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각서
각서 마스터·8분·
손해배상 각서의 힘은 서명이 아니라 금액의 특정에서 나옵니다. 모든 손해를 배상하겠다는 문장이 그 자체로 무효는 아니지만, 얼마인지가 없어 다음 절차로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실제 손해를 증명하는 문제로 되돌아옵니다.
사문서가 집행의 근거가 되려면 일정한 금액의 지급 등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한편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일이 벌어진 직후에 종이부터 오가는 이유
손해배상 각서는 대개 금액을 알기 전에 작성됩니다.
물건이 부서졌거나 업무에서 사고가 났거나 약속한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 그 자리에서 종이 한 장이 오가는 일이 흔합니다.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남겨 두려는 쪽과 나중을 대비하려는 쪽의 이해가 그 순간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손해가 얼마인지는 그때 아무도 모릅니다.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지, 다른 데까지 영향이 갈지, 회복에 얼마나 걸릴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이만 먼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금액을 비워 둔 채 책임의 크기만 크게 적는 문장이 자주 등장합니다.
쓰는 쪽에서는 그 순간을 넘기려고 서명하고, 받는 쪽에서는 든든한 것을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실제로 정산할 단계가 오면 양쪽의 기대가 모두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쓰는 쪽은 생각보다 넓은 책임을 지게 되었다고 느끼고, 받는 쪽은 이 종이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어긋남의 원인은 대체로 하나입니다. 금액이 특정되어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 글은 그 한 축을 중심으로 손해배상 각서를 갈라 봅니다.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는 문장이 실제로 하는 일
범위를 넓게 적을수록 정작 그 종이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듭니다.
일체의 손해를 배상한다,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은 힘이 세 보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 문장을 근거로 무엇을 하려고 하면 곧바로 벽에 부딪힙니다. 얼마를 달라고 해야 하는지가 그 종이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금액이 없으면 사문서를 집행의 근거로 올리는 통로에도 오르지 못합니다. 그 통로가 요구하는 것이 일정한 금액의 지급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얼마인지를 다투게 되고, 그 단계에서는 실제로 얼마의 손해가 생겼는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장이 아무 의미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책임을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는 남습니다. 각서처럼 그 문서로 약속이 이루어진 문서는 진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인정되면 적힌 내용을 쉽게 물리치기 어려운 쪽으로 다루어집니다. 그래서 쓴 쪽은 다투는 자리에서 불리하게 출발합니다.
정리하면 이 문장은 쓰는 쪽에는 부담을 남기고 받는 쪽에는 쓸 것을 별로 남기지 않습니다. 어느 쪽에도 실익이 크지 않은데도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 각서에 적힌 문장 | 받는 쪽이 나중에 쓸 수 있는 것 | 쓴 쪽에 남는 부담 |
|---|---|---|
| 일체의 손해를 배상한다 | 금액이 없어 청구액을 세울 수 없다 | 책임을 인정한 기록이 남는다 |
|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 무엇에 관한 책임인지 특정되지 않는다 | 범위를 다투기 어려워진다 |
|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 다툼이 남는다 | 이의를 낼 여지가 좁아진다 |
| 수리비 실비를 정산한다 | 정산의 기준이 정해진다 | 실제 든 비용까지 |
| 금 ○○○원을 언제까지 지급한다 | 금액과 기한이 확정된다 | 그 금액까지 |
표의 아래 두 줄과 위 세 줄의 차이는 표현의 세기가 아닙니다. 확인할 수 있는 값이 들어 있는가입니다.
받는 쪽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넓은 문장이 아니라 좁고 확인 가능한 문장입니다. 쓰는 쪽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범위가 좁혀질수록 예측할 수 없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금액을 적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금액을 적는 순간 그 조항은 별도의 규칙을 따라가게 됩니다.
금액을 정해 두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약정입니다. 민법은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금액을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조항이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두 가지가 따라붙습니다. 하나는 감액입니다. 미리 정해 둔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추정입니다. 위약금이라고만 적어 둔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며, 흔히 알려진 방향과 반대입니다.
그래서 위약벌이라고 적어 두면 줄어들지 않는다는 설명은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문서에 붙인 이름이 아니라 그 조항이 실제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보고 판단하며, 명문으로 위약벌이라고 적었는데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감액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구별 자체는 각서 위반 시 조치를 적는 법에서 조문과 함께 자세히 다룹니다. 여기서는 금액을 넣는 순간 확인해야 할 것이 늘어난다는 점까지만 짚어 둡니다.
미리 정해 둔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 손해보다 조금 많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정하는 단계에서 현실적인 크기를 잡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름을 그렇게 적었다고 성질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실질로 판단하며, 위약벌로 인정되더라도 그 벌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면 그 금액으로 정리되는 것이 원칙이고, 위약벌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가 갈리는 문제여서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세 문답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습니다. 금액을 넣기로 했다면 그 금액이 무엇을 대신하는 것인지를 문장 안에 밝혀 두어야 합니다.
손해를 정산하는 금액인지, 약속을 지키게 하려는 제재인지에 따라 뒤따르는 규칙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근로 관계에서는 결론이 뒤집힙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라면 조문이 먼저 걸립니다.
