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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  | |
| 현대판 스크루지의 좌충우돌 크리스마스 모험기
- 추석이나 설에 해외로 여행가시는 분! 친척들이 모여 시끌벅적 북적거리는 모습이 딱 싫으신 분!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남(?)의 생일에 웬 난리 법석이야?’ 라고 생각하셨던 모든 분들! 바로 여기 당신의 친구가 있습니다. -
「크리스마스 건너뛰기」의 주인공 루터 씨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카드를 보내고, 파티를 준비하고, 트리와 프로스터(눈사람)를 세우는 데 지난해 쓴 돈이 무려 6천1백달러! 작은 세무서 직원인 루터 씨에게는 한달 월급에 버금가는 그 돈이 고스란히 12월 25일 단 하루의 파티를 위해 쓰인다는 게 너무 아깝기만 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유람선을 타고 카리브 해로 떠나는 여행 계획을 세웠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누구보다 즐거워했던 그들의 딸 블레어도 자원봉사를 위해 아프리카로 갔으니 훌훌 털고 떠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법정 스릴러 작품으로 유명한 존 그리샴의 소설이지만 법정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풍자와 유머가 독자를 즐겁게 할 듯. 또한 존 그리샴의 명성에 어울릴 만한 스릴있는 장면들도 여전하다. 이 소설은 크리스마스 날 TV에서 해 주는 ‘나홀로 집에’, ‘34번가의 기적’ 류의 가족영화처럼 기본적으로 따스함을 바탕에 깔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웃지 못할 크리스마스 해프닝의 주인공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라는 것.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을 즐기는 미국 중산층만의 방식을 엿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루터 씨의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는 것은 스토리 전개 상 당연한 일. 자원봉사를 떠난 지 1달밖에 되지 않은 딸 블레어가 약혼자에게 ‘미국식 크리스마스’를 보여주기 위해 돌아온다는 전화를 해오고, 그때부터 불과 5시간 안에 루터 씨 부부는 모든 일정을 포기한 채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크리스마스를 이웃과 함께 보내지 않는다는 계획 때문에 이미 동네에서 ‘왕따’를 당한 그들이 과연 어떻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할까? 꼬마전구를 단 트리도 없고, 칠면조 고기도 없고, 초대할 사람도 한명 없는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묘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분에 넘치는 선물을 교환하고, 먹지 않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루터 씨의 말대로 분명 낭비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따스한 온정마저도 거부한다면 그것만큼 삭막한 일이 어디 있을까. 명절 때만 되면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단골뉴스가 곱게만 들리지 않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어쩌면「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먼저 선수를 쳐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올해 연말연시에는 가족과 친구와 이웃으로부터 왕따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어찌 되었든 간에 사람 사는 세상이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니까 말이다. (고지혜 gomgom@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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