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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의 낯선 자 보들레르 |  | |
| 경멸스런 무리들이여, 댄디 보들레르를 보라!
보들레르는 「파리의 우울」(민음사)의 ´새벽 한 시´를 다음과 같은 구절로 끝맺는다. “그리고 당신이여, 나의 신이여, 내가 형편없는 인간이 아니며 내가 경멸하는 자들보다도 못하지 않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증명해 줄 아름다운 시를 몇 개 쓰도록 은총을 내려주소서.” 이 비통한 절규의 기원은 무엇일까? 이 기원을 찾아가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보들레르 연구로 널리 알려진 상명대학교 불어교육과 윤영애 교수의 「지상의 낯선 자 보들레르」는 그의 생애를 통해 이 기원을 한 번 탐색해보자는 제안이다.
윤영애 교수는 ´책머리에´에서 “보들레르의 삶은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예술적이며 인공적인 창조물이었다”며 그의 정신은 “한마디로 말하면 댄디의 정신인데, 댄디 보들레르의 삶은, 푸코가 지적했듯이, ‘자신의 육체와 행동, 자신의 감정과 정열, 요컨대 자신의 존재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거울에 비춰보는 힘들고 엄격한 금욕주의자의 그것이었다”고 말한다.
이는 이 책이 보들레르의 삶이 댄디 보들레르를 어떻게 완성시켰는지 규명하리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질러 말하자면 「파리의 우울」에 나오는 그 절규는 댄디 보들레르의 삶이 그처럼 불행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때 댄디 보들레르란 대단히 역설적인 개념이다. 윤 교수는 이를 “전기 시도자들이 부딪히는 또 하나의 장벽은 보들레르가 스스로 자신의 발자취의 흔적을 기꺼이 흩트려놓았다는 점” 때문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저주받은 댄디란 어쩐지 어울리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댄디 보들레르는 깊이를 지닐 수 있었다.
이 책은 과연 댄디 보들레르가 깊이를 지녔는지 그의 삶을 근거로 살핀다. 이 점을 밝히기 위해 윤 교수는 14권에 이르는 보들레르 평전과 연구서를 검토했다. 예컨대 문헌이나 증언으로 남은 보들레르는 다음과 같은 모습이다. “때로는 기사도적인 몸가짐, 때로는 부자연스러운 태도가 거슬릴 정도이고, 때로는 신비주의로, 때로는 부도덕성과 한계를 넘어서는 냉소주의(사실 말뿐이지만)로 가득한 강렬한 정신의 소유자…….” 이는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가 파리의 명문 중학교 루이르그랑을 다니던 시절을 선생과 급우들이 기억하는 그의 이미지다.
한편 파리 법과대학에 등록한 뒤, 머물던 바이이 기숙사 시절의 동료는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호리호리한 몸집에 긴 목, 무척 긴 조끼에 티없는 소매의 옷을 입고, 금공 달린 가벼운 단장을 손에 들고 유연하게, 천천히, 거의 춤추는 듯한 걸음으로 내려오는 모습을.”또 이런 회상도 있다. “검은 연미복에 고운 천으로 지은 매우 흰 셔츠를 받쳐입고, 목의 깃은 넓게 접고, 새빨간 넥타이, 실크 모자, 엷은 장미빛 장갑…….” 보들레르 자신이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쓴 대로 그는 ‘조숙한 댄디’였던 셈이다.
이런 증언들은 댄디 보들레르가 표피적인 것이 아닌가는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지상의 낯선 자 보들레르」는 바로 이런 의구심에 정면으로 맞선다. 이 책은 일곱 살에 겪은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 파리에서의 화려한 문학 청년 시절과 뒤이은 금치산자 선고, 이후 항상 그림자처럼 그의 뒤를 쫓는 빚, 타락한 천사이자 검은 비너스인 잔느 뒤발과의 기이하고도 숙명적인 사랑, 에드가 알란 포우의 불행한 삶에 대한 동지애적 감정, 시집 「악의 꽃」에 대한 당시 사회의 몰이해 등을 충실하게 뒤쫓는다. 이는 그의 삶과 그의 댄디즘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가, 그러니까 그의 댄디즘이 진짜였음을 밝히는 과정이기도 하다.... (김연수 larvatus@libro.co.kr/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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