앞 절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계약 관계를 전제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각서가 회사와 직원 사이에서 오간 것이라면 축이 달라집니다. 근로계약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는 약정은 사용자가 체결하지 못하도록 조문이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사 일반의 규칙으로 대응하다가 정작 걸려 있는 조문을 놓치는 일이 생깁니다. 민법 쪽은 미리 정해 두는 것을 허용하는 조문이고, 근로기준법 쪽은 근로 관계에서 그것을 금지하는 조문입니다. 두 조문이 부딪히는 자리에서는 금지하는 쪽이 앞섭니다. 이 부분은 직장에서 각서를 요구받았을 때 편에서 조문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다만 갈라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미리 정해 두는 것을 막는 것과 실제로 생긴 손해를 사용자가 청구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고가 나서 회사에 실제로 손해가 생겼다면 그 손해를 두고 다투는 길까지 닫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손해배상 각서를 근거로 회사가 급여에서 곧바로 뗄 수 있는지는 임금 지급에 관한 별도의 규칙과 맞물리는 문제입니다. 확인된 근거를 갖추지 못했으므로 된다고도 안 된다고도 쓰지 않고, 그런 상황이라면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데까지만 적습니다.
이 절의 요지는 관계의 성질을 먼저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같은 문장이 어떤 관계에서 오갔는지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갑니다.
회사와 직원 사이가 아니더라도, 한쪽이 사실상 거절하기 어려운 자리에서 받은 서명이라면 나중에 그 사정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특정해 적을 것인가
손해의 원인, 범위, 금액, 기한 네 자리가 이 문서의 뼈대입니다.
손해배상 각서를 실제로 만들 때 채워야 하는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아래 다섯 단계는 그 자리를 순서대로 짚은 것입니다.
먼저 짚어 둘 것은 손해액을 아직 모르는 경우입니다. 그때는 억지로 금액을 적기보다 산정의 기준과 정산의 시점을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나중에 얼마가 나왔는지를 두고 다시 다투지 않으려면 기준이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 무엇 때문에 생긴 손해인지 사건을 특정한다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적습니다. 사건이 특정되지 않으면 이 각서가 어느 범위까지 미치는지가 흔들립니다.
- 배상의 대상이 되는 손해의 범위를 적는다수리비인지 대체 비용인지, 어디까지 포함하는지를 적습니다. 일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면 범위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 금액을 확정하거나 산정 기준을 적는다금액이 이미 정해졌다면 숫자로 적고, 아직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지와 언제 확정할지를 적습니다.
- 지급 시기와 방법을 적는다한 번에 낼지 나누어 낼지, 언제까지인지를 적습니다. 나누어 낸다면 회차마다 날짜와 금액을 따로 적어야 합니다.
- 이 각서로 정리되는 범위를 밝힌다이 사건과 관련해 어디까지 정리되는 것인지를 적습니다. 이후에 새로 드러날 수 있는 부분까지 뭉뚱그리면 그 부분이 다시 다툼이 됩니다.
다섯 단계 가운데 세 번째가 가장 자주 비어 있습니다. 금액을 모르니 비워 둔다는 선택이 결국 이 문서를 쓸 수 없게 만듭니다.
마지막 단계는 쓰는 쪽에도 받는 쪽에도 필요합니다. 정리되는 범위가 밝혀져 있어야 이 종이를 근거로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가 정해집니다.
서명하기 전에 갈라 볼 것들
급한 자리에서 넓게 적힌 문장일수록 나중에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사고 직후에 서명을 요구받는 상황은 판단이 흐려지기 쉬운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서 확인할 것을 미리 정해 두면 최소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덧붙이면 압박 속에서 한 서명이라도 곧바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무효가 아니라 취소의 대상으로 정해져 있고, 취소하기 전까지 그 문서는 유효한 상태로 남습니다. 기간 제한도 있으므로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손해배상 각서에 서명하기 전 여섯 줄
확인 목록은 상대를 의심하는 절차가 아니라 서로의 기대를 맞추는 절차입니다. 범위가 정해져 있으면 양쪽 모두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 정하기 어렵다면 사본을 받아 두고 확인할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입니다. 종이는 서명한 뒤보다 서명하기 전에 다루기가 훨씬 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고 쓰면 안 되나요?
그 자체로 무효가 되는 문장은 아닙니다. 다만 금액이 없어 청구액을 세울 수 없고 결국 실제 손해를 증명해야 하므로, 받는 쪽에도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손해액을 아직 모르는데 어떻게 적나요?
금액을 비워 두기보다 산정의 기준과 확정 시점을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수리비 실비처럼 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나중에 다시 다투지 않습니다.
금액을 크게 적어 두면 유리한가요?
미리 정해 둔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줄일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크기로 정해 두는 편이 결과적으로 안정적입니다.
회사가 손해배상 각서를 요구합니다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는 약정은 사용자가 체결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생긴 손해를 두고 다투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각서를 근거로 급여에서 뗄 수 있나요?
임금 지급에 관한 별도의 규칙과 맞물리는 문제여서 이 글에서는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