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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수첩 / 김경미

2002년을 한 달쯤 앞둔 작년 12월 나는 작은 수첩 하나를 준비했다.
그리고 수첩 겉 표지에다 ‘Thanks God!’이라고 써 붙였다. 바야흐로 그 수첩엔
신에게 고마워하면서 크고 작은 우연과 행운, 길운들을 모조리 다 기록할 참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소위 마이너스 사고를 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에든 으레
어두운 쪽, 안 되는 쪽, 힘든 쪽, 소극적이며 불운한 쪽만을 생각하고 또 봤다.
타고난 성격 탓도 크겠지만 그런 쪽에 인생과 예술의 본질이 깃들어 있다는 시인으로서의
고정관념 내지는 편견 탓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런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아니 그보다는 어느 날부터인가
문득문득 ‘하! 이렇게 기분 좋은 우연이 있을 수가’ 하면서 감탄을 연발하고 있는
내 자신이 느껴졌다. 뭔가를 바라면, 바로 꼭 그것이 우연히 이뤄지고 있었다.
바라지 않았을 때조차도 뜻밖의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주어지고 있었다.
나는 무척 신기해서 그 우연한 행운의 목록들을 한번 적어 보고 싶었다.
한 대여섯 개쯤은 되리라, 하면서였다.
그런데 대여섯 개가 아니었다. 써 보니 그런 행운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있는,
거의 일지거리였다. 나는 마음을 바꿔 그들만을 위한 별도의 전용수첩을 만들었고,
수첩의 이름은 ‘Thanks God!’으로 하기로 했다. 별 노력한 바도 없는 내게 그런
우연한 행운들이 찾아 들곤 하는 것은 아무래도 신의 덕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서였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거기에 적어 온 목록들은 가령 이런 식이다.
다용도실로 통하는 철문이 몇 달째 제대로 닫히질 않았는데 오늘부터 갑자기 정상적으로
닫히고 열린다, 멀쩡하던 의자를 실수로 고장내서 할 수 없이 화분받이로 쓰던 낡은 의자를
갖다 썼는데 그때부터 오히려 어깨통증이 훨씬 덜하다, 꽤 큰 목돈이 필요해서
마음이 초조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이 그 돈을 조건 없이 그냥 빌려 주었다, 그런 식이다.
사소한 우연처럼 여겨지는 것도 있고 불가사의한 행운으로 여겨지는 것도 있다.
하지만 크기와 상관없이 그 수첩이 내게 가져다 준 가장 큰 행운은 바로
나도 꽤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심코인 듯 주어지는 크고 작은
다행이나 행운들에 고마워할 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니, 무엇보다 생각과 시선을
조금만 옮기면 무심코인 듯 주어지는 행운들이 우리 주위에 천지로 널렸다는 걸
믿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그런 수첩을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 자료출처 : 좋은생각 2002.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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