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 철회 조건을 넣어두는 법
각서 마스터·8분·
해제와 해지의 의사표시는 상대에게 닿으면 철회하지 못하므로, 되돌릴 여지는 통지를 보낸 뒤가 아니라 각서를 만드는 자리에서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계약으로 벗어날 사유를 정해 두면 그 사유가 생겼을 때 상대의 동의 없이 빠져나올 수 있고, 그런 약정이 없으면 남는 길은 상대와 다시 합의하는 것뿐입니다.
민법 제543조 제1항은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으로 해지·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도록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지 못한다고 정함 · 제548조 제1항은 계약을 해제한 때 각 당사자에게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고 정함
되돌린다는 한마디에 성질이 다른 네 갈래가 섞여 있습니다
취소와 해제와 해지와 합의해제는 조건도 결과도 서로 다릅니다.
각서를 써 준 뒤 마음이 바뀌었을 때 사람들이 찾는 말은 대개 하나입니다. 이것을 없던 일로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어떤 사정으로 없던 일로 하려는 것인지를 갈라야 합니다.
서명하는 과정 자체에 흠이 있었던 경우와, 과정에는 흠이 없었는데 나중에 사정이 달라진 경우는 가는 길이 다릅니다. 앞쪽은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었다는 이야기이고 뒤쪽은 약속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두는 쪽도 다시 갈립니다. 이미 주고받은 것까지 처음으로 되돌리려는 경우와 앞으로의 부분만 끊으려는 경우가 있고, 그 둘은 남는 뒷정리의 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상대의 동의를 얻어 함께 없던 일로 하는 길이 있습니다. 아래 표는 네 갈래가 각각 언제 쓰이고 무엇이 남는지를 나란히 둔 것입니다.
| 갈래 | 어떤 자리에서 쓰이는가 | 무엇이 남는가 | 상대의 동의가 필요한가 |
|---|---|---|---|
| 취소 | 서명에 이르는 과정에 하자가 있었을 때 |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다루어진다 | 필요 없다 |
| 해제 | 법이 정했거나 미리 약정한 사유가 생겼을 때 | 소급해 사라지고 돌려줄 의무가 남는다 | 필요 없으나 해제권이 있어야 한다 |
| 해지 | 계속 이어지는 관계에서 앞으로만 끊을 때 | 장래를 향해서만 사라진다 | 필요 없으나 해지권이 있어야 한다 |
| 합의해제 | 권리의 유무와 관계없이 함께 정리할 때 | 당초부터 없었던 상태로 되돌린다 | 반드시 필요하다 |
표에서 눈여겨볼 자리는 둘째와 셋째 줄의 마지막 칸입니다. 동의가 필요 없다고 적혀 있지만 그 앞에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권리는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법이 정해 둔 경우가 아니라면 만드는 자리에서 스스로 넣어 두어야 하고, 이 편이 다루려는 것이 바로 그 작업입니다.
되돌리려 할 때 흔히 하는 선택
- 일단 그만두겠다고 통지해 보고 상대의 반응을 보고 정한다
- 어떤 사정이 생기면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정하지 않고 서명한다
-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래 두면 없던 일이 된다고 여긴다
- 되돌리기로 말을 맞추고 그 사실을 문서로 남기지 않는다
- 주고받은 것을 어떻게 할지 정하지 않은 채 없던 일로 하자고만 한다
만드는 자리에서 해 두는 선택
- 보내기 전에 그 통지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부터 확인한다
- 빠져나올 사유와 그때의 처리를 만드는 자리에서 항목으로 정한다
- 기다림만으로 정리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다음 수를 고른다
- 되돌리기로 했다면 그 합의를 별도의 문서로 남긴다
- 돌려줄 것과 그 시점, 남은 청구의 처리까지 그 문서에 함께 적는다
미리 정해 둔 사유가 있어야 혼자 빠져나옵니다
조문은 계약으로도 해제와 해지의 권리를 만들 수 있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민법은 해지와 해제의 권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두 갈래로 적습니다. 하나는 법률의 규정이고 다른 하나는 계약입니다. 두 번째 갈래가 이 편의 출발점입니다.
