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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驛의 ´아름다운 청년´ |  | |
| 목숨걸고 철길 뛰어들어 자살기도 학생 구해
지난 14일 밤 10시4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 플랫폼에서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던 남자 대학
생(23)이 철길로 뛰어 내렸다. 의정부발 인천행 293호 전동차가 8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남영역 플랫
폼을 향해 들어오고 있는 순간이었다. 주변에 있던 50여명의 승객은 “어떻게, 어떻게…”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학생의 여자친구도 “도와주세요”라고 울며 외쳐댔다.
이때 양복 차림의 한 젊은이가 1.7m 아래의 선로로 뛰어들었다. 이 젊은이는 뛰어내리자 마자 대학생에
게 “사는 게 그렇게 쉬운지 아느냐?”고 다그쳤다. 플랫폼 위로 올라가라고 타일렀으나 학생이 듣지 않자
이 젊은이는 두세 차례 뺨을 때린 뒤 학생의 두 다리를 번쩍 들어올려 플랫폼 위로 강제로 올려놨다. 학생
을 올려 놓은 뒤 이 젊은이도 급하게 플랫폼으로 올라왔고, 2~3초 뒤 전동차는 역내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 산 양복 바지가 찢어지고 휴대 전화가 깨진 이 젊은이는 르노삼성자동차 용산지점 영업
사원 심경민(25)씨였다. 그는 주변사람들이 이름과 신분을 물어봤지만 “근처 르노삼성자동차 대리점에
서 일한다”는 말만 남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온 열차를 타고 신길동 집으로 향했다. 남영역 관계
자는 “선로로 내려오는 학생을 보고 기관사가 급정거를 했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큰 사고가 날 뻔했다”며
“사고를 막아준 용감한 시민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어깨 골절로 2주 전 퇴원했다는 심씨는 16일 “지금도 어깨 위로 손을 올릴 수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르겠다”며 “당시엔 일단 구하고 보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심씨는 “어릴 때 개인적
인 고민으로 죽을 생각에 차로로 뛰어든 적도 있어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그 학생도 시간이 지나면 얼
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기자가 수소문을 해 찾아가자 “알리고 싶
어서 한 일이 아니다”며 한동안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남영역은 철로로 뛰어든 대학생을 열차운전방해죄로 고발하려고 했지만, “순간의 감정 때문에 실수를 저
질렀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돌려보냈다.
현장에 있었던 회사원 심모(26)씨는 “남의 일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 그를 보고 내 자신이 부
끄럽기도 했다”며 “작년 일본에서 숨진 고 이수현 학생 같은 의인(義人)이 서울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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