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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도라 상자 속의 문학 |  | |
|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이 책을 읽은 감상을 논하는 나의 기준은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느냐, 그 하나이다. 리뷰나 신문 서평에서 여러 차례 인용된 바와 같이 지은이 자신이 ´... 우선 <읽히는 평론>이 되고 싶다... 나는 읽는 맛이 느껴지는 평론을 쓰고 싶다. 그 맛은 문체에서 나올 수밖에 없으므로 나는 <문체가 있는 평론>을 지향한다... 예전에 나의 경쟁 상대가 다른 <평론>이 아닌 <소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 목표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평론집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가. 나는 감히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 부르고 싶다. 다시 강조하건대 평론의 내용이 아니라 얼마나 쉽게 읽히는가, 얼마나 문체가 살아있는가의 논점에서 말이다.
먼저 실패의 요인을 꼽는다면 그녀의 문체는 너무나 거추장스럽다. 비유를 너무 많이 사용한 장식적 문장이다. 이러한 비유들은 사색의 깊이를 드러내주기도 하고, 그 딱 들어맞음의 느낌으로 인해 적지 않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나도 자주 남발된다. 촌철살인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넘쳐서 흘러버린다.
게다가 그 비유들은 읽는 사람을 멈추게 만든다. 그도 당연할 것이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찬 소설을 해석하는 글에서 또다른 비유를 끌어대며 설명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으로서는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이해해야 하는 지경에 놓인 것이니 읽는 동안 멈칫거리며 생각의 갈피를 잡아나가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쉽게 읽히고자 하는 시도는 부분에 따라서는 꽤 성공적이다. 특히 2부의 작가론이 그러한데, 작가론 자체가 미세한데 집착하기보다 에둘러 쓰는 글이니 만큼 지은이의 비유적인 문체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 번 다시 생각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어 자유롭다. 딱 이 정도면 그리 심각하지도, 그리 가볍지도 않다라 느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 평론집을 통해 가장 큰 찬사를 보내고 싶은 글은 1부 마지막에 실린 ´Shall We Read?´로, <국화꽃 향기>, <가시고기>, <상도>라는 세 권의 베스트셀러에 대해 평한 글이다.
여기에서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진 않기에 그걸 먼저 지적해 본다면 터무니없는 딴지걸기라고도 부를 수 있는 트집잡기이다. 지은이 자신도 ´이 글은 소모적이다. 마치 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느냐고 투정을 부리는 사람처럼, 어떤 소설에 어떤 것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왜 없느냐고 비난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자신의 트집이 공연하다고 생각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세 권의 베스트셀러를 과감히 고른 그의 선택은 이러한 단점을 눈감아 주기에 충분하다. 어깨에 힘들어 간 평론가 중 이제껏 그 누가 대중소설 혹은 베스트셀러를 논하고자 했는가? 문단에서 위치를 차지한 사람들이 대중소설에 대해 정색을 하고 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나는 항상 그 점이 아쉬웠다. 대중소설에는 그 나름의 역할이 있을진대, 그것도 문학의 한 분야일진대, 왜 모든 평론가는 거기에서 등을 돌리는가? 그래서 나는 김미현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 평론집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이다. 이 평론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소설을 평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애시당초 그런 문제야 나같은 문외한이 논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쉽게 읽히고자 하는 지은이의 목적은 절반 성공되었다고 생각된다. 그 성공이 다음 평론집을 통해 더 커나가고, 나같이 무식한 독자를 이끄는 쉬운 평론집을 많이 내주는 산파가 되길 기대한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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