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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미 카터 |  | |
| 미국의 제39대 대통령(1977~81).
대통령 재임 중 동서 진영간의 냉전이 엄존한 가운데 인권외교를 주창해 눈길을 모았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고향인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카터 센터´를 설립해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 지구촌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2002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카터는 조그마한 농촌 마을인 조지아 주 플레인스에서 제임스 카터 1세와 릴리언 고디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땅콩 창고업을 하며 조지아 주 의원으로도 활동했고 어머니는 등록 보모(保姆)였다. 카터는 어린 시절에 땅콩 농사와 정치 토론, 침례교 신앙의 영향을 듬뿍 받으며 성장했다. 플레인스 공립학교를 마치고 조지아사우스웨스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을 거쳐 아나폴리스에 있는 미국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으며, 1946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로잘린 스미스와 결혼하고 해군 장교로 복무하기 시작했다. 대서양·태평양 함대 소속 잠수함 부대에서만 5년간 근무하다가 히먼 G. 릭오버 제독에게 발탁되어 뉴욕 주 스케넥터디로 갔으며, 이곳에서 핵잠수함 계획에 참여하면서 유니언대학교 대학원에서 원자로 공학을 공부하고, 최초의 핵잠수함인 ´시울프´(Seawolf)호의 수석 장교로서 예비 승무원들을 지휘했다.
1953년 아버지가 죽자 그는 7년간의 해군 장교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땅콩 농장을 인수하는 한편 부인 로잘린과 함께 종자·농자재 판매업체인 카터 상점을 운영했다. 그는 이내 지역사회의 유지로 발돋움해 군 위원회의 교육·병원·도서관 감독위원으로 두루 활동하다가 1962년 민주당 소속으로 조지아 주 상원의원에 당선되었고, 1964년 재선에 성공했으며, 1966년 주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한 차례 고배를 마시기는 했으나 1970년에 다시 출마해 주지사가 되었다. 정치에 입문한 지 8년 만에 주지사가 된 그는 취임 연설에서 ˝인종차별의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하고 흑인과 여성에게 공직을 개방하는 한편, 산만하기 짝이 없는 주정부 조직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예산 집행을 엄격히 통제해 주정부를 효율화하고, 생태(ecology) 보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그는 남부의 여러 젊은 주지사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로 떠올랐다.
주지사 임기 만료일을 한 달 앞둔 1974년 12월, 그는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한낱 지방 정치인에 불과한 그에게 전국적인 정치기반이나 탄탄한 지지세력이 있을 리 없었으나,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체계적인 선거운동으로 광범위한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데 성공해 마침내 1976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1차 투표만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에 지명되었으며, 공화당 후보로 나선 제럴드 R. 포드 대통령을 상대로 힘겨운 선거전을 벌이던 중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공개토론에 응한 포드 후보를 공개토론에서 따돌리고 같은 해 11월 제39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대통령 재임시에도 자신의 서민적 이미지를 풍기려고 노력했다. 공식석상에 평상복 차림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연설할 때에도 격식을 가리지 않았다. 기자회견도 자주 가졌으며, 역대 대통령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허식 따위에 결코 매달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사회·정치·경제 개혁안은 민주당이 상·하 양원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번번이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 때문에 집권 2년째인 1978년경에는 집권 초기에 그가 누렸던 높은 인기를 더 이상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외교 정책에서는 인권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가 일궈낸 굵직굵직한 외교적 성과들은 인권외교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한결같이 현실에 입각해 인내심 있게 공들여 일궈낸 것들이었다. 1977년 그는 파나마 운하 통제권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파나마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1999년 12월 31일부로 이 운하의 통제권을 파나마에 넘기는 대신 파나마는 이 운하의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2개 조약을 파나마와 체결했다. 이어 1978년에는 무하마드 안와르 엘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캠프데이비드 별장에 불러모아 아랍국과 이스라엘 간의 첫 협정인 역사적인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성사시켰다. 이로써 이스라엘 건국(1948) 이래 계속되어 온 양국간의 ´사실상의 교전상태´가 종식되었을 뿐더러 이스라엘군의 시나이 반도 철수 및 3년 이내 이집트 반환, 웨스트뱅크 및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자치권 부여를 조건으로 양국간에 국교가 수립되었다. 1979년 1월 1일에는 중국과 국교를 맺었으며(타이완과는 단교함), 같은 해 6월에는 초강대국인 미·소 간의 돌발적인 핵전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략 핵무기 운반용 다탄두(MIRV) 미사일의 발사장치를 양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전략무기제한협상(SALT Ⅱ)을 레오니드 브레주네프 소련 서기장과 체결했다(이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1979. 12] 직후인 1980년 1월 상원에 제출했던 비준 요청을 철회함).
