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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 |  | |
| 브렌다, 사실 넌 남자로 태어났단다
이 책은 인간의 성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환경의 영향보다는 생물학적인 요소를 중점에 두고있다. 그러나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이 후천적이든 선천적이든,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입증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이 책이 강조하는 주제이다. 그것은 출생의 비밀을 알았을 때 브렌다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이 ‘예전 이름은 무엇이었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고 있는 질문의 형태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1967년 캐나다의 위니페그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중 형인 브루스는 생후 8개월에 포경수술을 하던 중 성기를 잃는다.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당하자 그의 부모는 존스 홉킨스 병원의 유명한 성 전문가인 존 머니 박사의 조언에 따라, 아이의 성을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된다. 브루스는 생후 19개월에 고환을 떼어내고 성기 절제 수술을 받았고, 그 뒤로 12년 동안 호르몬 치료와 더불어 ‘여성’이라는 성을 위한 교육을 받는 소녀 ‘브렌다’로 살았다.
저널리스트인 존 콜라핀토는 이제 데이비드라는 남성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브렌다, 그의 정상적인 남동생 브라이언과 가족, 그리고 브렌다를 다뤘던 의료진들과의 폭넓은 인터뷰를 통해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을 만들어냈다. 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는 싸움을 해야 했던 데이비드의 삶. 그리고 ‘쌍둥이 케이스’의 성공을 선전하며, 그 사례를 발판으로 세계 성의학계의 권위자로 군림했던 존 머니 박사의 이론. 이야기는 대척을 이루는 두 개의 축으로 조금의 가감도 없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된다.
´쌍둥이 케이스’로 불리는 브렌다의 삶은 성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결정된다는 확고한 증거로 의학계는 물론 사회학계에 큰 파장을 던져 주었으며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의 급물살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브렌다의 성 전환수술을 지휘한 존 머니 박사에게는 성은 어떤 성으로 길러지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자신의 이론을 입증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실제로 그는 의학계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정작 실험의 대상이었던 브렌다의 성 정체성은 존 머니 박사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었다. 브렌다는 말괄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난폭한 ‘여성’이었고 인형보다는 언제나 자동차나 공구상자에 눈길을 돌리고, 차차 나이가 들어서는 또래 여자 애들에게 가슴이 뛰는 ‘남성’으로서의 발달을 보이게 된다. 열 네 살 때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과거를 들은 그는 한번도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음이 놓였어요. 그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해결된 듯한 심정이었어요. 난 돌연변이가 아니었어, 정신병자도 아니었어, 그런 심정이었죠.”(P. 193) 한편 의학계에서도 오래 전부터 전설이 되어버린 ‘쌍둥이 케이스’를 바탕으로 한 머니 박사의 이론에 의구심을 품은 학자들의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생물학자인 다이아몬드 박사와 정신과 전문의인 지그문슨 박사의 논문은 브렌다가 처음부터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결국 원래의 성으로 되돌아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그들의 주장은 성 정체성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결정되며 그렇기 때문에 성전환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논문으로 인해 의학계는 열띤 공방전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쌍둥이 케이스’는 실패한 것이었다.
생물학적으로 부여된 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환경과 교육에 의해 성은 선택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너무나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존 머니 박사를 위시한 의학계와 수많은 상식(성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가 라는 논쟁도 포함하여)에 의해 왜곡된 삶을 살았던 데이비드(브렌다)의 경우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의 정체성을 가지든지 삶은 그것을 살아가는 개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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