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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 미안해.... |  | |
| 오빠는 어린 시절부터 알 수 없는 병으로 늘 바보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조차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동생은 이런 오빠를 친구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오빠의 존재를 철저히 감추기만 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친구들에게 들키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친구들은 늘 여동생을 향해 ´홍순이 오빠는 바보래.
….´ 하고 놀리곤 했습니다.
여동생은 그 놀림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 놀림을 받게 하는
바보 같은 오빠도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가
집을 비울 때면 여동생은 오빠를 아예 밖으로 내쫓고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면 오빠는 마구 소리치며 들어가게 해달라고 울어댔습니다.
여동생은 그 모습을 옥상에 쪼그려 앉아 마치 구경이라도 하듯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어느 비오는 날에는 학교 앞에서 오빠가 우산을 들고 동생을
기다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 동생은 오빠를 뻔히 보았으면서도
모르는 척 눈길도 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러자 오빠가 제 곁으로 와 우산을 던져주더니 그냥 그 거센
비를 맞으며 뛰어갔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혀가 꼬여 말도 제대로 못하는 데다 침까지
흘린다고, 더럽고 냄새난다고 막대기를 들고 오빠를 때린 적도
있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오빠랑 싸우다가 오빠 어깨를
살점이 떨어질 정도로 물어뜯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동생은 왜 그토록 오빠를 미워했을까요? 아마 오빠는 여동생의
마음을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이 놀린 만큼 오빠를
때 려주고 싶었던 저의 못된 마음을 말입니다.
하지만 여동생이 오빠를 미워한 것은 오로지 친구들이
놀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실은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오빠가 몽땅 빼앗아가 버렸기 때문이라고 해야
더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심은 항상 오빠에게로만 향해
있었습니다. 오빠가 정상이 아닌 상태로 늘 아프기만 하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저는 그것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가 상을 받아와도, 또 반장이 되고
부반장이 되어도 그 흔한 ´잘했다.´는 말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들은 오로지 오빠가 더 아픈 건 아닌지, 열이 나는 건
아닌지 그렇게 오빠만을 신경 쓰기에도 시간이 모자랐으니까요.
아마 그것이 싫어서 저는 그렇게도 오빠를 미워하고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여동생은 ´바보 같은 오빠와 부대끼며 계속 한 집에서 살수는
없다.´는 매몰찬 이유를 대면서 객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 찾아와도 오빠가 보기
싫다는 이유로 아예 집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오빠가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단 몇 일이 지났는데, 이번엔 오빠가 죽었다는
소식이 잇달아 날아왔습니다.
그 때 오빠 나이 스물다섯이었습니다.
사실 그 때 오빠의 부고를 듣고도 동생은 한 방울 눈물도
흘리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에서 나고 자란 오빠가 죽었는데도 냉정하고
매정하게 ´그래,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잘 죽은 건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기까지 했습니다.
장례가 끝나고 나서 여동생은 남동생이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남동생이 불쑥
여동생에게 다가와 오빠의 사진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거 누나 가져라. 그리고 누나, 나도 누나 맘 잘 아는데…
이제 형 미워하지 마라. 형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뭔 줄 알아? 누나보고 싶다고, 누나 이름 세 번 부르고,
그리고… 죽었어….˝
순간 여동생은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
맥이 풀려 그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오빠는, 그런 오빠였는데… 그렇게도 모질게 굴던 동생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그렇게 착한 오빠였는데….
지금에서야 이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후회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밉고 싫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오빠의 어깨에는 제가 예전에 물어뜯었던 이빨 자국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오빠의 시신에 남아
있었을 그 상처. 여동생이 물어뜯어서 생긴 그 상처가 오빠
몸에서 사라지지 않았듯이 여동생은 어쩌면 오빠에 대한
자신의 과오를 가슴에서 영원히 씻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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