법이 정해 둔 사유는 정해진 국면에서만 작동합니다. 그러나 계약으로 만들어 둔 사유는 당사자가 고른 것이므로, 법이 손대지 않는 자리에서도 빠져나올 통로가 됩니다. 어떤 사정이 생기면 이 약속에서 벗어난다고 만드는 자리에서 적어 둔 것이 그렇습니다.
다만 그렇게 적어 둔 조항이 늘 새로운 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닙니다. 법이 이미 정해 둔 것을 확인만 한 조항인지 따로 권리를 마련해 둔 조항인지는 해석의 문제이고, 계약을 맺은 목적과 그 조항을 두게 된 경위, 문언이 함께 고려됩니다.
그래서 적어 둘 때는 무엇을 정할 것인지를 항목으로 잡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아래 네 단계는 그 항목을 순서대로 짚은 것이며, 문장을 어떻게 쓰라는 견본이 아니라 무엇이 빠지면 안 되는지의 목록입니다.
- 어떤 사정이 생겼을 때인지를 정한다빠져나올 수 있는 국면을 사정으로 특정합니다. 사정이 흐리면 그 사정이 실제로 생겼는지부터 다투게 되어 조항을 둔 뜻이 사라집니다.
- 언제까지 그 권리를 쓸 수 있는지를 정한다사유가 생긴 뒤 언제까지 말해야 하는지를 정해 둡니다. 기간이 없으면 상대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 어떤 방법으로 알릴 것인지를 정한다조문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고만 적을 뿐 방법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정해 두면 닿았는지를 두고 다툴 거리가 줄어듭니다.
- 빠져나온 뒤의 뒷정리를 정한다이미 주고받은 것을 어떻게 할지, 앞으로의 부분만 끊는 것인지를 정합니다. 이 항목이 비면 벗어난 뒤에 두 번째 다툼이 시작됩니다.
①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민법 제543조(해지, 해제권) 제1항 · 제2항
네 항목 가운데 가장 자주 비는 것은 마지막입니다. 빠져나오는 것까지만 생각하고 그 뒤에 남는 정산을 적지 않는 것인데, 실제로 다툼이 길어지는 자리는 대개 그쪽입니다.
그리고 이 조항을 어떤 문장으로 적을 것인지는 이 글에서 견본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상황마다 정해야 할 사정이 달라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는 문장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낸 통지는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해제와 해지의 의사표시는 한 번 닿으면 철회하지 못한다고 조문이 못 박아 두었습니다.
앞의 조문에는 두 번째 항이 붙어 있습니다. 그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짧은 한 줄이지만 실무에서 가장 다치기 쉬운 자리가 여기입니다.
일단 그만두겠다고 알려 보고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본 다음에 다시 생각하겠다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통지가 상대에게 닿는 순간 그 효과는 이미 생기고, 보낸 쪽이 마음을 바꾸어도 혼자서는 원래대로 되돌리지 못합니다.
되돌리려면 그때부터는 상대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즉 혼자 할 수 있었던 일이 상대와 함께해야 하는 일로 바뀌고, 그 사이에 상대가 이미 다른 준비를 시작했다면 조건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편의 물음이 옮겨갑니다. 보낸 것을 어떻게 무르느냐가 아니라 보내기 전에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정해 두었느냐가 실제로 다룰 수 있는 영역입니다.
상대가 답을 했는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조문이 정한 것은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닿았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아직 상대에게 닿지 않았다면 그 의사표시가 효력을 갖기 전이므로 사정이 다릅니다. 그래서 보내는 시점의 판단이 그만큼 무겁습니다.
방법을 요구하는 조문은 없습니다. 다만 내용과 시점을 남겨 두려고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이 흔히 쓰이며, 그것이 요건이어서가 아니라 확인을 위한 선택입니다.
이 절을 닫기 전에 하나만 떼어 두겠습니다. 협박이나 착오, 속임수가 있었던 경우의 취소는 이 절이 말하는 해제와 다른 길입니다. 그쪽은 미리 조항을 넣어 두는 문제가 아니라 서명에 이르는 과정을 다투는 문제이고, 기간 제한도 따로 붙습니다.
그 갈래는 강요로 쓴 각서를 다룬 편에서 조문과 함께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편은 과정에 흠이 없었던 각서를 전제로 읽으시면 됩니다.
함께 되돌릴 때는 약속을 하나 더 하는 것입니다
합의해제는 각서를 지우는 행위가 아니라 각서를 지우기로 하는 또 하나의 계약입니다.
