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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머니 - 박 도열
1.
어머니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남쪽 외딴섬에서 걸어오는 春風보다
冬風은 더디게 제 몸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간이역 목의자에 동그마니 앉아
하염없이 눈발을 맞고 있습니다.
외등 기둥에 시리게 걸려있는
거울 속으로 제 얼굴을 비춰봅니다.
먼 길을 걸어온 여정 만큼이나
추레한 모습이 낯설어 보입니다.

밤이 오면 잠을 이루지 못해
스스로 가시밭길의 형벌을 선택했던
고행의 뒤안길이
드센 눈발에 가려 아득히 멀어져 갑니다.

들녘에서 날아온 한 무리의 새떼가
겨우내 끼니를 채우지 못한 듯
철로변에 쌓인 눈송이를 한 부리씩 물고
밥냄새 나는 불빛을 향해 날아갑니다.

2.
낯선 곳 낯선 역에서 편지를 띄우는
그리움과 아픔이야
지구의 넓은 뜰을 채우고도 부족하지만
어찌 모정의 사랑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제 살과 뼈들이 한겨울 눈발로 부서져
새벽마다 정화수 떠놓고 신명님께 간절히 비는
모정의 가슴께로 뿌려지고 싶은 심정
이루 헤아릴 길 없습니다.

등걸 같은 운명의 業를 벗고자
아침 이슬 받아 허기를 채우고
절름발이 한 쪽 발마저 족쇄를 끌며
귀촉도의 슬픈 전설을 품어온 지
수 년이 지났습니다.

오늘도
새벽녘에 불씨 없는 골방을 나와
어느 처마 밑에서 눈발을 긋고 있을
못난 자식을 위해 기도드리는
모정의 별빛이 찬 하늘 아래
눈물로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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