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로 쓴 각서를 다투는 방법
각서 마스터·8분·
강박으로 쓴 각서는 저절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취소하기 전까지는 유효하고,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여기서 추인할 수 있는 날이란 취소의 원인이 끝나 장애가 없어진 때를 가리키므로, 압박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기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146조가 정한 기간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며 이는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입니다 · 강요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무효라는 말부터 내려놓아야 기간이 보입니다
조문이 적어 둔 것은 없던 일이 된다가 아니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입니다.
협박을 받고 쓴 문서에 대해 가장 흔히 도는 설명이 무효라는 한 마디입니다. 듣기에는 명쾌하지만 이 표현이 독자를 가장 위험한 곳으로 데려갑니다. 무효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실제로 조문이 정한 것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민법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은 취소라는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효력이 없어진다는 뜻이고, 그 전까지는 각서가 살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두면 그대로 남습니다.
무효로 되는 국면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은 강박의 정도가 대단히 심해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여지가 완전히 박탈되고 법률행위의 외형만 만들어진 정도에 이른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두 길이 어떻게 갈리는지는 강요로 쓴 각서의 효력을 정면으로 다룬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룰 것은 그 갈래가 아니라 그다음입니다. 원칙인 취소의 길로 간다면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그 기간이 언제부터 세어지는가입니다. 여기를 잘못 알면 다툴 수 있었던 사안이 기간 하나로 정리되어 버립니다.
3년이 어디서부터 세어지는지가 이 편의 전부입니다
각서를 쓴 날이 아니라 압박이 끝난 날이 출발점입니다.
취소권에는 기간이 붙어 있습니다. 민법이 그 기간을 조문 하나로 정해 두었고 문장이 짧아 오해가 끼어들 틈이 적습니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민법 제146조 (취소권의 소멸)
두 기간이 나란히 적혀 있는데 성격이 다릅니다. 뒤의 10년은 법률행위를 한 날, 그러니까 각서에 서명한 날부터 고정적으로 흐르는 바깥 울타리입니다. 앞의 3년이 실제 사안에서 문제 되는 기간이고, 그 출발점인 추인할 수 있는 날이 어디인지가 갈림길입니다.
추인할 수 있는 날이란 취소의 원인이 종료되어 취소권을 행사하는 데 장애가 없어진 때를 가리킵니다. 추인할 수도 있고 취소할 수도 있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기간이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결론이 하나 따라 나옵니다. 협박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3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상대의 압박 아래 있는 사람에게 취소를 하라고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고, 그런 상태에서는 취소권을 행사할 장애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봅니다.
반대로 그 상태에서 벗어난 뒤로는 시간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직장을 옮겼거나 관계가 끊어졌거나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게 된 시점이 사안에 따라 그 자리가 됩니다. 언제 벗어났는지를 스스로 정리해 두는 일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 3년은 소멸시효와 성질이 다릅니다
상대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법원이 스스로 확인하는 기간입니다.
기간이라는 말이 붙으면 대체로 소멸시효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취소권에 붙은 3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이고, 이 차이가 실제 다툼에서 결과를 바꿉니다.
가장 큰 차이는 누가 그 문제를 꺼내는가입니다. 제척기간이 지났는지는 당사자가 주장하는지와 관계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합니다. 상대가 그 점을 언급하지 않아도, 상대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어도 법원 쪽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간을 넘긴 사안은 내용을 따져 볼 기회 자체가 오지 않습니다. 얼마나 부당한 각서였는지, 그때 사정이 어땠는지를 들고 가더라도 기간이 지난 것이 확인되면 그 앞에서 멈춥니다. 아래 표는 이 성질이 실제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를 짝지어 놓은 것입니다.
| 상황 | 이 기간에서는 어떻게 되나 | 그래서 해야 할 일 |
|---|---|---|
| 상대가 기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므로 넘어가지 않는다 | 상대의 태도와 무관하게 시점을 계산해 둔다 |
| 압박이 끝난 시점이 애매하다 | 기산점이 흐려지면 다툼이 그 지점부터 시작된다 | 연락이 끊긴 시점처럼 확인 가능한 사정을 정리해 둔다 |
| 각서를 쓴 지 열 해가 넘었다 | 바깥 울타리인 10년을 넘기면 그것으로 닫힌다 | 오래된 문서라도 날짜부터 먼저 확인한다 |
| 압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취소권을 행사할 장애가 남아 있는 상태로 본다 |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
| 최근에 관계가 완전히 끊어졌다 | 그 무렵부터 기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 미루지 말고 시점을 세어 둔다 |
아래 두 줄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위의 세 줄은 시간이 문제가 된 상태입니다. 둘을 가르는 것은 사안의 억울함이 아니라 날짜입니다. 이 점이 서늘하게 들리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지금 해 둘 일이 분명해집니다.
