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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꽃이 맺어준 우정
어느 날 우리 보일러 매장 상품 진열대에 놓인 사랑초 화분을 어느 외국인 여자가
열심히 보다가 갔다. 그때는 말이 안 통할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는데 며칠 후
또 구경을 하고 있어 그제서야 나는 손짓으로 다른 꽃도 구경하러 들어오라 했다.
내가 조그만 화분에 꽃을 심어 주려고 하니 종이에 싸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비록 영어는 잘 못하지만 ‘페이퍼’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꽃을
신문지로 싸서 주었다. 며칠 후 그분이 귀걸이를 선물로 주었다. 그때는 그저
미안한 마음에 고맙다고 차도 한잔 대접할 줄 몰랐다. 그래서 예쁜 화분을 하나
장만해서 꽃을 새로 심어 놓고 기다렸는데 통 지나가질 않았다.
그렇게 일년이 지난 어느 날 그분이 우리 매장 앞을 지나가는 게 보였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서로 손짓발짓 하면서, 그 꽃이 잘 크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 꽃이 잘 크고 있다기에 작은 난초 화분을 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며
오페라 티켓 몇 장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분이 우리 매장에 와서
친구처럼 녹차를 한잔 마시면서 이제는 손짓발짓에 종이와 펜을 놓고 필담을 하다가
그도 모자라면 나는 전자 영어사전을 놓고 이야기했다. 알고 보니 그분은 대구시립
오페라단의 연출가 로잘바 트레비잔이었다. 기다리던 공연날 나는 꽃다발을 갖고 갔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로 가니 주인공들과 로잘바가 서로 꽃다발을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로잘바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이태리식으로 인사를 하고 꽃다발이 너무 예쁘다고
좋아했다. 그 이튿날 로잘바는 사무실로 찾아와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며 자기는
이제 이태리로 귀국한다는 말을 했다. 그분은 내 주소를 적고 내게 명함을 주고는 떠났다.
나는 섭섭한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답답했다.
그때처럼 내 무능력을 절감한 적이 있을까? 그래도 고향에 가서도 열심히 잘 살 것이라고
여기면서 현재 편지를 어떻게 보낼까 연구하고 있다.

-리더스다이제스트/ 정분남, 대구시 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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