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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식물에 관한 상식의 오류사전 |  | |
| 이토록 즐거운 물음표 사전이라니
「동식물에 관한 상식의 오류사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바로 물음표다. 이 책에는 공식적으로 무려 266가지의 색다른 물음표가 존재하는 과감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저자 울리히 슈미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식물에 관한 상식에 과감히 딴지를 걸고 있다. ‘병실에 꽃을 두면 해롭다?’, ‘지렁이는 비를 좋아한다?’, ‘흰개미는 개미다?’와 같은 작은 제목들을 보면 순 구라쟁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그녀에게는 슈투트가르트 국립자연과학박물관의 박물관 교육자로 일하고 있는 생물학자라는 명함이 번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그녀는 관람객들이 던진 질문에 힌트를 얻어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짖는 개는……물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슨 코미디의 대사 같은(특히 언저리 뉴스) 화두가 물음표를 문 채 탁 던져지고 다음엔 거기에 대한 사전적 설명이 뒤를 따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짖는 개는 진짜로 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 물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독자들은 화두에 대해 예스 혹은 노를 먼저 내리고 지문을 읽어간다. 때로는 유치하게, 가끔은 화들짝 놀라게 하는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진저. 아, 짖는 개가 물지 않냐고? 책에 따르면 “이 말은 믿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P.33)라고 한다.
황당한 반면 우리의 진정한 오류를 깨우쳐주는 물음도 있다. ‘바나나는 나무에서 자란다? ’(P.131)가 그렇다. 5미터 이상으로 치솟으며 거의 10미터의 큰 키를 자랑하는 바나나는 사실 나무가 아니다. 흔히 바나나 나무라 하는데 그건 그 사이즈 때문이지 식물학적으로 나무라 불리는 자격을 가지는 건 큰 키가 조건이 아니다. 바로 잡자면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땅 위 부분은 나무처럼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여러해살이‘풀’에 속한다.
또 하나, ‘벌은 딱 한 번만 쏘고 죽는다?’(P.148). 어릴 적 친구들과 지구본을 타고 놀고 있었다. 친구가 갑자기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이마에서 벌침을 뽑아 손에 쥐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생애 처음 벌침과 사람이 벌에 쏘인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다. 친구의 발 아래 벌이 몸을 말고 누워있었다. 그렇게 빙글빙글 돌아가던 지구본 안에서 울렁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건 그렇고, 매끈한 침을 가진 말벌과 달리 일반 벌의 침은 갈고리형으로 생겼다. 곤충의 딱딱한 갑각에 침을 쏘았을 때는 다시 침을 뽑을 수도 있고 벌도 살 수가 있지만 인간처럼 탄력있는 섬유질 피부에 침을 한 번 박게 되면 빠지지 않고 오히려 침을 빼앗기게 되어 운명하고 마는 것이다.
오류를 깨는 일은 일단 나의 무지와 오해가 바깥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부끄러운 시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즐거울 수도 있다. 깨진 상식에 버금가게 거의 무조건적으로 재밌는 내용이 자리를 꿰차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부끄럽게 했다가 쾌감을 주는 이 책은 그렇기에 ‘사전’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고상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가나다라…타파하 식으로 줄을 세워놓고 ‘∼라고?’ 하면서 사전의 품위를 떨어뜨리지는 않는 한도 내에서 방정을 떤다. 사실 독일의 통계학과 두 교수가 써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고 하는 「상식의 오류 사전」에 힘입어 살짝 나온 것 같은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이 책은 한 권 갖추고 짬짬이 읽으면서 조카들에게 맘껏 잘난체 할 수 있고 혹시 당신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할지라도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는 자료들이 담뿍 담겨있다. (김은선 kong@libro.co.kr/리브로)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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