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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레 케르테스 |  | |
| 헝가리의 번역가·작가.
10대 시절에 몸소 경험한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인간의 존재적 의미를 깊이 천착했다. 2002년에 자전 소설 <운명은 없다 Sorstalanság> (1975)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케르테스는 부다페스트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반(反)유대주의 선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시기에 성장기를 보냈다. 당시 헝가리 극우정권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합스부르크 왕가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해 있던 헝가리가 패전 후 트리아농 조약(1920)에 따라 잃어버린 전체의 2/3에 이르는 영토를 되찾는 데 혈안이 되어 독일의 나치 정권에 기꺼이 협력하는 한편, 히틀러의 법을 본뜬 일련의 반유대주의 법령(1938, 1939, 1941)으로 헝가리 내 유대인들을 압박했고, 1944년 헝가리에 진주한 독일군은 옛 헝가리 영토 전역에서 대대적인 유대인 사냥을 시작했다. 그 결과 1944~45년 이 지역에 거주하던 유대인의 2/3에 해당하는 60만여 명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살해되었다. 그의 나이 15살 때인 1944년, 케르테스는 이들과 함께 폴란드 오슈비엥침 부근의 ´인간 소각장´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그는 요행히 독가스실을 면하고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독일 바이마르 시 외곽의 에테르스부르크 언덕에 있던 부헨발트로 옮겨졌으며, 이듬해 나치가 패망함으로써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의 일평생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는 이성의 시대를 조롱하는 아우슈비츠라는 거대한 폭력의 뿌리와 그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 보이는 개인의 존재적 가치, 인간사의 부조리성(不條理性)을 어떻게 해서든 해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고, 결국 ´어떤 작품을 구상하든 아우슈비츠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작가가 되었다.
부다페스트로 돌아온 그는 짧은 공장 노동자 생활을 거쳐 고등학교를 마치고 1948년 일간지 <빌라고샤그 Világosság >(´개명´[開明]의 뜻) 기자로 취직했다. 그러나 1951년 이 신문이 헝가리 공산당 기관지로 바뀌면서 해고당했고, 이후 몇몇 다른 신문사를 전전하다가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한편으로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휴고 폰 호프만스탈, 아르투르 슈니츨러, 지크문트 프로이트, 요제프 로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엘리아스 카네티와 같은 독일어권 작가·철학자 들의 저서를 헝가리어로 번역하면서 이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1975년 그는 15살짜리 철부지 유대인 소년 쾨베시 죄르지가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가 한 해 뒤 부다페스트로 돌아올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생생하게 담아낸 자신의 첫 장편소설 <운명은 없다>(영역본은 라는 이름으로 1992년에 출간됨)를 발표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도덕과 가치의 잣대를 완전히 배제한 채 수용소 생활의 공포와 굴욕마저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그곳의 일상생활을 1인칭 시점에서 시시콜콜히 묘사하면서, 수용소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 행복마저 느끼는 어린 주인공을 통해 역설적으로 광기와 폭력에 순응하면서도 죽음의 운명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인간상을 그려냈다.
그로부터 14~15년 뒤 그는 <운명은 없다>의 제2~3부에 해당하는 자전적 소설 <실패 A kudarc>(1988)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송가 Kaddis a meg nem született gyermekért>(1990, 영역본은 이라는 이름으로 1997년에 출간됨)를 잇달아 발표했는데, 여기서 <운명은 없다>의 주인공 쾨베시 죄르지는 삶의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들지만 실패를 반복하는 늙은 작가(<실패>)와 아우슈비츠의 존재를 허락한 이 세상에 아이를 내팽개칠 수 없다면서 생식(生殖)을 극구 거부하는 중년 작가 B(<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송가>)로 재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작가의 자화상이다.
그밖의 작품으로 단편집 <추적자 A nyomkeresö>(1977)·<영국 국기 Az angol lobogó>(1991),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 소설 <어떤 다른 사람 : 변화의 연대기 Valaki más: A változás krónikája>(1997), 카프카·니체·프로이트·카뮈·사르트르 등과의 묵담(默談)을 적은 허구 형식의 일기 <항해선 일기 Gályanapló>(1992), 에세이·강연집 <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 A Holocaust mint kultúra>(1993)·<총알이 다시 장전될 때까지의 생각의 순간 A gondolatnyi csend, amíg a kivégzöosztag újratölt>(1998)·<추방된 언어 A számüzött nyelv>(2001) 등이 있다. 노벨 문학상 외에 브란덴부르크 문학상(1995), 라이프치히 문학상(1997), 코슈츠상(1997), 디벨트 문학상(2000), 한스 잘 문학상(2002) 등을 수상했다
by http://preview.britannica.co.kr/spotlights/nob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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