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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흄 |  | |
| 1998년 10월 노르웨이의 노벨상위원회는 1998년 4월 10일 북아일랜드에서 평화 협상을 엮어낸 두 인물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민주노동당(Social Democratic Labour Party/SDLP)의 로마 가톨릭 지도자 존 흄(John Hume)과 얼스터연합당(Ulster Unionist Party/UUP)의 프로테스탄트 지도자 데이비드 트림블(David Trimble)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30년에 걸친 폭력 사태, 짧은 기간의 휴전, 간헐적인 비밀 협상 등은 말썽 많던 이 영국 지방에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다 줄 타협안에 자리를 양보했다.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흄과 트림블은 서로 앙숙관계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서로를 신뢰하게 되었으며, 같은 석상에서 평화를 선포하게 되었다. 이는 그들의 정치적 생애의 대부분 동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흄은 1937년 1월 18일에 태어나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의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원래 그는 성직자 교육을 받았으나 1960년대 후반 민권 운동을 시작으로 정치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당시 북아일랜드의 가톨릭 소수파는 미국 민권 운동의 비폭력 전술을 채택했는데, 이는 주로 프로테스탄트였던 통일당 지도부의 차별적인 정책과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이 운동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데서 자극을 받아 강경파 민족주의자들은 아일랜드공화국군(Irish Republican Army/IRA)을 부활시키게 되었다. 이에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행동을 내내 견지했던 흄은 SDLP에 가입했다. 1973년 그는 UUP가 지도하던 권력분담의회에서 잠시 통상부 장관을 맡아 일하기도 했으나 이 의회는 1974년에 곧 붕괴되었다. 이로부터 5년 뒤 흄은 SDLP의 지도자가 되었다.
1988년 20년간을 끌어오던 폭력 사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흄은 IRA의 정당이자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서 SDLP와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던 신페인당(Sinn Fein)의 지도자 게리 애덤스와 비밀리에 대화를 갖는 엄청난 모험을 감행했다. 흄은 그의 정당원들로부터 ´폭력적인 인간들´과 대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았으나, 끝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IRA가 무장투쟁을 끝내도록 애덤스를 설득하고, 또 애덤스가 나머지 신페인당과 IRA 세력을 설득해야만 평화가 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트림블이 평화를 향해 걸어온 길은 흄과는 다소 달랐다. 1944년 10월 15일 북아일랜드 수도인 벨파스트 시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73년에 정치계에 입문했다. 처음에 그는 스토몬트의 북아일랜드 지방의회가 폐지되면서 생겨난 뱅가드당(Vanguard Party)에 가입했다. 뱅가드당은 영국의 직접 지배에 대해 UUP보다 훨씬 호전적인 태도로 반대하는 정당이었다. 트림블은 뱅가드당의 적극적인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프로테스탄트 노동자 파업을 지원하여 한때 흄이 몸담았던 권력분담의회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1970년대에 뱅가드당이 분열되면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분파에 속해 있던 트림블은 UUP에 가입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1985년 그는 새로 결성된 단체인 얼스터클럽에 가입하여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려는 영국-아일랜드 협정을 전투적 전술로 분쇄했다. 1994년 IRA가 휴전을 요구했을 때 트림블은 신페인당과의 협상에 반대하면서, 테러리즘에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당원들에게 경고했다. 1995년 그는 강경 노선을 걸어온 경력을 바탕으로, 예상을 뒤엎고 제임스 몰리눅스의 뒤를 이어 UUP의 지도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도자로 당선된 뒤 그는 주변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신중하고 온건해졌다. 그는 미국의 전 상원의원 조지 미첼이 주선한 평화회담에 참석하기로 동의했다. 1996년 2월 IRA가 폭력 투쟁을 재개하여 1997년 7월 ´영구적인´ 휴전에 합의할 때까지는 회담의 진행 속도가 느렸으나 그 후부터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 회담에는 신페인당에서부터 프로테스탄트 의회 그룹, 나아가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 집단들이 참가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흄과 트림블의 대화였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 자기 당의 호전적인 성원들에게서 신뢰를 얻어냈으며, 타협을 통해 ´멋진 금요일´(Good Friday) 평화 협정으로 불리게 되는 합의를 도출해냈다.
Peter Kellner 글 | 남경태 옮김
by http://preview.britannica.co.kr/spotlights/nob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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