빠져나올 사유를 미리 정해 두지 않았다면 남는 길은 상대와 다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때 이루어지는 것이 합의해제이고, 성질은 새로운 계약입니다.
새로운 계약이라는 말이 실무에서 갖는 무게가 큽니다. 말로 맞추어 두고 끝내면 무엇을 어디까지 정리하기로 했는지가 남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각서를 두고 같은 다툼이 다시 시작됩니다. 되돌리기로 한 사실 자체를 문서로 남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법이 해제의 뒷정리로 정해 둔 규정들은 합의로 되돌리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그대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이도록 한 부분도 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놓지 않는다는 것은 법이 빈자리를 채워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무엇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당사자가 직접 적어야 하고, 적지 않은 부분은 그대로 비어 있게 됩니다. 다만 이미 이해관계를 맺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해칠 수 없다는 점은 어느 쪽이든 같습니다.
되돌리기로 한 문서에 비면 안 되는 네 자리
①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민법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제1항 · 제2항
마지막 줄을 넣어 둔 이유가 있습니다. 원본을 어떻게 할지에 관해서는 정해진 절차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 글에서도 이렇게 하라고 안내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면 그것 자체가 다음 다툼이 됩니다.
정리하면 함께 되돌리는 길은 열려 있지만 공짜가 아닙니다. 한 번 더 합의해야 하고 그 합의의 내용을 스스로 채워야 합니다. 미리 사유를 정해 두는 편이 훨씬 싼 이유입니다.
기다리면 저절로 정리된다는 기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는 것으로 약속이 사라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가장 흔한 기대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입니다. 서로 연락하지 않고 오래 두면 그 각서는 자연히 없던 일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인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양쪽 모두 약속을 실현할 뜻을 버린 채 어느 쪽도 이행을 요구하지 않고 오랫동안 내버려 두었다면, 되돌리기로 뜻이 모인 것으로 해석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되려면 사정이 그 요건에 맞아야 하고, 맞는지는 나중에 판단되는 것이지 방치하는 쪽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한쪽이 되돌리는 조건을 내걸었다면 그 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정리된 것으로 봅니다. 조건을 말해 두고 답을 듣지 않은 상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정이 크게 달라졌을 때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옵니다. 판례가 인정하는 예외가 있기는 하나 요건이 엄격해 좁게만 인정되므로, 사정이 달라졌으니 무를 수 있다는 전제로 문서를 만드는 것은 위험합니다.
결국 남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되돌릴 여지는 기다림에서 생기지 않고 미리 정해 둔 항목에서 생깁니다.
어겼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함께 정하는 문제는 위반 시 조치를 다룬 편에서 조문과 함께 폈습니다. 빠져나올 사유와 어겼을 때의 처리는 서로 반대편에 있는 항목이라 한 장 안에서 함께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각서를 쓴 뒤에 마음이 바뀌면 혼자 취소할 수 있나요?
서명에 이르는 과정에 하자가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 없던 일로 만들지 못합니다. 미리 정해 둔 사유가 있거나 상대와 다시 합의하는 두 길이 남습니다.
빠져나오겠다고 통지한 뒤에 다시 무를 수 있나요?
조문은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상대에게 닿은 뒤에는 상대의 동의를 얻어야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철회 조건은 어떤 문장으로 적어야 하나요?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는 정해진 문장은 없습니다. 어떤 사정에서,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알리고, 그 뒤의 정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라는 네 항목이 빠지지 않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와 합의해 없던 일로 하면 그것으로 끝나나요?
그 합의 자체가 새로운 약속이므로 무엇을 돌려주고 남은 청구를 어떻게 할지까지 정해야 합니다. 법이 그 빈자리를 채워 주지 않으므로 적지 않은 부분은 그대로 남습니다.
오래 연락하지 않고 두면 각서가 없어지나요?
그렇게 해석된 사례가 있으나 요건에 맞아야 합니다. 방치하는 쪽이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기다림을 정리의 방법으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강요로 쓴 각서도 이 방법으로 되돌리나요?
그쪽은 다른 길입니다. 만드는 자리에서 조항을 넣어 두는 문제가 아니라 서명에 이르는 과정을 다투는 문제이고 기간 제한이 따로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