔 것은 범위를 정해 허락한 재산의 처분까지입니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모든 자리에서 어른의 확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은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해 처분을 허락한 재산에 대해서는 미성년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고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이 조문 덕분에 일상의 거래가 굴러갑니다. 용돈처럼 쓰라고 건네받은 돈의 범위 안에서 물건을 사는 일마다 확인을 받아야 한다면 생활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범위를 정해 허락한 재산이라는 요건 아래 처분을 열어 둔 것입니다.
여기서 갈라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조문이 열어 둔 것은 이미 건네받은 재산을 그 범위 안에서 처분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무언가를 하겠다거나 얼마를 물어내겠다고 새로 부담을 지는 일까지 같은 자리에 놓은 문언은 조문에 없습니다. 용돈을 스스로 쓸 수 있으니 각서도 혼자 쓸 수 있다는 식의 연결은 조문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액이 적힌 종이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물어내겠다는 문장은 부담을 새로 만드는 쪽이고, 동의가 없으면 되돌릴 수 있는 상태로 남습니다. 받는 쪽에서 든든하다고 여겼던 문장이 정작 가장 흔들리기 쉬운 문장이 되는 구조입니다.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민법 제6조 (처분을 허락한 재산)
조문의 요건은 범위를 정하여 허락했는가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열어 둔 것이 아니라 허락의 범위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 조문을 근거로 미성년자가 무엇이든 혼자 결정할 수 있다고 읽으면 문언을 넘어서게 됩니다.
그렇다면 종이에 무엇을 어떻게 적을 것인가
서명란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이 문서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앞의 내용을 만드는 쪽에서 뒤집으면 할 일이 분명해집니다. 되돌릴 수 있는 상태로 남겨 두지 않으려면 동의가 있었다는 사정이 문서에 함께 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서가 나중에 읽혔을 때 무엇을 약속한 것인지가 그대로 드러나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방식까지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동의를 어떤 형태로 해야 하는지 정해 둔 기준을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아래 순서는 조문에서 도출되는 방향과 확인의 편의를 함께 고려한 것입니다.
덧붙이면 아이에게 적게 하는 문장의 폭도 함께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다짐의 강도를 높이려고 넓은 말을 넣으면 지켰는지를 확인할 수 없게 되고, 확인할 수 없는 약속은 어겼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 당사자가 누구인지부터 정한다이 약속을 지킬 사람이 학생 본인인지, 보호자가 함께 지는 것인지를 먼저 정합니다. 정해지지 않은 채 서명란만 만들면 나중에 누구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가 흐려집니다.
- 보호자가 확인한 자리를 따로 만든다학생의 서명란 옆에 보호자가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하는 칸을 따로 둡니다. 동의가 있었다는 사정이 문서에 남으면 되돌릴 수 있는 상태로 두지 않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약속을 행위 단위로 좁혀 적는다성실히 하겠다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겠다는 형태로 적습니다. 어디에서 언제 그런가 하는 조건이 붙는 약속이라면 그 조건도 함께 넣어 둡니다.
- 언제까지의 약속인지 적는다기간이 없으면 언제 지켜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한 번에 끝나는 일이라면 마감일을, 이어지는 일이라면 시작일과 끝나는 시점을 적습니다.
- 금액을 넣을지 마지막에 결정한다물어내겠다는 문장은 부담을 새로 만드는 자리라 동의 여부가 곧바로 문제 됩니다. 넣기로 했다면 보호자의 확인을 함께 받는 것을 전제로 하십시오.
다섯 단계 가운데 둘째가 이 문서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칸 하나를 더 만드는 일이므로 손이 거의 들지 않는데도 문서의 상태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셋째와 넷째가 비어 있으면 동의가 아무리 잘 남아 있어도 나중에 꺼내 읽을 것이 없습니다. 두 축은 함께 가야 합니다.
자주 어긋나는 지점 정리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은 지금 없다는 뜻이 아니고, 다짐을 적었다는 말은 책임이 정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주제에서 반대 방향으로 어긋나는 오해가 나란히 돕니다. 하나는 미성년자가 쓴 종이는 어차피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명을 받았으니 그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 다 조문과 어긋납니다.
앞쪽이 어긋나는 이유는 앞 절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되돌릴 수 있는 상태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아니고, 되돌리겠다는 표시가 있어야 결과가 바뀝니다. 게다가 그 표시에는 기간의 제한이 붙습니다.
뒤쪽이 어긋나는 이유는 두 겹입니다. 동의가 붙지 않은 문서는 흔들릴 수 있고, 설령 동의가 붙어 있더라도 각서 한 장이 곧바로 재산을 건드리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 사이에는 별도의 절차가 놓여 있습니다.
끝으로 강요의 문제도 같은 자리에서 겹칩니다. 겁을 주어 받아 낸 서명은 뒤에 다투어질 수 있고, 그 경우에도 결론은 곧바로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되돌릴 수 있다는 쪽입니다. 되돌리는 표시와 기간이 따라붙는다는 점도 같습니다.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동의가 없으면 되돌릴 수 있는 상태로 남을 뿐이고, 되돌리겠다는 표시가 없으면 효력은 그대로 있습니다. 다만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문서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동의와 사후의 인정에 관한 절차와 방식을 이 글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처음부터 확인란을 함께 두는 편이 나중에 다툴 일이 적다는 것입니다.
부담을 새로 만드는 문장이라 동의 여부가 먼저 문제 됩니다. 그 문턱을 넘더라도 금액이 적혔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회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리하면 확인할 것은 둘입니다. 서명란이 하나인지 둘인지, 그리고 적힌 문장이 확인할 수 있는 형태인지입니다.
이 둘이 채워지면 나머지 형식은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법이 이 문서의 서식이나 방식을 정해 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미성년자가 쓴 각서도 효력이 있나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 한 것이면 그대로 효력이 있습니다. 동의 없이 한 것은 취소할 수 있는 상태로 남으며, 취소가 있기 전까지는 효력이 유지됩니다.
동의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나요?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조문이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언가를 하겠다고 부담을 지는 내용은 이 예외에 들지 않습니다.
취소하면 그 각서는 어떻게 되나요?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봅니다. 다만 행위능력이 제한된 사람은 그 행위로 받은 이익이 남아 있는 한도에서 돌려줄 책임을 진다고 조문이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용돈으로 산 물건은 혼자 처리할 수 있는데 각서도 그런가요?
조문이 열어 둔 것은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해 처분을 허락한 재산의 처분까지입니다. 새로 부담을 지는 약속까지 같은 자리에 놓은 문언은 없습니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학교의 지도와 결정 절차는 교육 영역의 규정이 따로 정하고 있어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여기서 정리한 것은 미성년자가 당사자가 된 문서에 관한 민법의 골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