무엇보다 시점을 계산해 두는 일이 먼저입니다. 각서에 적힌 날짜, 압박이 시작된 무렵, 그 상태에서 벗어난 무렵. 이 세 가지를 적어 두면 자기 사안이 어느 줄에 놓이는지가 그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각서를 쓰게 만든 쪽에게는 형사 책임이 따로 있습니다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문언이 각서 사안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민사에서 각서를 취소하는 문제와 별개로, 그 각서를 쓰게 만든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되는지는 형법이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강요죄가 그 조항이고 문언이 각서라는 상황과 잘 맞습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24조 제1항 (강요)
뒤쪽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라는 부분을 보십시오. 각서를 쓰는 일은 대개 법적 의무가 아닙니다. 쓸 의무가 없는 사람에게 폭행이나 협박으로 그것을 쓰게 만들었다면 이 문언이 그대로 겹칩니다.
여기서 말하는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알리는 것을 뜻합니다. 목소리를 높였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어떤 해악이 어떻게 전달되었는지가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형사에서 강요죄가 성립하는 것과 민사에서 각서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은 서로 다른 판단입니다. 형사 사건의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각서가 자동으로 정리되지 않고, 민사 쪽의 취소는 취소대로 기간 안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니 두 갈래를 함께 챙기되 서로를 기다리지는 마십시오. 형사 절차를 지켜보느라 민사의 3년을 흘려보내는 것이 이 사안에서 가장 아까운 실수입니다.
지금 정리해 두면 나중에 재료가 되는 것들
기억은 흐려지고 기록은 남습니다. 남길 수 있는 것부터 남겨야 합니다.
이 글은 취소의 의사표시를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를 안내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사안마다 갈리고 전문가와 상의할 자리입니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상담을 받기 전에 스스로 정리해 둘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정리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간을 계산하기 위한 시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때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보여 줄 사정입니다. 아래 목록을 채워 두면 상담이 짧아집니다.
상담 전에 스스로 정리해 둘 것
둘째 줄이 의외로 자주 비어 있습니다. 각서를 쓰고 그 자리에서 상대가 가져가 버리면 내가 무엇에 서명했는지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다투려 해도 무엇을 다투는지부터 흐려집니다.
다섯째 줄이 이 목록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입니다. 압박이 끝난 무렵을 잡아야 3년의 출발점이 잡히고, 출발점이 잡혀야 지금 시간이 남아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지 않아도 어떤 사건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적어 두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입니다. 다툴 마음이 아직 서지 않았더라도 시점 계산만은 먼저 해 두십시오. 마음을 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기간이 흐르는 속도는 서로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협박당해서 쓴 각서는 무효 아닌가요?
원칙은 무효가 아니라 취소입니다. 민법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서, 취소하기 전까지는 그 각서가 유효한 상태로 남습니다. 무효가 되는 것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여지가 완전히 박탈된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취소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여기서 추인할 수 있는 날은 취소의 원인이 끝나 장애가 없어진 때를 가리킵니다.
강박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3년이 흐르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취소권을 행사하는 데 장애가 남아 있는 상태이므로 기간이 시작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그 상태에서 벗어난 무렵이 기산점이 됩니다.
이 3년은 소멸시효인가요?
제척기간입니다. 소멸시효와 달리 기간이 지났는지를 당사자의 주장과 관계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므로, 상대가 그 점을 꺼내지 않아도 넘어가지 않습니다.
상대가 강요죄로 처벌받으면 각서는 없어지나요?
형사에서의 성립과 민사에서의 효력은 별개의 판단입니다. 형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각서가 자동으로 정리되지 않으므로 민사 쪽의 취소는 기간 안에 따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