그러나 이러한 굵직굵직한 외교적 성과들도 일련의 외교적 위기와 국내 경제 운용의 실패에 따른 국민의 불만에 가려 퇴색했다. 1979년 11월 4일 일단의 이란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미국인 직원을 인질로 붙잡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정부가 이들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나섬으로써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그는 이란 혁명정부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한 채 살얼음을 밟듯 조심스럽게 인질 석방을 위한 교섭에 나섰다. 미국인들은 처음에는 그의 이러한 신중한 태도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듬해 4월 미군의 인질 구출작전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그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다(그의 꾸준한 노력으로 그의 퇴임 당일 인질 52명이 풀려남으로써 14개월 만에 사태가 마무리됨). 같은 해 12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에는 그는 보다 단호한 태도를 취해 미국산 곡물의 소련 수출을 금하고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 대회(1980)를 보이콧했다. 그가 이끄는 행정부의 경제 운용 능력에 대한 불신도 널리 확산되었다. 통화증가율은 1976년의 6％에서 1980년 12％를 넘어섰고, 실업률은 무려 7.5％대를 계속 맴돌았으며, 금리는 널뛰기를 거듭하다 1980년에는 종전의 2배인 20％로 치솟았다. 고질적인 고(高)인플레이션율과 고금리를 잡으려는 노력은 단기 경기후퇴를 불러왔다. 물론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체계적인 국가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고, 국내 석유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유가(油價)를 자율화하고, 에너지·운송·통신·금융 부문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공직사회를 개혁해 정부 조직의 효율화를 꾀하고, 알래스카 주요 국유지 보호법(1980) 등으로 국립공원을 확대해 생태 보전에 박차를 가하고, 인간·사회 개발을 위해 교육부를 신설하는 한편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고, 여성·흑인·히스패닉을 공직에 대거 기용하는 등 그가 내치에서 일궈낸 업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를 알뜰히 살피고 그에 기민하게 부응하는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던 그의 다짐은 내정 개혁의 좌절과 경제 운용의 전반적 실패, 1979년의 외교적 위기라는 큰 파도에 휩쓸려 가버렸다. 그는 1980년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다시 지명되었으나, 자신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이미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같은 해 11월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로널드 W. 레이건 후보에게 완패했다.
1982년 그는 자신의 고향에 있는 에머리대학교에 석좌교수로 초빙되었으며 부인 로잘린과 함께 정파를 뛰어넘는 비영리기구인 카터 센터(1986년 상설기관으로 국가기록보관소가 관장하는 카터 도서관, 카터 박물관 등이 개관함)를 설립해 국제분쟁의 해결과 민주주의 신장, 인권 보호, 질병 예방을 위한 여정을 계속했다. 니카라과에서는 미스키토 인디언을 그들의 조국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고, 파나마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선거감시단을 이끌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에리트레아 인민해방세력과의 협상을 중재했고, 한반도에서는 1994년 북한의 이른바 ´핵 문제´를 둘러싸고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자 그 해 6월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갖고 북·미 당국간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해법을 찾아내 위기를 잠재우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2000 계획´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의료·농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비영리기구인 ´인도주의를 위한 국제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International)의 ´사랑의 집 짓기´ 운동에 부인 로잘린과 함께 매년 한 주씩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몸소 노동을 하면서 지구촌 곳곳의 가난한 이웃들과 연대의 정을 나누었다.
저서로는 대통령 재임 시절을 더듬은 <신념을 꺾지 않고:한 대통령의 회고 Keeping Faith:Memoirs of a President>(1982, 1995), 중동(中東) 문제를 고찰한 <아브라함의 후손 The Blood of Abraham>(1985, 1993), 자신의 평화론을 설파한 <평화에 관하여:차세대를 위한 비전 Talking Peace:A Vision for the Next Generation>(1993, 1995), 종교적 명상록인 <힘의 원천:살아 있는 믿음을 위한 성서 묵상 Sources of Strength:Meditations on Scripture for a Living Faith>(1997) 외에 <최선을 다함이 어떤가? Why Not the Best?>(1975, 1996), <국민에게 충실한 정부 A Government as Good as Its People>(1977, 1996), <적대행위의 대안으로서의 협상 Negotiation:The Alternative to Hostility>(1984),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여생을 보람 있게 Everything to Gain:Making the Most of the Rest of Your Life>(로잘린 카터 공저, 1987, 1995), <야외 저널 An Outdoor Journal>(1988, 1994), <전환점:후보·주·국가 성년이 되다 Turning Point:A Candidate, a State, and a Nation Come of Age>(1992), <갓난아기 스누글 플리저 The Little Baby Snoogle-Fleejer>(에이미 카터 그림, 1995), <살아 있는 믿음 Living Faith>(1996), <늙어감의 미덕 The Virtues of Aging>(1998), <동트기 전 한 시간:시골 소년 시절의 회상 An Hour Before Daylight:Memoirs of a Rural Boyhood>(2001), <플레인스의 크리스마스:회고록 A Christmas in Plains: Memories>(200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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