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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승부보다 멋진 ‘휴먼 드라마’ |  | |
| 월드컵은 펠레·지단·차범근 등 수많은 영웅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내가 2002 월드컵에서 꼭 만나보고 싶은 ‘영웅’이 있다.
바로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만났던 한국인 입양아다.
프랑스 월드컵 때 한 프랑스 부인이 동양인 아이 세 명을 데리고 한국 대표팀이
묵는 호텔로 찾아왔다. 그 부인은 “이 아이들은 한국에서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내 자식들인데, 한국 선수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종일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면서 대표팀에 폐가 될까봐 말을 못 건네다가 혹시
사인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용기를 냈다는 것이었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던 아이들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짐작건대 그들에게 있어 한국은 그냥 자기들이 태어나서 버림받았던 머나먼
외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보는 그들에게서 뭔가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선수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로비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반가워하는 선수들의 태도에 어리둥절했던 아이들은 금방 미소를 지으며
선수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했다. 꼭 다시 놀러 오라며 아쉽게 헤어지는 선수들을
뒤로 하며 그 부인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한국 입양아들을 키우면서 한국에 관해 물어보는 아이들을 보고 늘 미안한 마음과
답답함을 갖고 있었다는 그 부인은 선수단과의 만남으로 인해 무척 감동 받았고
자신에게 세 명의 자식과 이런 행복을 준 한국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중학생 여자 아이는 2002월드컵 때는 꼭 자원봉사자로
오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이번에 확정된 해외 자원봉사자 670명의 ‘숨은 영웅들’ 중에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있을 그 아이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월드컵은 단순히 축구경기만 하는 행사가 아니다. 월드컵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많은
감동의 기회를 선사하고, 이 감동들은 우리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상승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상업 이벤트의 극치라고 하는 월드컵인 만큼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다. 하지만 98월드컵이 프랑스에 준 가장 큰 선물은 우승컵이
아닌 국민 통합과 화합의 계기라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에서/( 김주용 98프랑스월드컵조직위 언론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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