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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다른 나라 |  | |
| 이 책은 노인들과 그 자녀들을 주로 상담해온 미국의 상담심리학자가 ´노인과 젊은이를 연결시키는 사회적, 심리적 장치를 탐구하여 노인과 자녀 사이에 놓인 미지의 땅을 안내하는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쓴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연령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특히 번역이 유연하고 좋다). 노년기와 노인, 그리고 그들의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이 책은, 내가 지금 인생의 어느 지점에 와 있으며 앞으로 남아있는 40년이 내게 어떤 의미의 시간들이 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부모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고, 나 자신이 노년기에 접어들 때의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후로는 동네에서 지나치는 노인들이 다시 보일 정도이다. 뭐랄까?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것 중 가장 좋은 것은 노년기와 노인의 삶에 대해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궁금해지면 알려고 들테고 알아가다 보면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삶의 지평이 그만큼 넓어질 터이다.
다섯 중에 셋 남은 이모들의 만남을 주선해보려는 생각이 들었는가하면(큰 이모는 지방에서 사시는데 거동이 불편하시고 작은 이모는 중풍으로 앓아누운 이모부를 10년째 수발하고 있어서 서로 거의 만나지 못한 채로 살고 계시다), 아버님의 칠순에 맞추어 부모님의 생애사를 사진과 글로 꾸며 작은 책자를 만들어 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부모님과 지난 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될터이고 형제들과도 사진과 글을 주고 받으면서 자주 연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동에 사시는 느티나무 할머니들(동네의 커다란 느티나무 밑 정자에 모이는 할머니들)과도 이야기를 해 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평균수명이 50세를 약간 웃도는 정도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80평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부양과 양육의 의무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인생의 시기를 누구나 갖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그럴만한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도 않고 당사자들 역시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난감해 하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의 노인들은 일종의 ´신세대´이다. 길어진 노년기의 청사진 속에 무엇을 어떻게 그려넣을지는 노인들 스스로 찾아나가야할 문제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늙는다. 그러므로 그 일은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노년기의 청사진 속에 노인과 젊은이들(자녀, 손자녀,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의 연결을 중요하게 그려넣고 있다. 그러나 그 연결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효도나 의무나 책임감과는 거리가 멀다. 노인과 젊은이들을 연결시키는 것은 서로의 성장가능성이다.
´열네살 난 청소년 열 명을 한데 모아 놓으면 엄청나게 싸울 것이다. 이들은 경쟁심과 사회적 불안과 비열함이 가득찬 소위 ´파리대왕´문화를 형성할 것이다. 하지만 두 살에서 여든살에 이르는 열 사람을 그룹으로 묶으면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위계가 생겨서 서로 보살피고 가르치는 조화를 이루게 된다. 각자 자기 위치가 있어서 경쟁이 줄어들고, 대신 각자의 개성이 발휘된다. 가치관은 견고해지고 경험은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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