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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집 |  | |
| 우리에게 엄마란...
얼마전 텔레비젼을 보다 엄마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우리 엄마.. 영화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분이라 신기해서 무슨 영화인가 물어보았더니 제목을 기억 못하신다. 지하철에 그림 많이 붙어있던데.. 라는 말씀만 반복하시고... 혹시나 해서 집으로 아니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하신다. 오랜만에 딸노릇 할까 하여 그럼 함께 보러가자고 하니 엄마 하시는 말씀이 아직 우리 동네 안 들어왔을 거라며 나중에 동네에 들어오면 보자고 하신다. 엄마는 아직도 영화관들이 시내의 대형 영화관부터 개봉을 하는 줄 아셨던 것이다. 그 순간에는 엄마의 말에 많이 웃었었는데 혼자 방에 들어와 문득 엄마의 말을 생각해오니 가슴 한 켠이 짠해진다. 그동안 극장 구경 한 번 못하셔서 멀티 극장이 생긴 요즘까지 극장들이 각기 다른 날 개봉하는 줄 알고 계시는 우리 엄마...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우리 엄마 모습이 자꾸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젊었던 시절, 꿈많던 자신의 미래를 접고 한 남자에게 시집와서 그 집안의 귀신이 될 때까지 봉사하던 어머니의 모습. 처녀 시절의 수많던 꿈은 가슴 한 켠으로 접어두고 자식 낳고 키우고, 남편과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소설 속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의 어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옆에서 무언가 도와드리고 싶지만 결국 도와드릴 힘은 없는 딸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같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은 나이 어린 한 소녀의 시선을 통해서 어머니의 마음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입으로 신세한탄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딸의 눈에 비친 모습을 통해 우리는 그녀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죽을듯이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이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게, 그리고 용서하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그 현실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집에 들어온 한 소년을 통해 변화를 꿈꾼다. 글쎄.. 그녀가 그 소년을 입양하면서 얻으려 한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변할 것 같지 않은 일상 속에서 그녀는 뭔가 희망을 얻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결국 그녀가 꿈꾸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일탈을 하지도 못하고 현실에 순응하면서 다시 생활 속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 또한 변하지 못하는 우리의 엄마의 모습과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늘 자식과 남편을 위해 희생한 자신의 인생을 아쉬워하면서도 막상 그녀들은 그것을 위한 보상을 받는데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자신의 행동이 행여 자식들에게 피해줄까 남편에게 해가될까 하는 마음에 다시 자신의 마음은 추스리고 일상에 뭍혀간다.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한 후 엄마는 빨리 보러 가자고 강요하지 않으신다. 행여 바쁜 딸 시간 뺏을까봐 엄마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을 접어버린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나 또한 그런 엄마의 모습을 만든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나의 이기심에 또 한 번 화가 난다. 어쩜 이런 나의 모습은 세상 모든 딸들의 모순된 모습이 아닐까?
예전 어느 광고에선가 세상의 모든 딸들은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말한다는 카피를 들은 적이 있다.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그 말. 어쩜 광고 그대로 세상의 모든 여성들의 희망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한없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지만 막상 자신이 그 언덕처럼 변하고 싶지는 않을테니까... 하지만 만약 우리가 그 언덕을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면 어떨까? 그래서 우리가 닮고 싶은 언덕을 만든다면...우리는 그 언덕에 기대려고만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언덕의 힘이 빠졌을 때 그동안 그 언덕이 우리에게 주었던 모든 것을 잊고 힘빠진 언덕을 비난한다. 그 언덕의 힘을 빼앗은 것이 우리인지는 잊은채...
이제 조금씩 엄마에게 자신의 것을 가지게 하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엄마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주 작은 것부터 엄마와 함께 해보려고 한다. 그런 것들이 나 때문에 포기해야했던 엄마의 꿈을 보상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기분빠진 나의 언덕에 힘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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