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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  | |
| 게으른 아저씨 호어스트를 위한 만세삼창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는 무언가 삶에서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월요일에서부터 사색에 잠기는 일요일까지 주인공 호어스트 에버스의 일상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여기서 숨가쁘다는 건 호어스트가 빚어내는 좌충우돌의 상황이 박진감 넘친다는 말이지 결코 그가 남들처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는 게으르고 대책이 없는 중년의 대머리 사나이다.
<테스트 하나〉당신은 일상생활에 있어 행동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무언가 결정을 내리고 판단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모든 게으른 사람의 특징은 행동을 할 시간보다 무언가에 대해 결정을 내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만큼 세상은 바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러 말 말고 내일이라도 당장 자연으로 나가봐. 숲 같은 데 말야.” “안 돼. 내일은 할 일이 많아. 낮에는 무슨 색을 칠할 지 결정하기 위해 벽을 쳐다보고 있어야 하고 밤에는 결정을 내리지 못해 낙담한 나머지 술을 마셔야 한다고. 불가능해. 정말 시간이 없어.”(P. 176)
게으른 사람들은 일요일에 사색에 잠긴다. TV에서 저녁 9시 뉴스를 알리는 시그널 음악이 시작되면 그의 머리는 자동적으로 사색에 잠긴다. 월요일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유럽에서 카바레는 돌고 도는 무도회장이 아니라 무대가 있는 극장식 식당을 일컫는다. 그는 이런 카바레에서 무대예술로 재담을 펼친다. 재미가 없으면 썰렁한 객석을 마주보고 있어야 하며 쏟아지는 야유를 피해 몸을 숨길 곳도 없다. 덕분에 그의 소설은 매 요일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이것은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코미디 같은 삶이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가 호어스트 에버스는 1990년부터 정기적으로 베를린의 여러 소극장 무대에 올라 자신이 쓴 텍스트를 읽고 있다. 카바레상과 공연예술상을 받기도 한 그는 카바레티스트이다. 어쨌든 작가 호어스트의 개그적 재능은 이 소설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고 있는 그의 공연가로서의 재능을 직접 관람하고픈 충동까지 생긴다.
“그렇다. 우리는 한 마리 영양처럼 살아가고자 한다. 적게 먹고 적게 움직이며, 느긋하게 어슬렁거리거나 그도 싫으면 고요히 한곳에 머무는 것이다. 거기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약간의 섹스. 어쨌거나 그 시절 우리에겐 그나마 그런 꿈이, 목표가 있었다.”(P. 181)
〈테스트 둘〉나는 도시의 생활을 비판하면서도 여전히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상은 너무 빠르다. 뭐든 빨라야 살아 남는다. 그리고 속도는 인간을 지치게 만드는 데 선수다. 그는 속도비판가다. 세상에 그런 비판가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말이다. 그는 베를린이 변해 가는 것에도 못마땅한 시선을 보낸다. 깔끔한 옷을 입고 입에는 미소를 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모두들 친절 자판기가 되어간다고 투덜대기까지 한다. 그는 베를린 비판가다. 그러면서도 그는 베를린을 벗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무척 게으르기 때문이다.
<테스트 셋〉나는 언제나 꿈이 너무 많아 탈이다? 게으른 사람들은 한가지 희망 에 매달리지 않는다. 희망이 한가지인데 그걸 해내지 못하면 게으르고 능력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여러 잡다한 희망을 ‘전술적으로’ 가지게 된다. 집의 평수를 늘려야지, 스포츠 신문에 내 얼굴이 나왔으면 좋겠어, 올해는 대전 시티즌이 우승해야 할텐데, 내일은 퍼머를 해야지, 등등.
주인공 호어스트는 사라진 의욕을 불끈 솟아오르게 하고 지지부진한 목표의식을 곧추 세워줄 인물은 아니다.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를 온몸으로 분출하고 있는 게으르고 대책 없는 인생이다. 어쩌면 호어스트는 세상에 대해 오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사람이 묵묵히 하는 일에 딴지를 걸고 나 못하겠다고 발뺌한다. 보통 사람들의 사이코 지수가 20%라면 그는 90%에 육박한다. 그러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타의 사람들과 달리 호어스트는 불행이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칭찬하고 대견스러워 한다. 인생을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뭐 있을까. 가끔 촘촘한 일상에서 벗어나 그곳을 멀리서 바라보게 되었을 때 ‘흐흥, 나 없어도 잘 되가는 군’ 하고 느낀 적이 있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감동을 줄 것이고, 우리의 호어스트 에버스는 말할 수 없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 될 것이다. (김은선 kong@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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