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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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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동가게 |  | |
| 일년 전 겨울, 군입대 영장을 받아서 의기소침해 있던 나는 매일 친구들과
술만 마시며 지냈다. 부모님에겐 죄송했지만 하루하루가 힘들게만 느껴졌다.
어느 날 저녁, 그날도 초저녁부터 친구들 만날 약속으로 시내로 나갔다.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다가 자정쯤이
되어서야 서로 헤어졌다.
하지만 난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차가운 바람에 얼굴이 얼어 갔지만 난 혼자
터덜터덜 거리를 배회했다. 왠지 모르게 모든 것이 불공평한 것 같고 화가 났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다가 술 때문인지 속이 좋지 않아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곧 주위에 있던 한 우동가게에 들어갔다. 새벽인데도 우동가게 안은 야간쇼핑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난 우동과 김밥을 시켰다.
그때 지저분한 회색 점퍼에 얼룩진 가방을 멘 어떤 아저씨가 들어왔다.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굶어서 그러는데 우동 한 그릇 먹을 수 있을까요?” 주눅든 목소리. 내 옆 좌석의
한 아가씨가 아저씨에게도 들릴 정도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밥맛 떨어지게…”
머쓱하게 서 있던 그 아저씨에게 처음 말을 건넨 사람은 주인 아주머니였다.
“이리 앉으세요. 곧 차려 드릴게요.”
그리고 잠시 후 아저씨의 테이블에 놓인 것은 우동이 아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음밥이었다. 누가 우동가게에서 볶음밥을 먹을 수 있을까? 그 아저씨의 숟가락을
쥔 손이 잠시 떨리던 것을 나는 보았다.
아저씨가 식사를 다 하고 인사를 하며 나가려고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재빨리
나오시더니 그 아저씨의 손에 만원짜리 지폐 몇 장을 쥐어주었다. “힘내세요.”
그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먼지가 묻은 모자를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 눌러쓰고는 나갔다. 아주머니는 조금 전까지 물가가 올라서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던 분이었다.
난 계산을 하며 말했다. “아주머니, 여기 우동 정말 맛있네요.”
“고마워요, 학생.” 마음씨만큼이나 푸근한 미소였다.
우동가게를 나오자 추운 바람은 여전했지만 난 춥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내가 먹은 우동 한 그릇이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었으니까.
- 리더스다이제스트/장재호, 대구시 수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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