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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원하는 것 / 공지영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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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원하는 것]
주부들의 채팅 중독이 심각하며 그것이 직접적인 가정 파탄으로 이어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부 외도의 16.3%가 인터넷 채팅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동창 모임에 갔을 때 실제로 많은 친구들이 남자와 채팅을 해 본 일이 있으며 어떤 때는 밤을 세우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남편이 일찍 들어오는 것도 귀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채팅을 할 때 주의할 점은 절대로 실명을 밝혀서는 안된다는 충고까지 들은 것도 같다.
재수가 없으면 상대가 친구 남편, 옆집 아저씨, 극단적인 경우에는 남편까지도 그 대상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에 만연된 인간 소외가 이제 컴퓨터를 매개로 가정에까지 퍼져 있다는 생각을 하니 모골이 송연했다.
실제로 인터넷상으로 사귀다가 불륜으로까지 발전한 여성들의 상담을 보면 그들이 채팅 대상에게 빠져드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즉 사이버 상의 남자들은 친절하며 자신을 걱정하고 아껴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채팅을 멈출 수 없으며 때로는 불륜으로까지 발전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남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처럼 무책임하고 소녀적이고 단순한 이유가 또 있을까?
미국의 상담심리학자 할리(Willard harley)는 ´그의 필요, 그녀의 필요´( His needs, Her needs)라는 책에서 미국의 부부 1,000쌍을 대상으로 상담을 한 결과 남자와 여자가 결혼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다섯가지씩을 뽑았다.
남편의 경우 첫째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것, 둘째 그의 취미에 함께 참여하고 함께 재미있게 노는 것, 셋째 아내가 매력적이고 멋있게 보이는 것, 넷째 가사일을 성실히 해 주는 것, 다섯째 남편을 존경하고 감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여자들이 결혼생활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첫째 친밀한애정을 표현해 주는 것, 둘째 대화를 나누는 것, 셋째 지금 어떤 처지에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솔직히 이야기 하는 것, 넷째 돈을 벌어다 주는 것, 다섯째 가사일을 돕는 것 순이라고 정리했다.
여자인 내가 보기에 여자측의 순위는 정말 일리가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남성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그러고 보면 아내들이 채팅에 빠져드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남자들이 밖에서 돈을 버는 것이 가족을 위해서임은 물론이지만 그것이 여자들의 결혼을 만족시켜주지 못함은 너무도 분명하다.
남편이 밖으로만 나돌 때, 아내에게 사랑과 관심의 말을 건네지 않을 때, 아내가 무슨 생각에 살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때, 대회에 굶주린 아내는 감히 외간(?) 남자에게라도 그것을 받아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그녀들이 인간관계에서 추구하는 목표의 1,2,3 번이기 때문이다. 아니 차라리 채팅에 중독된 아내를 구하는 길은 쉬울 지도 모른다.
남편에게 애정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쇼핑중독, 도박중독으로 이어져 인간에 대한 모든 관심을 끊어버리는 비참한 지경에 이르기까지도 한다니까.
´왜 여자들은 사랑이니, 애정이니 대회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그런 여성의 특성으로 남성들은 어머니를 구원의 여신삼아 자라나지 않았는가.
그런데 사족 한가지, 아내들의 채팅 외도를 다루는 기사는 왜 주부의 외도라고 일제히 제목을 달았을까?
주부의 외도 대상은 분명 남자이고 그들 모두가 그저 총각들이거나 독신남은 아닐 텐데, 나도 기사를 읽고 여자들이 정말 문제야....라는 생각을 할뻔한 것이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사실은 거의 모두 남자라는 사실을 내가 잊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남자들은 또 말하겠지.
그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이야 .....어쨌든. 여자인 나는 신문을 읽는 것도 피곤해진다.
(공지영 / 소설가)
- 2001/11/30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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