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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
문자 메시지



입덧이 심한 탓에 외출은커녕 아무 것도 입에 대지 못하고 누워 지냈다.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이 난다. 어느 날 저녁, 힘들어하는 나를 두고 회식이 있다며 나간 남편에게 섭섭하고 속상해 엉엉 울고 말았다.


그때였다.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순옥아, 사랑한다” 수신번호를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시골 사는 셋째 언니였다. 기분이 묘했다. 언니와 통화는 가끔 하지만 메시지를 받아 본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게다가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나 생소한 나머지 방정맞은 생각부터 앞섰다. 사람 마음이 변하거나 정리할 때가 되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한다던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행복했던 마음도 잠시,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조카 미행이가 보냈을 수도 있지. 다시 들여다보았지만 조카가 보낸 메시지가 반말일 리 없었다.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고 잠시 뒤 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문자 메시지 언니가 보낸 것 맞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건네는데 목소리가 왜 그리도 떨리던지…. 그러나 언니의 목소리는 평상시와 똑같이 씩씩했고 기분도 좋은 것 같았다.


“언니, 별 일 없는 거지? 메시지 받고 좀 놀라서….”
“응, 사실 창피해서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오늘 내가 처음으로 휴대폰 문자 메시지 보내는 걸 배웠거든.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기념으로 한마디씩 보냈지.”


난 그것도 모르고 얼마나 긴장하고 걱정했던지.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언니와의 통화는 그렇게 끝났지만 한동안 전화기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언니의 문자 메시지는 지우지 않고 영원히 저장하련다. 그리고 언니한테 이렇게 외치고 싶다. “순옥이도 언니 아주 많이 사랑해!”



김순옥 님 / 강원도 동해시 용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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